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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Sep 01. 2023

8월 일기

8월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을이 왔다. 날씨가 갑자기 선선하다. 온도를 체크해 보니 23도. 지난 한 달간 헬스장 러닝머신으로만 뛰다가 오늘 밖으로 나왔다. 30분 연속 달리기를 목표로 뛸 때는 30분이 아득하기만 했는데 어느새 50분 연속 달리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30분은 쉽다.


오늘 처음으로 밖에서 최고속도로 달려 보았는데 최고 속도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점점 더 속도가 붙는 내 다리가 정말 신기했다. 달리기를 할 때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진 순간 정말 날아오르는 기분.


오늘따라 길에 호랑나비가 정말 많아서 발을 디딜 때마다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올랐다.


어려운 일을 하고 나면 그 전 것은 쉬워진다. 내가 성장했음을 알아챘을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계속해서 그다음을 찾게 되는데 요즘 일적으로는 그다음이 없는 상태라 더욱 달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체력도 많이 좋아지고 머릿결도 좋아지고(왜인진 모르겠다…) 얼마 전엔 입양한 아기 고양이도 하루종일 돌봐야 해서 오히려 휴식을 취하기엔 적절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노엘은 내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서 하루종일 놀고 자기를 반복한다. 호기심은 얼마나 많은지 모든 것을 물어뜯고 본다. 그런데도 밉지 않고 하루종일 봐도 질리지가 않는 게 신기하다.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일까,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아이가 그저 행복하고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 노엘은 하품할 때가 제일 귀엽다.


또 무슨 일이 있었나. 기획이 조금 난감해서 거절할 요량으로 금액을 높게 부른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클라이언트가 그 가격대로 진행한다고 해서 하게 된 작업이 있었다. 무척 더운 날 야외에서 진행이 되었고 통제할 수 없는 자연물을 찍어야 해서 시간도 많이 지체됐었다. 처음부터 포트폴리오로 쓸 만한 작업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획자가 무안하지 않게, 조금이라도 잘 나오게 최선을 다 해 찍었는데 결과적으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선을 다 해도 기획했던 그림 그 이상은 나오질 않았던 것이다.


매번 느끼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기획이 아닌가 싶다. 예쁜 화면이나 화려한 카메라 무빙, 편집 스킬이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할 것. 그리고 그것은 심플할수록 더 좋다.


그래서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어떤 풀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 매일 미친 듯이 뛰고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에게 사랑을 퍼붓고 매일 누구도 보지 않을 이곳에 이렇게 긴 글을 적어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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