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은 혼자 내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먹고살아야 하고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니깐 매일 새벽이 졸리고 힘들지만 커피믹스를 마시며 잠을 쫓는다.
똥 묻은 개를 피하고 쫓아냈다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달리는 중인데 같이 일하게 된 직원분이 딱! 과거의 그 사람이다.
예전 같으면 좋은 사람이겠거니 사람만 좋으면 된다 생각했다.
사람이 좋으니 수많은 단점은 맞춰가는 거고 극복해 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젊고 패기 넘치며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을 낮추는 그런 겸손함을 잃어버린 채 중년이 되었다. 잘못은 함께 한 것이지만 후회와 물러섬은 미덕이 아니라 느끼며 계속해서 밀당을 시작한다.
그러다 잔소리와 쓴소리, 채찍과 당근까지 모두 다 풀어내는 한 사람으로 인해 강제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버지의 말씀이 맞았던 것 같다.
온전히 나만이 잘못한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히 나에게도 잘못이 있었다.
그때엔 노력하지 않던 모습만 복리이자 붙은 눈덩이로 보였기에 나의 잘못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저 잘못은 상대만 한 것이었고 나는 그저 피해자였었다.
그런데 말 좀 예쁘게 하라는 한마디가 가시가 되고 비수가 되어 꽂혔다.
무심히 혼자 타먹던 소맥이 참 씁쓸했다.
나는 나를 돌아보고 있다.
과거의 관계는 여전히 정리 중이며 또한 '미움'이라는 화살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고민하며 분을 삭인다. 그러나 거울에는 나의 미움과 심술은 보이지 않고 상대의 미움만이 덕지덕지 심술보처럼 늘어져 나를 끌어당긴다.
갑자기 그 사람이 다시 보인다.
나 때문에 지치고 힘들었겠구나.
남자들의 언어로 해석할 땐 여자인 나의 언어가 무던히도 가시 같았겠구나.
그래 마냥 미워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 설거지를 했던 날, 칭찬과 자신을 향한 존중의 눈빛을 원했겠지만 당연한 것을 해놓고 왜 그러는지 짜증을 냈었다. 큰 선물은 아니었지만 맛있는 밥과 반찬을 해놓고 기다리던 그 사람은 칭찬을 바랐겠지만 "나 이거 먹고 싶지 않은데, 괜히 힘들게 왜 했어?"........
동상이몽은 자꾸만 서로에게 창과 방패가 되어서 부메랑으로 다가왔다.
세상에서 못 뚫을 게 없는 창과 세상에 못 막을 것이 없는 방패는 결국 서로를 각자의 성에 갇혀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명한 사람은 각자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조율하는 사람이겠지.
현명한 줄 알았는데 사실은 똥멍충이었던 것 같다.
손뼉은 한 손으로 칠 수가 없다.
불협화음도 혼자 내는 것이 아니다.
나를 아껴주는 오라버니가 조언을 한다.
"동생아, 혼자 살기로 했으니 편하게 혼자 살아."
누가 했느냐에 따라 화가 날 것 같은 말이지만 그 말이 참 따스했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가진 것이 100인데 1000을 가진 사람을 기대한다.
1000을 가진 사람은 1000을 가진 사람과 만난다.
스스로의 매력이 모순(창과 방패) 덩어리인데 현자를 원했었다.
명제가 잘못되었는데 잘못된 명제는 고칠 생각을 안 하고 답이 잘못되었다고 탓을 했다.
할머니가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른다.
"조금만 참아봐. 좋은 날 올 거야. 어디 보자.... 그래 조금만 있으면 남편 밥 먹고 살겠다."
할머니는 수년 전에 돌아가셨고 용하다던 할머니의 예측은 맞았다.
일을 오래 쉬던 그분은 한동안 나를 위해 손수 밥을 하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진수성찬을 차려주었었다.
그러나 바람은 늘 어긋났고 남들이 볼 때 부러웠던 관계는 쉽게 깨지고 멀어졌다.
후회는 없다.
그저 잘못은 각자의 몫이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Ral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