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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랑 Nov 14. 2024

친구들과 반장.

동진과 반장.




친구들 반장.


반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동진이 조직의 실세로 떠오르며 영향력을 넓히는 상황에서, 위협은 이제 숙자와 현주에게까지 미치고 있었다. 오랜 친구를 잃고, 지키려 했던 사람들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반장은 마침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부산지검으로 발령을 신청하는 서류를 작성했다. 동진의 본거지가 있는 그곳에 직접 발을 들여 조직의 뿌리를 뽑아내기 위한 작전을 구상하며, 눈앞에 펼쳐질 싸움을 그러보았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의 불안을 끝내고,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반장은 서류에 서명을 하며 결심을 다졌다. 부산지검에서 법의 이름으로 동진을 막을 것이었다. 반장은 이제 정의를 실현하고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서류를 제출했다. 그동안의 아픔을 마침표로 바꾸려는 결단은 흔들림 없이 굳건했다.          




반장의 곁에는 언제나 현주가 있었다.

그녀는 해운대에 작은 갤러리 카페를 열어,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이어갔다. 그곳은 그녀의 손끝에서 빚어낸 예술과 따스한 사랑이 담긴 공간이었고, 그녀의 작품들로 둘러싸인 카페는 온화한 에너지를 뿜고 있었다. 반장은 그곳에서 현주와 함께 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그림에 대해 기하고, 커피를 마시며 미소 지을 때마다 마음속엔 오랜만에 희망이 피어올랐다.


현주와의 관계는 그에게 삶의 이유가 되어 주었고, 두 사람은 조용히 결혼을 약속했다. 그들의 미래는 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고통과 슬픔 속에서 헤매던 반장에게 현주는 안식처 같았다. 그녀와 함께 보낸 순간들은 그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반장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동진의 존재와 남겨진 상처들은 그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반장은 현주와 함께 웃고 있을 때도 가끔씩 어둠이 드리워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그는 진정으로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주를 바라보며 다짐했다. 그녀와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남겨진 숙제를 끝까지 해결할 것이었다.




부산지검으로 발령이 나자, 반장은 동진의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을 세밀하게 계획했다. 이제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였다. 그의 눈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서려 있었고,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과 약속을 위해 단호히 움직였다.


뜻밖에도 어린 시절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삶의 길을 걸어왔고, 오랜 시간 연락조차 하지 않은 친구들도 었지만, 어린 시절 함께 울고 웃으며 쌓아온 우정이 그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먼저 병준이 그에게 찾아왔다.

그는 몸에 남아 있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숙자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싸울 결심을 다졌다.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반장에게 힘을 보태고자 했다. 어떤 이는 정보 수집을 도맡겠다고 나섰고, 또 다른 친구는 회계자료 분석의 도움을 제안하며 작전의 기초를 다졌다. 그들은 함께 계획을 세우고, 서로를 믿으며 손을 맞잡았다. 강학교에서 함께했던 그 시절의 약속은 지금에도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 그들은 그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동진과 그의 조직이 불법과 위협을 끼치는 모든 것에 맞서 싸우기로 했다.


첫 번째로 도움을 준 사람은 나래였다. 그의 아버지는 해운업을 했고, 이제 나래 사업을 이어받아 부산에서 손꼽히는 성공한 업가가 되어 있었다. 부산항만의 여러 이권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던 나래는, 그만의 방식으로 동진의 조직을 예의주시해 왔다. 그는 부산항을 오가는 물자와 자금의 흐름을 꿰뚫고 있었고, 이를 통해 동진의 조직이 벌이고 있는 불법 활동을 파악하고 있었다.


나래는 반장을 조용히 만나 중요한 정보를 건넸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창가에 앉은 나래는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반장을 바라다.


