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내 인생 38화

-입봉 촬영-

by 미스틱

대망의, 아니 좆 된 입봉 촬영 날.

현장으로 가는 승합차엔 조명 스텝 그리고 재수, 그리고 PD가 붙여준 재수보다 세 살이나 많은 촬영 조수, 조연출이 타고 있었다. 촬영 조수마저 남의 집 형님이었으니, 일반 회사로 치면 하청업체 대리가 원청회사 부장과 출장을 가는데 부장은 한때 자신의 빵 셔틀을 했던 범생이고, 부장 옆엔 하청업체 대리보다 나이 많은 직속 부하가 앉아 있는 꼴이어서 차 안엔 어색한 긴장이 가득 차있었다. 동창이자 조연출인 범생이 놈과 대화라도 했으면 재수가 긴장과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도 있었을 텐데, 조연출은 아까부터 휴대폰만 붙잡고 안절부절이었다. 그런 어색한 침묵이 곧 재수 앞에 닥칠 미지의 촬영 현장에 대한 불안을 더 가중시켰다. 앞으로 펼쳐질 현장 상황에서 조연출이야 재수를 갈굴 기미가 보이는 즉시 도끼눈 한 번 치켜뜨고 쓰라린 과거를 상기시키면 바로 꼬랑지 내릴 만큼 확실히 서열을 인식시켜 놨지만, 그 인상 더러운 PD는 그 직책 자체가 재수 같은 초짜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막강한 존재였으니, 이제부터 처먹을 욕의 총량과 스텝들에게 받을 힐난의 강도를 생각하니 재수는 앞이 깜깜했다.


그때, PD와 통화를 하던 조연출이 안 그래도 까만 얼굴이 더 시커멓게 굳은 얼굴이 되어 스텝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 PD님 못 오신대요. 저희더러 알아서 찍으라고..”

어이없어하는 조명감독과 달리 재수는 쾌재를 불렀다.

‘군대에선 그렇게 꼬이더니 이제 인생 풀리기 시작하는구먼.’

초짜 카메라에 초짜 조연출. 이런 코미디 같은 인원 구성으로 대책 없이 무식하게 현장으로 가는 중인데, 대체 뭘 믿고 연출자는 땡땡이를 치는 건지, 명색이 방송인데 이렇게 성의 없이 주먹구구로 제작해도 되는 건지 온갖 의구심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안도감이 밀려왔다. 이제 방송이 펑크가 나도 그건 재수 책임이 아니니까. 안도하는 재수와 또 달리 조연출 녀석의 시커먼 얼굴은 어느새 하얗게 변해갔다.


그날의 첫 촬영은 모 대학 교수실에서 인터뷰로 시작됐다. 작가가 미리 보낸 컨셉 원고를 보고 추려서 말하는 인터뷰여서 별 탈 없이 끝낼 수 있었다. 단지, 분량을 가늠 못하는 초짜 조연출을 감안하여 길게, 조금 짧게, 가장 짧게 찍는 수고는 해야 했고, 편집 과정을 위해 이 방향 저 방향 돌아가며 찍느라 교수를 뺑뺑이 시키는 무례를 범해야 했지만. 촬영분이 많아 편집 때 개 고생하는 건 재수 소관이 아니므로 무조건 많이 찍는 성실함으로 없는 경험을 땜질했다.

조연출 녀석이 PD에게 중간중간 전화로 확인을 받아가며 인서트 화면이나 대체 화면까지 얼추 짜 맞추며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촬영지로 향하게 됐다. 차 안에서 들은 바로는 지금 가는 그곳은 백혈병을 앓는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임시거처라고 했다. 재수는 도대체 병원이면 병원이지 임시거처는 또 뭔가 싶었다. 게다가 중병을 앓고 있는 어린아이들이라... 뭔가 심상찮은 촬영이 될 거 같았다. 아이들이라니 의도와 달리 엉뚱한 해프닝이 일어날 것 같고 현장 통제도 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한 마음에 재수는 작가의 대략의 대본을 펼쳤다. 비디오란에 작가의 코멘트가 적혀있었다.

‘밝은 아이들 얼굴 속에 아픔이 있다는 걸 느끼도록 찍어 주세요.’

음... 이게 뭔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그러니까 일단 웃겨 놓고 꼬집어서 울게 만들란 얘긴가? 그러다 한 순간 이해가 됐다. 영화에서 봤었다. 주인공이 막 웃는데 참 슬퍼 보였다. 왠지 자신이 대견스럽고 자신의 영화광 취미가 고마웠다. 잠깐.! 그 주인공은 어른인데? 그리고 배우인데?

백혈병 어린이 쉼터는 어린이 집 같은 분위기를 상상했던 재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50평쯤 되는 빌라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과 몇몇 부모들이 기거하는, 그야말로 가정집 같은 곳이었는데, 촬영 전 관리자에게 들은 얘기는 이랬다.


