매거진 사랑파기

나를 미워하는 일

그다지 밝지 않은 이야기

by 혜안

누군가 ‘스스로를 싫어하세요?’라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진심으로 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싫지 않다. 열심히 하는 나 자신, 스스로 해내는 나 자신, 끈기 있는 나 자신 모두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누군가 스스로를 미워하느냐고 묻는다면 차마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사랑받지 못하는 내가 밉고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밉다. 싫어하는 것과 미워하는 건 무슨 차이가 있을까 또 곰곰이 생각해 본다. 글쎄. 싫어하는 건 그냥 싫은 거고 미워하는 건 사랑하고 싶은데 싫어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럼 근본적으로 나는 나를 싫어하는 걸까.


몸에 새겨지는 상처를 좋아한다. 마음에 나는 상처는 너무 싫다. 마음에 생기는 생채기가 싫어 몸에 생채를 낸다. 스스로 상처를 만들어낼 때는 별생각 없다. 오히려 약간의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다음날 술에서 깨 벌써 흉이 진 내 몸을 보고 있노라면 그게 그렇게 보기 싫다. 그래서 열심히 가리고 다닌다. 어 그거 왜 그래요? 넘어졌어요. 얼토당토않은 변명이나 대며.


왜 나는 안 되고 걔는 되는데. 왜 내가 좋다고 할 때는 안 받아 줬으면서 걔는 받아 줬는데. 라는 생각이 들자 끝없는 자괴감과 터무니없이 깊숙하고도 낮은 자존감에 빠지곤 한다. 남들에게 거절당했다는, 거부당했다는 기분이 들면 참을 수 없이 서글퍼진다. 내 우울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날 꼭 사고를 친다. 내가 나를 상처 내지 않고는 못 견디는 거다. 이토록 상처받았다는 표식을 만들어낸다.


그래봤자 알아주는 이 없고 알아준다 한들 정작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한 본인은 관심도 없을 텐데.


남을 나로 둔갑시키는 일은 괴롭다. 나와 남을 분리하지 못하고 남에게 받은 상처를 내가 만든 상처로 바꿔버린다. 그러니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상처를 주는 나와 받는 나 모두 같은 사람일 뿐인데. 그래서 진짜, 진짜 수백 번도 더 한 다짐을 또 한다. 나라도 나를 미워하지 말자.


그럼 한 가지 질문이 빼꼼 튀어나온다. 남들은 나를 미워해? 글쎄. 정말 글쎄다. 나를 가장 미워하는 건 정말 나일지도. 이쯤 되니 이렇게나 나를 괴롭게 하는 게 남인지 나인지 모르겠다. 나는 괴롭고 힘든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세상 가장 어려운 일, love yourself! 누군가에게 뚜렷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하는 이상 하지 못할 것 같다. 사랑 없이 사랑하기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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