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살아가는 인생 다큐의 시작.
'나란 사람은 무엇을 잘하는 것일까?'
지난 시간 동안 나에게 했던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람은 누구나다 창작가이며 프로듀서이다.
자신의 삶, 이야기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감독이자 작가이다.
자신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쌓였지만 결과물은 거의 대부분 미완이다. 완성되어서 상영관을 찾더라도 흥행은 커녕 독자도 거의 없으며 상영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단독 상영관이 절찬 진행 중이라면 얼마나 행운아 인지 짐작이 되는가?
'걱정'이라는 평생친구가 늘 훼방을 놓치만 단독 상영관에서는 일단 괜찮다. '걱정'이 때때로 긍정적 결과를 가져와 '긴장'이라는 변수를 만들어내서 외부 상영관을 만들기도 하지만 모두다 상관없다.
지금의 내가 중요한 것이다.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두 번째 20살을 마주했고 그동안 어떤 이야기로 무엇을 하려 하는 했던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만을 던지는 미완성, 그 자체의 인생 다큐일지도 모른다는 결론.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이주했다. 그 동안 이루었던 나름의 그것들을 모두 포기한 채, 쉽고 아늑한 길은 멈췄다. 실패한 인생인 것 같았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빈대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년, 구례사람으로 살면서 도시와 지역을 오갔다.
꿈꾸는 사람이었다.
늘 꿈을 꾸었고 그 꿈을 현실로 이루는, 마법사 같은 캐릭터였다.
2020년의 나는, 그저 미완성의 아무것도 가진 것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모두의 표정은 그러했다. '그래, 너의 말은 거짓말 같지 않지만 믿을 수는 없다'라는 무언의 외침을 했다. 어쩌면 피터팬이 웬디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러했을 테다.
이해한다. 그리고 이해했다.
그들을 원망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입장을 바꿔놓고 보아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이주하기 전 도시에서의 나만의 캐릭터를, 그 동안의 과정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했으니 내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으나 어떤 것도 받아줄 수 없었을 테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도시에서 완성된 삶을 살았던 이가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고향으로 돌아왔을때, 고향도 성인이 된 나를 낯설어 하고 기억과 다른 고향의 모습에 당황했다.
추억은 늘 아름답다. 상상과 과거라는 양념으로 버무려져 미화되고 선동된다. 머리에 남아 있는 모습은 잔상처럼 환상이었고 이상함에 낯선 고민을 만들었다. 가장 나다운 것과 스스로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만 하는 마법 같은 일들은 정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의심은 사람을 퇴화시킨다.
의심은 자신 스스로를 퇴보시킨다.
퇴화-퇴보-퇴색, 그렇게 변화를 알아갔다.
사람은 언제가 가장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는 것일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만이 가진 부족한 여건, 풍족하지 않은 절대적 현실. 그리고 절실함.
그것은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이주했던 나는, 많이 부족하고 풍족하지 않은 현실 속에 절심함으로 나를 찾으려,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함으로 변화와 발전을 했다.
세상 모든 만물에게 유일하게 공평한 것,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
모두에게 주어진 똑같은 시간은 원하는 것이 부족해 질때 최대 활용 포인트이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었다. 그저 미련하게 보일 수 있어도 상관없었다. '도대체 너는 무엇을 하느냐?' 라는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풍족하지 않은 현실을 만능으로 채우기 위해 책을 읽고 자료를 모았고 생각했다. 진정 바라는 것과 원하는 것을 같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자. 미련스럽게 노력했다. 결국 찾았다. 그것은 성실함과 노력으로 무장한 시간의 결과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채워진 브랜드.
"구례 현상점"
누군가를 위한 예쁘고 정성스런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 버려지는 재료들이 재생됨을 바라는 오지랖으로 만들어진, 과거의 구례이면서 미래를 살아갈 내 꿈이 가득한 이름. 구례현.
브랜드도 정해졌고 무엇을 할지도 정해졌고 그 안에서 판매할 물품들도 정했다. 작은 장소지만 계속해서 꾸미고 또 꾸미고 정리한다. 완벽할 때 알리면 좋겠지만 그러다가는 평생 못보여줄 것 같아 천천히 준비하며 초대하려고 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기에 그전에 먼저 할 일들을 천천히 시작해 볼 것이다. 조금 늦는 것이 어때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볼 테다.
꿈을 꾸는 것은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니다. 몽상가라고 치부했을 당신에게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몽상가이기는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며 노력형이라는 것, 달리기 경주에서 뒤쳐진 거북이 같지만 시작한 것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오늘 하루도 모두 모두 수고했어요. 구례현상점의 시작을 조금씩 보여줄게요.
천천히 따라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