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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Jun 19. 2023

샤워

조금 늦게 달리기 하러 나갔다. 역시 달리기는 만병 통치약. 다녀와서 찬물 샤워를 하니 기분이 좋다. 기분 좋은 작은 일들을 많이 늘려가야겠다고 생각한 아침.


달리면서 굉장한 생각에 떠올랐는데 샤워하고 나니 기억이 안 난다. 좋은 생각이면 또 떠오르겠지. 풀들이 내 키보다 더 많이 자랐다. 하얀 개망초가 지천에 깔렸는데 정말 더워 보인다. 더운 곳에서도 잘 자라는 꽃들은 그 환경에 잘 맞아서겠지. 사람도 다 자신에게 맞는 환경이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봤다. 돈이란 내겐 정말 갖고 싶으면서도 두려운 존재다. 멀쩡했던 사람도 돈 앞에서 추잡해지는 모습을 많이 봤고 그것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궁핍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현명하게 사용할 자신이 없다면 더 적지도 더 많지도 않게 적당히 갖는 게 존엄을 지키는 방법 같다.


그리고 나의 발작 버튼이 뭔지 알았다. 나를 사람이 라니라 돈으로 보는 . 이건 10 넘게 회사에서 그런식으로 사람을 다루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나온터라 그렇다. 조금이라도 그런 느낌을 받으면 견딜 수가 없다.


돈 많이 벌고 싶다. 그렇지만 내 욕심을 채우는 데 다 쓰지 않겠다고 기도한다. 구체적으로는 마음이 아픈 청소년들을 돕고 싶다. 긴 터널 끝엔 반드시 빛이 있다고, 죽을때까지 봐도 다 담지 못할 아름답고 신비한 세상이 있으니 그걸 보지 못하는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요 근래 결심했던 것이 있다. 업무상으로 만난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절대로 믿지 말고 할 말 이상은 하지 않고 지내야겠다고. 그런데 오늘 달리면서 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대한다고 해서 나의 좋은 점들을 바꾸거나 버릴 필요는 없다고. 경험상 다정함은 나누면 나눌수록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모였었다. 상대방에게 무얼 바라지 않고 도움을 주면 꼭 그 상대가 아니더라도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이런 관계들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머릿속은 아직도 꽃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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