“동진의 조직은 부산항을 통해 많은 불법 자금을 움직이고 있어,”


나래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반장에게 서류를 건넸다. 서류 속에는 동진 조직의 자금 흐름과 불법 거래에 대한 세부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게 내가 알아낸 정보야. 동진의 자금이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여기 다 나와 있어. 이걸 통해 자금을 막을 수 있다면, 조직에 타격을 줄 수 있을 거야,”


나래는 굳은 표정 말했다. 반장은 나래가 건넨 서류를 단단히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진의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해선 자금 흐름을 끊는 것이 먼저였다. 친구가 위험을 무릅쓰고 건넨 정보는, 반장에게 있어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다.


“고맙다, 나래. 덕분에 큰 힘을 얻었어.”

반장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나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반장은 나래에게 고마움을 전한 뒤, 또 다른 친구 준수를 만나기로 했다. 고아원 출신의 준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해 성공한 회계사가 되었고, 지금은 복잡한 금융 구조와 자금 흐름을 꿰뚫는 전문가였다. 동진의 불법 사업 장부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준수만한 이가 없었다.

준수는 반장을 만나자마자, 동진이 꾸며놓은 치밀한 회계장부를 펼쳐 들고 조용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장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지 않는 허점들이 있어. 여기, 그리고 이 부분에서 이상한 자금 흐름이 나타나.”


준수는 차분한 목소리로 동진의 장부에 감춰진 실체를 하나씩 밝혀갔다.


반장은 준수의 설명을 들으며 감탄 어린 미소를 지었다. “네가 있어 정말 다행이야, 준수야. 이건 큰 도움이 될 거야.”


준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동진은 자신이 만든 가짜 기록들에 너무 자신했어. 하지만 허점을 잡아낼 수 있다면, 그의 뒤를 철저히 추적할 수 있을 거야. 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반장은 준수가 건네는 서류를 단단히 쥐며 그의 말을 곱씹었다. 동진의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한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준수가 분석한 자료는 동진의 불법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었다.


길수는 평범한 치킨집주인이었지만, 그의 가게는 이번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가 된 길수의 치킨집은 반장과 친구들의 비밀스러운 수사본부로 변신했다. 가게 뒤편의 작은 방은 수사 계획을 세우는 회의실이 되었고, 동진의 조직을 무너뜨리기 위한 여러 전략이 그곳에서 논의되었다.


치킨집 안은 겉으로는 평범하게 손님들로 붐볐지만, 뒤편 방에서는 밤낮없이 긴박한 대화와 계획이 오갔다. 길수는 주방에서 치킨을 준비하며 친구들이 자리를  때마다 환한 미소로 그들을 맞이했다. 반장이 들어서자 길수는 웃으며 치킨을 건넸다.


“우리 가게가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네,”

길수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반장은 길수의 손에서 치킨을 받아 들며 가볍게 웃었다.

“네 치킨이 제일 큰 힘이 되고 있어. 이렇게 맛있는 치킨 덕분에 더 열심히 싸울 힘을 얻고 있으니까.”


길수는 반장의 에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의 계획이 그 작은 치킨집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은근한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만든 치킨 냄새는 따뜻한 위로가 되었고, 치킨집 안은 예전처럼 친구들 사이의 든든한 유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엿장수 아들 만호는 성공한 렌터카 회사 사장이 되어 있었다. 반장이 동진의 조직을 감시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쫓기 위해 필요한 차량을 만호가 지원했다. 만호가 준비한 차량은 부산 시내 곳곳을 오가며 조직원들의 동태를 밀착 관찰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감시 작전에는 어릴 적 싸움을 잘하던 전학생 지윤과 용수도 함께했다. 두 사람은 만호의 차 타고 조직의 본거지와 주요 거점들을 둘러보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조직원들이 언제 움직이고, 어디에 모이는지,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장소까지 세밀하게 기록 반장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그들의 감시는 동진의 조직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한편, 병준은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현장을 지휘하며 동진의 조직원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파악고, 그들의 계획을 미리 예측했다. 조직원들은 수사팀의 눈을 피해 숨어 다니려 애썼지만, 병준은 그들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병준의 경험과 직감은 조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힘이 되었고, 그가 제공한 정보는 반장과 수사팀의 전략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렇게 친구들은 서로 도우며 각자의 방식으로 동진의 조직에 맞서 싸웠다.




