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지 12
여차하면 다시 취직할 요량으로 이력서를 써 두려고 했는데 좀처럼 시간이 안 난다. 사실 시간이야 내면 되는 건데 너무 섣불리 포기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도 하고 막상 쓰려고 하면 기가 막히게 일이 들어온다.
회사 생활을 돌이켜보면 회사로 돌아가느니 고향집에 내려가 사과나 딸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보자 싶은 마음이 반반이다. 그냥 확 뻔뻔하게 남편에게 자리 잡힐 때까지 나를 먹여 살리소, 할까? 근데 그건 회사로 돌아가는 것 보다 더 싫다. 가족에게도 폐 끼치지 말자는 암묵적인 가훈 아래 살아온 탓이다. 게다가 집이 작으니 이불을 빨고 청소기를 돌려대고 밥을 차려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아이도 없는 내가 집에서 뭘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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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만들어둔 명함을 쓰고 있는데 다시 만들고 싶다. 최근에 받은 몇몇 명함은 참 근사했고 그 때문인지 명함을 준 사람의 얼굴까지 깨끗하고 반듯해 보였는데 내 얼굴을 갈아엎진 못하니 명함이라도 다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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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감기에 걸렸다. 어제오늘 콧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반면 재채기가 시원하게 나와서 재채기를 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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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전을 많이 한다. 어제는 왕복 세 시간을 운전했고 자신감이 붙어 오늘 세탁소에 옷을 맡기러 차를 끌고 나갔는데 차선을 못 바꿔서 6분 거리를 15분 만에 도착했다. 자신감이 게 눈 감추듯 다시 쏙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