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각자의 사랑과 배려를 이해합니다.

뒤늦게 알아서 미안합니다.

by 연어사리

가까이 있을 땐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장점은 그저 당연한 것이었고 단점은 늘 싸움의 원인이었다.

모든 것들은 늘 변하지 않고 함께 있을 것이기에 점점 더 각자의 감옥이 되고 옭아 메어 오는 담쟁이넝쿨이 되어 서로에게 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알았다.

나름의 사랑과 배려를 느끼고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아무 의미 없이 던지던 그의 말.

"세상 어디 나 같은 남자가 또 있을 것 같냐?"

말은 어떻게 어떤 어투로 말하느냐가 중요하지만 퉁명스럽고 투박한 사투리로 화가 몹시 난 듯 핀잔하고 무시하듯 던지던 그 말투는 자꾸만 지치게 만들었었다.


자유를 찾은 내겐 수많은 손길이 다가온다.

질척대고 지저분하고 때론 광적인 집착에 가까운 소개..... 그로 인해 사람을 거르게 되었다. 또는 좋은 사람 소개해준다는 빌미로 자꾸 만남을 청하는 자들. 그리고 업무적인 조언을 위해 희망고문하는 이들.

모든 것은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나를 지켜주기에 가능했던 또 다른 자유를 주었던 것이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현재의 나에겐 결혼의 울타리가 떠났고 지금의 소박하고 단조로우며 평안한 하루에 완전히 녹아들듯 스몄다.

그러니 아등바등 불편해도 참아가며 유지해야 할 인간관계란 필요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저 단조롭고 평안함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 박장대소하며 즐겁게 만나줄 가장 가까운이 그들만 있으면 되었다.


새벽녘 조용히 일어나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하루의 일과를 챙기며 아이와 보내는 일상은 매일이 보상이며 행복이 되고 또 나를 정비하고 다독이는 보물 같은 일상이 되고 있다.

마음은 여유가 넘치고 가끔이지만 누군가를 만나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아주 소소하며 솔직한 일상을 나누는 그런 것이지만 그것 역시 이전과 다르며 다른 상대이기에 설렘 가득이다.


여유로워진 마음이 전에 못 보던 것을 보게 한다.

불평등한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에서 비슷한 상황과 과거를 만난다.

그리고 지난 사랑에서 그가 했던 사랑과 배려를 확인했다. 그는 그 순간만은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배려하고 있었던 것 같다.

퉁명스럽고 화나있었던 모든 것은 원래의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들을 참아야 했고 아무렇지 않게 던지던 그 말들은 걱정스러움이었지만 그 마저도 제대로 듣지 않고 제멋대로라 느낀 나에 대한 불평이었고 투박한 사투리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던 그의 모든 상황이었다.


그는 불편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예민한 남자였다.

대부분 그러겠지만 그래도 성숙한 이는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서 찾아낸다.

그는 그렇지 못했다.

스스로를 다독일 만한 어느 것도 찾지 못했었던 것 같다.

자존감 강한 나를 만나 어디도 들어갈 공간 없는 촘촘한 울타리만 느낀 것 같다.

이제야 알겠다.


함께이길 바랐지만 함께이지 않고 늘 각자로 남아 버린 채 우리는 아이라는 끈으로만 연명되고 있던 가족이었다. 우리는 이제 공동양육자이다.

사랑은 저 멀리 달아났고 결실은 자꾸만 커가고 있다.

함께하는 사랑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길을 선택한 우리에게 너무도 힘들고 지치는 희생이었다. 지금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되어 미안했다.

왜 그땐 몰랐는지 받은 사랑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비교하게 되니 알게 되었다.

사랑이 없다고 생각한 그 순간마저 사랑이 머물고 있었고 나의 안위를 살피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때 알았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란 것을 안다.

그것은 서로에게 맞춰진 당연하고 신성한 의무였다.

이제는 안녕과 행복을 빌어준다.

직접 안부는 묻지 않는다.

그저 마음으로만 응원할 것이다.


월요일 연재
이전 10화우리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