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교는 피할 수 없는 과정
밸런타인데이도 지났고 화이트데이가 다가온다.
어떠한 과정이었든 사람관계는 늘 변화를 겪는다.
영원할 것 같았던 우정도 너무도 어이없는 이유로 멀어지기도 하고 또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에게서 우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적과의 동거였던 관계가 그저 친구로만 남게 되었다.
가시를 잔뜩 세우고 쌈닭처럼 말로 두들겨 패는 능력으로 늘 사람들을 날카롭게 괴롭혔었다. 그런 내 모습을 나만 몰랐었고 그것을 무덤덤히 지키던 사람도 떠났다. 지나 보면 늘 새로운 시각이 보인다.
그때 당시엔 보이지 않았던 아주 사소하고 별거 아닌 과정들이 이제야, 나를 버리고 나니 보인다.
남남인 관계에서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불편한 관계이다.
결혼은 절대적 내편이라는 전제하에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었고 함께했었지만 정리된 관계에서는 무엇도 할 수없고 이해불가능이었다.
남보다 더 못하게 된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미련이라도 남았다면 무엇이든 하겠지만 미련 따위 없으니 그냥 아는 사람이 되었다.
둘 사이에는 각자의 모습을 조금씩 닮은 아이가 남겨졌다.
여자가 남자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히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아직은 그 길을 잘 모르기에 힘들다는 그 말들이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다.
아이라는 인연이 남아서 가끔은 억지로 대화를 하게 된다.
불편한 관계는 되도록 피하지만 이 불편함은 피할 수가 없다.
그냥 정면돌파이다.
원래 나는 그런 사람이니깐 당연하겠지.
절교는 했지만 간간히 안부는 알게 되는 불편한 관계.
시간은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아이는 쏜살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절교는 했지만 서로의 존재를 기억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멀리 볼 것도 없지만 가까이 둘 필요도 없다.
일을 하면서 더한 관계의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과거에는 늘 그랬다.
싸움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왔고 분쟁은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 했다.
이젠 불안도 불편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절교는 했지만 서로의 소식만 알고 가는 최소한 인맥들.
같은 곳을 바라볼 친구는 환상 속에나 존재하는 유니콘이 되었다.
이제 어디를 바라보아야 할지, 고민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 새로운 인연은 새로운 존재일 뿐이다.
학교에 다닐 때면, 꼭 마음에 안 드는 친구가 하나둘은 꼭 있다.
밀림 속 정글 같은 사회에서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꼭 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새로운 날들은 새로운 관계로 채우면 된다.
절친인 줄 알았는데 절친이 될 수 없는 평행선이다.
친구하나 절교하고 적당히 아는 척만 하는 마음으로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