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지 9
일을 핑계 삼아 지인들의 집을 방문하고 있다. 알고 지낸 지 다들 10년이 넘었거나 그 가까이 되니 단순히 지인이라고 할 수 없고 친구라고 하는 게 맞겠다. 사교성이라곤 바짝 깎은 내 손톱보다도 없고 먼저 연락하는 일이라곤 없는 내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부를 묻고 생일을 챙겨준 사람들의 다정함은 돌이켜보니 정말 인류애란 것을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구나 싶다. 그들에게 사무치게 고맙다. 솔직히 내게 좋은 점들이 있다면 십중팔구 다 그들에게서 배운 것 들이다.
긴장을 많이 하는 탓에 아직도 어지간히 많이 만난 사람이 아니면 함께 밥을 잘 못 먹는 편인데 이들과 함께 한 며칠간은 밥과 술과 빵과 커피가 들어가는 목구멍을 이제 그만 막고 싶을 정도로 많이,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문득 이런 관계가 많아질수록 더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들 다 알고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나만 이제 안 걸까?
이제 친구 없다는 소리 농담으로라도 안 하련다. 단 한 명의 영혼의 단짝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의지할 곳 백 군데쯤 나눠 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 같은 뚝딱이에겐 이 편이 더 좋을지도.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백 명중 한 명쯤 되어도 괜찮겠다. 부러 억지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이 옆에 놓아둔 사람. 언젠가는 아주 편하게 밥과 술을 먹는 사이가 될 것이 분명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