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대나무숲길처럼

걷고 뛰기를 함께하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by 연어사리

부부는 닮아간다고 했었나.

아니면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었나.

같은 비누를 사용하고 같은 세제 냄새가 풍기며 같은 집냄새를 풍기며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서로의 취향이 달라지고 투정 부리고 함께하는 것들이 조금씩 줄어들어버렸다.


연애 초반의 함께 공원을 걸었던 기억이 희미해져 가고 같은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혼자 보던 드라마를 같이 보며 동조했었는데 어느 순간 무엇도 나누지 못했다. 그래도 함께 해보려 노력은 했었다.

다시금 이어 붙여 보려 했었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이어 붙이는 킨츠키 공예처럼 금이 아니더라도 이어 붙일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어 붙여 보려 했었다. 그중 하나는 다시금 함께 걸어보는 것이었다. 혹시나 내가 먼저 시작해 보면 가능해질까.

처음은 그랬고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과정에 결국 나만의 만족이 되었다.

그 길을 매번 혼자서 걷고 뛰다 보니 함께 하지 못할 이유들만 찾게 되었고 나만의 사유의 세상으로 빠져들었고 글을 쓰게 되었다. 지난 시절의 욕망과 소망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그 뒤로도 쭈욱 나는 걷고 뛰고 있다.

시작할 초반에는 4킬로가 힘겨웠지만 이제는 숨하나 차오르지 않은 채 6~8킬로를 걷고 뛴다.

빠를 땐 한 시간 반정도 천천히 공간을 즐길 때면 2시간이 안 걸리며 시간이 날 때마다 걷고 뛴다.

사람이 없을 때도 있고 반려견들과 함께하는 모르는 이웃들도 보인다.

그들이 받아주든 받아주지 않든 인사를 건넨다.

그들이 지나갈 때 나는 각자의 향기를 느낀다.

상쾌한 세제 냄새 또는 향수에 섞인 비누냄새.... 마치 내가 관음증 변태가 된 거 같지만 그들의 삶이 얼마나 매력적 일지 상상해 본다.

내게는 어떤 냄새 흐를까.

내가 걷는 그 길뒤로 무엇이 흘러서 남겨질까.


일주일에 두 번을 시도하기도 하고 이른 새벽에 시작하기도 한다.

늦은 아침에 시작할 때면 집 근처 커피숍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사장님과 담소도 나누고 커피를 음미하기도 한다. 혼자가 되었지만 혼자가 아니고 울적해졌다 생각 들 때마저 대나무숲은 인생의 굴곡을 알려주며 삶의 지침이 되는 것 같다.

과거의 모습 같기도 하고 현재의 모습 같기도 하다.

어두웠다가 햇살 가득 환하기도 하고 아침 햇살에, 저녁노을에 비치며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아름다움, 슬픔과 우울, 지침까지 모두를 보여준다.


대나무가 빽빽한 곳은 살짝 음침하고 어두워서 언제 끝나나 싶지만 이내 곧 해사해진 길이 나타나고 해사한 길만 가득할 것 같은데 또 빽빽한 숲길, 그리고 듬성듬성 대나무 뒤로 멀리 강물 따라 흐르는 풍경이 보이기도 한다.

마음 같아선 매일을 걷고 뛰고 싶다.

매일이 다르고 찬란하며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다.

삶은 그런 것 같다.

손에 잡은 줄 알았지만 잡은 것이 아니고 놓은 줄 알았지만 놓은 것이 아니며 도망쳤다 생각했지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미로 같은 대나무숲길이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나면 계속해서 대나무숲길로 향할 것이다.

나만 느끼는 인생의 굴곡이 숨어 있으며 삶의 스승이 되어주는 곳으로 자꾸 파고들어 끝을 알고 싶어진다.

나는 어디로? 우리는 이제...... 행복은 가까이에 있지만 멀리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조용히 흔들리는 사삭거림은 대나무의 위로이며 나를 다독거리는 무한한 믿음이다.


남겨졌다고 생각했을 땐 참 슬픈 길이었고 혼자가 되어 바람에 흔들리는 사삭거림에 방문할 때마다 울기도 했었다. 이젠 그 사삭거림은 응원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괜찮아.
너는 강하니깐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내가 멈춰있을 때도 강물은 흐르고 바람은 대나무를 흔든다.

마음이 눈으로 뒤덮힌 겨울이어도 봄이 되면 들꽃은 핀다.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해 준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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