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지 8
아주 오래전에 집 앞 자전거 가게 아저씨가 마흔이 되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안식년을 갖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나는 1년에 천만 원도 안 쓰는 백수로 살아가던 시절이라 아저씨가 가게 앞에 매일 세워져 있는 외제차만 팔아도 몇 년은 놀고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왜 마흔까지 기다려야 할까, 휴식이란 것이 그렇게 거창한 결심을 필요로 하는 걸까 의아했다. 하지만 이제 나도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알 것 같다. 휴식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늘 쫓기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돈인지 성공인지 명예인지 각자 다르겠지만 30대엔 대부분 돈을 성공이자 명예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부지런히 살아온 덕에 학생 때처럼 당장의 한 끼를 걱정해야 할 만큼 돈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충분히 쉴 만큼 많은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이 별것 없는 삶조차도 갈수록 유지비용이 늘어나는 게 아닌가. ‘나중에’라는 말은 거짓말이라 여기면서도 어느새 제일 많이 남발하는 말이 됐고 비교대상은 눈만 돌리면 사막의 모래처럼 셀 수 없다. 그러다 모든 게 짐처럼 느껴질 무렵이 되면 싱잉볼 음원을 틀어놓고 도덕경을 읽는 지경에 이르게 되리라.
마음의 여유 그건 나이 앞자리가 바뀐다거나 통장이 채워진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요즘엔 나중에 오래오래 쉴 방법보다 평소에 즐겁게 지낼 궁리를 해본다. 자전거 가게는 호언했던 대로 사라졌는데 아저씨는 잘 쉬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