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마시는 차가운 맥주의 맛을 아는가
맥주 에세이 #1.
평생 운동을 해왔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수영을 시작해서 그 후 각종 종목을 섭렵하고, 몇 년 전까지는 짐에서 퍼스널 트레이닝도 받았다. 스무 살이 넘은 후로는 아무리 재미있는 운동이라도 2년 넘게 하지는 못 했다. 끈기가 없어서이기도 하고, 게을러서이기도 하고, 또 워낙 다양한 종목들이 유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한창 클 나이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고,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노화가 진행될 나이다. 재미를 붙여 하루 몇 시간씩, 연달아 며칠을 운동을 했더니 무릎이 시큰거린다. 근육들이 지쳤는지 자세도 시원찮고 성과도 별로다. 우울한 기분으로 집에 와 씻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맥주를 한 잔 마셔야겠다. '맥주는 첫 잔'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맛있는 맥주도, 무더운 여름 대낮에 마시는 갓 따른 맥주 첫 모금의 맛을 따라오지는 못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맛있는 맥주가 있다. 바로,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시간 열심히 뛰고 돌아와 타는 듯한 목구멍에 꼴깍 넘기는 한 모금의 맥주다.
그 한 모금에 갈증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뻣뻣하게 굳었던 근육이 스르르 풀린다. 저리던 다리도 멀쩡해지고, 뺨이 뜨듯하게 달아오른다. 최고의 순간이다.
워낙 술을 즐기는 편이라, 평일에는 약속 없이는 가급적 술을 자제한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나의 노력이 나를 배신한 날, 한다고 했는 데 따라주지 않는 성과에 좌절한 날, 이런 날은 이 맥주 한 모금을 거부할 수가 없다.
한 모금에 나를 위로하고, 또 한 모금에 더 나아질 내일을 다짐하며 하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