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맨 6화

by 미스틱

#17

강렬한 태양이 내리 쬐는 로데오 거리.

주차박스 앞에 재용이 폭염에 지쳐 의자에 널브러져 있다. 더위에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는 재용 앞으로 화정의 차가 멈춰 선다. 재용이 마지못해 뭉그적거리며 문을 열어주면 화정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차에서 내린다.


“오늘은 안쪽에 잘 둬. 저쪽 그늘 쪽에..”

“그 자리는..”


화정이 표독스럽게 쏘아본다.

“...알았어요.”


화정이 손 부채질을 하며 뒤돌아서자 운전석에 올라타는 재용, 역시나 투덜거린다.

“부러진 숟가락으로 밥을 처먹었나. 왜 반말이야, 씨발."

재용이 시동 켜진 도요타 에어컨을 최대로 튼다. 낡은 차이지만 에어컨은 빵빵하다.


"으~~ 살 거 같다."


눈을 감고 얼굴에 골고루 바람을 쐬다 내친김에 다리를 들고 반바지 가랑이 사이에 바람을 쏘이는데 그 자세가 해괴하다.


"으~~ 시원한 거.. 명색이 건물주란 놈이 그까짓 에어컨이 얼마나 한다고 주차박스에 그걸 안 달아줘. 차에도 이렇게 빵빵하게 달려있는 에어컨을.. 짠돌이 새끼. 하여간 있는 놈들이..“

혼자 중얼거리다 낌새가 이상해 고개를 돌리니 창밖에서 화정이 노려보고 있다. 화들짝 놀란 재용이 얼른 바지에 묻은 뭔가를 지우는 시늉을 하지만 이윽고 문이 열리고 만다.


“지금 뭐해?”

“이제 주차할려고..”

“에어컨은 기름 안 들어?”

“아~ 예~”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화정의 눈을 피해 비아냥거리듯 대답을 하고는 얼른 문을 닫는 재용.

“씨부랄. 저 년은 나하고 천적이야, 천적.”

#18

귀순은 마사지실에 서서 창밖 거리의 풍경에 시선을 박고 서 있다. 화정이 그 뒤에 앉아 귀순을 뒤태를 보며 아이스티를 홀짝거린다.

“몸매는 그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거 같고. 얼굴도 그 정도면 괜찮은 페이스야. 가꾸는데 돈이 좀 들겠지만..”


안 그래도 뒤가 따갑던 차에 뜬금없는 화정의 혼잣말에 귀순이 돌아선다.

“무슨 소리에요?”


그러나 화정은 딴청을 피운다.

“그나저나 빼박이들부터 갈아 치워야지 안 되겠어.”

귀순이 다시 거리로 시선을 옮긴다.


“막돼먹은 애들 마냥.. 어휴. 건물 이미지 다 버리겠어.”

딴청을 피워 놓고는 슬그머니 귀순의 눈치를 본다.

“...재들하고 진짜 아무 상관없는 거지, 너?”


“또 그 얘기하려고 불렀어요? 마사지 안 받으실 거면 전 볼일 볼 게요.”

귀순이 라커룸으로 가려고 하자 화정이 급하게 귀순을 붙잡는다.


“잠깐 앉아봐. 아유~~ 기집애. 아직도 화가 안 풀렸니?”

“화는요. 사모님 앞에서 감히 제 주제에 어떻게 화를 내요?”

“너 계속 이럴래? 그렇게 속이 좁아 터져갖고 무슨 연예인을 한다는 거야?”

“...?”

“너 그 바닥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줄 알어? 간이고 쓸개고 다 빼고 시작해야 되는 거야.”

슬그머니 화정 앞에 앉는 귀순의 표정이 이미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날도 더운데 너 생각해서 일부러 나왔구만.. 정 그렇게 화가 안 풀리면 그냥 가라, 얘. 지 꿈이 그렇다길래 어떻게 다리나 놔줘 볼까하고 나왔더니...”

“무슨 다리요?”


재용이 얼린 생수병을 얼굴에 비비다 2층 창가에 앉은 귀순과 화정을 본다. 뭔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화정 앞에서 고개만 끄덕이는 귀순. 뭔가 심상찮다. 천적인 화정이 마사지도 아니고 귀순과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게 영 께름칙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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