작전의 중심에는 부산항이 있었다.

동진의 불법 사업은 부산항을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조직원들을 배치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나래가 제공한 항만의 정보, 준수가 분석한 회계 장부의 허점, 그리고 만호가 지원한 차량 덕분에 조직의 움직임은 반장의 손 안에서 파악되고 있었다. 그 정보를 기반으로 동진의 자금 흐름을 차단하고 조직의 핵심 인물들을 정밀하게 겨냥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친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조직의 숨통을 끊기 위해 밤낮없이 움직였다. 병준은 현장에서 조직원들의 동선을 추적했고, 지윤과 용수는 현장 감시를 통해 변동 사항을 수집 반장에게 보고했다. 길수의 치킨집 뒤편에 마련된 본부에서는 새로운 전략이 논의되었고, 반장은 친구들의 정보를 종합 조직을 무너뜨릴 최적의 계획으로 수정해 나갔다.


반장은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과거 강호국민학교의 평범한 아이들이었던 그들은 이제 함께 어깨를 맞대고  싸움에 나서고 있었다.


반장은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것이 끝나면, 다시는 그 누구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는 바닷바람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순간을 느끼며, 마지막 결전을 위해 굳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와 그의 친구들은 이제 모든 걸 걸고 동진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동진과 반장.     


마침내, 동진은 반장에게 검거되었다.

긴 추격의 끝이었다. 그의 조직원들이 하나둘씩 차례대로 검거되면서, 세력은 허무하게 무너져갔다. 동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산의 좁은 골목길 속에서, 동진은 반장에게 포위되었다. 그가 속한 조직의 모든 경로가 차단되었고, 더 이상 도망갈 곳 없었다. 숨이 가쁘고, 몸은 피로에 지쳤지만, 특히 그의 눈빛이 복잡했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좌절이 교차했, 동시에 깊은 두려움 엿보였다. 그 모든 것을 잃고 결국 이곳에서 멈춰 서게 될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반장은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동진의 눈빛 속에서 흔들리는 순간을 느끼며, 반장은 더 이상 그를 쫓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동진은 마지막까지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그의 몸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숨결이 가빠지며, 반장과의 마지막 대면에서 모든 것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동진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느끼며,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이제까지 벗어날 수 있던 세상의 끝은, 부산의 골목길에서 반장에게 포위되는 순간이었다.


반장은 조용히 동진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그동안 쌓여온 긴박감과 고통 속에서, 이 순간은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었다.    

 

반장은 아무 말 없이 동진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운명이 이렇게 맞서게 될 순간이, 어릴 적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과 사건들이 그들을 이곳까지 이끌어왔고, 이제는 모든 것들이 이 순간을 향해 모여든 듯했다. 동진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반장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움직임은 의도적인 것이었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오히려 예기치 않게 차분했다.


그리고, 동진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반장, 난 현주를 정말로 좋아했어.”


그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고, 반장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동진의 눈을 바라보았다. 동진은 고백하듯 말을 이어갔다.


“어릴 때부터 난 늘 너와 비교당했고, 네가 항상 나보다 더 나아 보였어. 현주도 그랬지. 난 너와 다르게 살았고, 다르게 선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주를 정말로 좋아했어. 하지만 현주는 너를 선택했지.”


반장은 동진의 고백에 조금 놀라운 기색을 보였지만,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동진의 말을 기다렸다. 동진의 얼굴은 그동안 겪어온 분노와 좌절이 섞인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반장을 향해 내뱉은 말은 과거의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갈망했던 모든 것을 인정하는 순간처럼 보였다.


