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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as Mar 29. 2023

계절의 도돌임표



운동을 하고 밥을 느긋하게 지어먹었다. 은행에 볼 일이 있었는데 30분 거리를 걸어갔다 올 여유도 있었다. 나무 가지에 꽃망울들이 올망졸망 맺혀있는 모습이 소풍날 보물찾기 놀이를 하기 직전의 아이들 모습 같다. 잔뜩 설레고 어서 나가고 싶어 움찔움찔, 그런데 아직 추우니 조금 더 있다 나오렴.

조금만 더 있다 나오렴 아가야 세상엔 네가 보물이야.


목련은 이미 만개해서 무거운 잎을 툭툭 떨어트린다. 많은 이들에게 목련은 봄의 시작을 예고하지만 내게는 겨울의 끝을 알리는 꽃이다. 도톰한 옷을 벗자마자  이기겠다는  떨어지는 꽃이라니, 가지 약해서  부러진다. 생긴  과는 달리 유약하기 짝이 없다. 계절의 도돌임표가 찍힌 목련 나무 아래서 오랜만에 아버지와 사진을 찍었다. 어색하게 웃는 아빠 몫까지 활짝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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