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고 밥을 느긋하게 지어먹었다. 은행에 볼 일이 있었는데 30분 거리를 걸어갔다 올 여유도 있었다. 나무 가지에 꽃망울들이 올망졸망 맺혀있는 모습이 소풍날 보물찾기 놀이를 하기 직전의 아이들 모습 같다. 잔뜩 설레고 어서 나가고 싶어 움찔움찔, 그런데 아직 추우니 조금 더 있다 나오렴.
조금만 더 있다 나오렴 아가야 세상엔 네가 보물이야.
목련은 이미 만개해서 무거운 잎을 툭툭 떨어트린다. 많은 이들에게 목련은 봄의 시작을 예고하지만 내게는 겨울의 끝을 알리는 꽃이다. 도톰한 옷을 벗자마자 못 이기겠다는 듯 떨어지는 꽃이라니, 가지도 약해서 잘 부러진다. 생긴 것 과는 달리 유약하기 짝이 없다. 계절의 도돌임표가 찍힌 목련 나무 아래서 오랜만에 아버지와 사진을 찍었다. 어색하게 웃는 아빠 몫까지 활짝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