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 40년과 연어사리 40년
'구례현상점'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공모전을 시도하고 꿈을 실체화하기 시작한 게 햇수로 5년쯤 되었다.
오프라인에 실체를 갖게 되기까지 1년, 그리고 그 내부를 채우고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 '구례현상점'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2년...... 이젠 어떤 곳으로 옮겨야 하나, 아님 지금 장소를 계속 유지해야 하나.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으려나 계속 고민하고 생각한다.
글을 꾸준히 쓰고 구례현상점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이런 활동을 1년쯤 하고 보니, 그동안 정말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이라면 하지 못했을 일들을 하나씩 해내고 사람들에게 계속 떠오르는 존재가 된다는 것 역시 너무 안일했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 속에서 진행했었다.
문득 홀로서기라는 것이 단번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간다.
작년에 읽었던 매러디스 파인먼의 '자랑의 기술'이 생각난다. 자신이 하는 일과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끊임없이 말하라고 이야기하던 책, 그로 인해 작가 자신도 미국 내 유명인들까지도 컨설팅하게 되었다는 긍정의 효과로 성공을 이루었다고 했다.
그동안 내가 누리던 소속이 가진 후광을 몰랐었다.
그곳에 계속 살기에 몰랐다는 말이 맞다. 소속된 곳을 벗어나 혼자힘으로 프리랜서 강사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들녘에 기억하지 못하는 잡초 같은 것이다. 이제는 새로운 소속들도 만들어 가고 스스로의 브랜드도 만들어간다. 어디 들녘인지 어떤 색의 꽃을 피우고 어떤 모양을 가졌는지도 기억하는 풀이 되어간다.
그래 친구와 술은 오래될수록 좋다고 했다.
일도 취미도 모두가 오래 할수록 좋다.
1827년 스코트랜드 조지 밸런타인(Ballantine)이 만든 위스키, 그의 아들 글래스고가 대형식료품을 오픈하자 독자적 블렌디드 방식의 위스키를 판매하였단다. 발렌타인 상점의 발렌타인 위스키가 200년이 지난 동양의 한국에서 판매될지 알고 있었을까. 술이 오랫동안 묵혀지고 오랜시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위스키의 브랜드로 자리잡혔다. 발렌타인 40년도 그 가치를 이해받고 한 병에 2000만 원씩에 한정판 6병이 팔렸다는데 연어사리 40년은 어떤 가치가 되려나.
'구례현상점'은 앞으로 어떤 친구가 되고 어떤 숙성을 거칠지 상상해본다.
가끔은 아프고 가끔은 궁핍해진다.
그런 일상에서도 좋은 친구들, 좋은 술만큼 같이 묵어가는 친구들이 있다.
가끔은 너무도 안 맞는 남편, 구제불능 대형견 같지만 아프다고 하면 당사자보다 더 정신줄을 놓고 병원을 따라다닌다. 급할 때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토닥여주고 도움을 주는 친구들, 오며 가며 구례현상점에 들러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 답답하고 아픈 일을 의논하면 같이 걱정해 주는 시장의 사람들. 앞으로는 어떻게 광고를 내볼까 고민하던 차에 소식지에 구례현상점의 이야기를 올려주신 고마운 분까지.
어쩌면 꿈을 이루는 것은 돈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다들 돈을 핑계로 삼는 것은 아닐까.
가끔은 절실한 마음의 소리가, 내면의 소리가 나의 소원을 들어준다.
영화 '3000년의 기다림'처럼 우리는 중년에도 아름다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했을 때 간절한 외침이 소원을 이루어주기도 한다.
부정한 생각들은 우리를 피폐하게 만들 뿐 아니라 나약하게 만든다.
아마도 당분간 술은 마실 수 없겠지만 술을 마셨던 순간들이 부정보다는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다는 거, 걱정해 주는 친구들과 함께 꼬치구이집에서 사케를 밤새 마시고 웃고 떠들고 때때로 울며 욕하던 순간들.
소주 두 병과 라면 한 그릇, 새우깡 한 봉지에도 웃을 수 있었던 시간들.
그래 그 동안의 시간은 숙성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잘 지내보아요.
건강의 적신호는 잠시 쉬어가라는 의미겠죠.
가만히 있어도 사랑받고 기억해주는 것은 없어요.
무엇인가 어떤 행위가 있었기에 변화가 생기고 결과가 나오는 것은 확실한데
가끔은 그런 기본적인 것을 잊을때가 있네요.
큰 그림은 가까이서 보는게 아닌데 가까이서 부분만 보고는 우울해지는 것 같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생각의 발상을 만들어 준 어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안부를 전해주는 고마운 분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