“너와 나의 차이가 뭘까, 반장?”

동진은 반장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차이를 묻듯 말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았어. 하지만 그게 항상 옳았는지, 너와 같은 길을 걷는 게 나았는지, 모르겠어. 네가 선택한 길과 현주의 선택이 나에게는 언제나 부족해 보였어.”


동진은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고, 그가 말로 풀어낼 수 없는 감정들이 반장 앞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반장은 그런 동진을 바라보며, 그가 이제야 고백하는 이 모든 말들이 그동안 쌓아온 감정의 폭발처럼 느껴졌다.


반장은 동진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잠시 침묵 속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결국, 나를 이기지 못했어.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잖아, 동진.”


반장의 목소리에는 예전의 감정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지나온 길에서 느껴온 묵직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동진의 갈망과 고백은 지나온 시간 속에서 형성된 무의미한 감정으로 끝나버릴 것이었다. 그들은 이제, 각자의 길을 마주한 채 이 싸움을 끝내야 했다.     


동진의 눈에 스치는 슬픔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그가 과거에 겪었던 모든 감정들이 얽히고, 왜곡된 채 흐르며, 결국 그를 여기까지 몰고 온 것이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현주를 향한 마음을 숨기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 길이 어느새 그를 이곳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이끌었음을 동진은 깨닫고 있었다.


"난… 이제 현주가 네 곁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동진의 목소리는 떨렸고,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그의 마음속에서 억눌린 감정들이 폭발하는 듯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어. 반장, 제발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줘."


동진은 고백하듯, 그리고 자신의 모든 후회를 담아 그 말을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그동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그는 현주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었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알았다. 그녀의 행복을 위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반장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동진을 바라보았다. 동진의 눈에는 더 이상 분노나 증오의 감정이 아닌, 깊은 후회와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 그의 마지막 요청은 진심이었다. 반장은 그가 남긴 고백에 대해 조용히 마음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그 무엇도 동진을 다시 돌려놓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너는 이제, 그녀의 행복을 위해 싸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구나."


반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단호했지만, 그 속에 동진을 향한 연민이 섞여 있었다.

"현주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내가 그 길을 지킬 거야."


동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한때의 악연을 씻어내려는 듯, 어쩔 수 없이 반장의 대답을 받아들였다. 이제, 그의 감정은 현주에게 남기는 마지막 바람으로 남았다.


반장은 동진의 고백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며,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한 번 더 응시했다. 그리고 그를 향한 말없이 깊은 고요함 속에서 자신만의 결단을 내리며, 현주와 함께 미래를 향해 나갈 준비를 했다.     


반장은 동진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꺼낸 마지막 고백은 짧고 간결했지만, 그 안에는 오랜 갈등과 내면의 혼란의 끝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선택을 했고, 그로 인해 지나온 길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현주를 행복하게 할게.”

반장의 대답은 짧고 담담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아픔이나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그 속에는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단호한 결심만이 있었다.


동진은 그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짓는 듯했다. 그의 눈에 스쳐가는 감정은 미묘했다. 후회, 해방,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리게 된 결단이 엿보였다.

"그래. 그거면 됐어. 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거야. 법의 심판을 받겠어."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는 다짐과 결의가 엿보였다. 지금까지 도망쳐왔던 그가, 이제는 모든 것을 끝내고 법 앞에 설 준비가 되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동진의 눈빛에는 더 이상 갈망이나 분노가 없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결과에 대한 무게만이 남아 있었다.


반장은 동진의 말을 듣고 덤덤하게 그를 법의 심판으로 넘겼다. 그의 표정은 변화 없이 고요했고,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동진이 남긴 고백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알면서도, 반장은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 친구를 잃은 듯한, 무엇인가 결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반장은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동진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들의 관계는 끝났고, 각자가 가야 할 길이 다르다는 사실을 두 사람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장은, 동진의 고백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고, 이제는 현주를 위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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