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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p May 04. 2024

라벨갈이 손님에 대해서

매장을 운영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이온다. 국내외 브랜드 매장이나 쇼핑몰 자체생산 손님들을 종종 만날수있는데 공통된 요구사항이 있다. 우리 회사가 디자인한 옷에 자신의 라벨을 붙여 달라는 요청이다. 동대문에서는 '라벨갈이'라고 부른다. 한번에 색상별로 많은 양을 주문하는 편이다.



단순한 라벨만 바꿔서 다는경우와 디자인을 조금 수정하는 경우가있다. 만약 사이즈를 키워달라거나 팔길이를 늘려달라거나 다리길이를 늘려달라는경우도있다. 복잡한 수정보다는 간단한 요구사항이 많다. 들어가는 일의 양에 따라 추가금액이 발생하기도한다.



도매입장에서 디자인 변경이된 라벨갈이를 하는것은 나쁜것은 아니지만 공장입장에서는 매우 번거로운 과정임이 틀림없다. 라벨을 바꿔단다고 돈을 더주는것은 아니며 라벨을 받고 퀵을 보내고 하는 일들이 추가가되며 이미 짜여진 생산라인에 변화를 주어야한다. 아주 단순한 변화이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잘 따라 주지않아 실수도 자주 나온다.



라벨갈이를 오래 진행해본 결과 공장에 많은 여러 어려움이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우선 디자인이 변경이되면 패턴들이 새로 나와줘야하는데 그 패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관리가 매우 어렵게되었다. 나중에는 패턴이 뒤바뀌고 잘못 재단이 되는경우도 생겼다. 라벨을 공장과 주고 받으며 소모되는 퀵비와 에너지에 비해 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



라벨갈이 주문이 전체매출의 50%를 차지하지 않는이상 요구사항대로 잘 해주는것이 맞다. 만약 내가 운영하는 매장처럼 10%미만정도되는 주문이라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수없다. 공장에서도 만들때 좀더 신경써야하고 출고가되도 바쁜와중에 그 물건을 따로 챙기느라 또 신경을 써야한다.



시간이 지나 그동안 진행했던 라벨갈이 물건들을 조회해보았다. 쇼핑몰 자체생산과 브랜드들의 주문건들이다. 생각보다 매출이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벨갈이를 하기위해 생긴 실수들까지 반영하면 그냥 우리가 만든 옷을 판것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신경만 더 쓰고 사고의 위험을 떠안아야하며 공장에서도 매우 번거로워 한다.



큰 마음을 먹고 라벨갈이 주문과 단순 디자인 변경들을 진행하지 않게되었다. 들어가는 일에비해 이익이 미미하다고 생각했기때문이다. 그 결과 낮에 일하는 디자인 인력이 조금더 편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매장 직원들이 라벨갈이 납기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공장에서 번거로운 디자인 보관과 디자인 수정사항이 줄어들었다.



대신 라벨갈이 매출은 없어졌다. 차라리 우리 가 팔 디자인을 더 신경쓰고 많이 도전하기로했다. 몇년이 지난지금도 라벨갈이 요청은 꾸준히 들어온다. 그러나 아직도 하고있지는 않다. 그러나 내가아는 매장에서는 우리매장의 이런 방법은 아무도 이해하지는 못한다. 우리매장의 의류만드는 시스템이 라벨갈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다. 앞으로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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