지방에는 그런 중병을 전문으로 치료할 만한 큰 병원이 드물어 진료 때마다 서울로 올라와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왕복 시간이며 비용 등 환자 아이를 둔 부모들이 감당해야 할 시간과 경제적 크기가 너무 컸다. 서울을 오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짧게 잡아도 이틀을 소비해야 하고 며칠씩 치료를 해야 하는 아이의 경우 생계를 꾸려야 하는 부모나 아픈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이어서 한 재단이 운영하는 그곳에 머물며 교육과 정보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특히,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는 이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겐 그곳이 대기 장소로도 이용된다고 했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들은 몇몇 부모와 자원봉사자들이 다였는데,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까지 하나같이 제 자식처럼 보살피며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들은 재수는 갑자기 울컥했다. 세상엔 불쌍한 사람도 많고 천사 같은 사람도 참 많았다.

재수는 여느 가정집 집처럼 생긴 현관문을 열자마자 충격을 받았다. 그 느낌은 눈이 하얗게 쌓인 것과는 다른, 창백하게 하얀 느낌이었는데, 하얀 환의, 하얀 얼굴, 하얗게 벗겨진 머리, 온통 하얀 통에 오로지 아이들의 올망졸망한 눈망울들만 까맣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난관이 시작됐다. 적게는 서너 살부터 많아야 초등학교 3, 4학년쯤 돼 보이는 십여 명의 아이들이 각 방에서 우르르 몰려나와 낯선 눈으로 촬영 팀을 쳐다보다 이내 잔뜩 경계하며 방으로 도망가기도 했고, 자원봉사자 언니와 오빠들 품으로 숨기도 했다. 아이들은 경계심이 많아 촬영 준비를 마친 이후 촬영팀과 자원봉사자 언니, 오빠들이 아무리 불러도 모이지도 않고, 겨우 방에서 나온다 한들 자원 봉사자들 옷자락을 놓지 않았다. 난생처음 보는 카메라며 번쩍이는 조명기구들의 신기할 법도 한데, 장난기 많은 나이임에도 누구도 촬영 팀 곁으로 오지 않았다. 재수는 아이들을 잠시 얼러주고 장난에 맞장구 쳐주면 금세 경계심을 풀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이들은 친구들 무리와 자원봉사들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다가도 조연출이나 재수와 눈이 마주치면 금세 웃음을 감췄다. 재수는 어째 오늘 무사히 잘 풀린다 싶다가 난관에 제대로 봉착해 당황했다.

하지만 재수는 아이들을 보자마자 작가의 요구사항을 이해했다. 시청자가 장난치며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아이가 겪고 있는 고통을 읽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서 재수는 고통을 내재한 밝은 아이의 입체적 장면을 찍으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아이들과 친해져야 했고, 아이들이 경계를 풀면 재수는 찍는 줄도 모르게 찍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어 병원에서 어땠는지 인터뷰를 하면 분명 고통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프게 얘기할 거라 믿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일이 풀리지 않았다. 1시간을 넘어 2시간에 이를 때까지 자원봉사자와 조연출을 비롯한 스텝 전원이 아이들을 이리 달래고 저리 어르며 발을 동동 굴러도 아이들은 좀체 경계를 풀지 않았다. 재수는 카메라를 든 채 지친 눈으로 환한 조명만 달빛 보듯 바라봤다.

재수는 어느 순간, 갑자기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진짜 놀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나 몰라라 하고 가버릴 거면서 이제 막 친한 척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불편했다. 안 그래도 아픈 애들을 외계인 같은 놈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더 미안했다. 게다가 저 조그만 아이들이 병원 수술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때, 머릿속에 뭔가 번쩍하고 불이 켜졌다.

‘그래. 조명! 수술대 위의 조명!’


재수는 영화에서 본 수술 장면 중 마스크 쓴 의사보다, 의사가 손에 든 메스보다 수술대 위 환자를 비추는 그 차가운 조명 빛이 가장 무섭게 느껴졌었다.

‘어쩌면 저 아이들이 그 조명을 기억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를 바라보지 않는 거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재수는 벌떡 일어서 조명을 다 꺼버리고 부엌 한켠으로 치웠다. 다들 재수의 돌발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라봤지만, 워낙 지쳤던 터라 그저 눈만 껌뻑였다. 조명영역을 침범한 월권행위에 어이없어하는 조명 감독에겐 죄송했지만 재수는 이대로는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고 판단한 데다 자신들보다 더 조마조마해하는 부모들이나 자원 봉사자들에게 더 폐를 끼칠 수 없었다.

“조감독. 이제 가서 놀아줘 봐.”


재수는 괜히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재수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잠시 뒤 아이들 몇이 조연출에게 달려와 살짝살짝 까불기 시작한 것이다. 재수는 녹화 중임을 알리는 램프를 끄고 조심스럽게 뷰파인더에 눈을 꽂았다. 흑백의 사각 프레임 안에 들어온 하얀 아이들이 귀엽게 빠진 앞니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재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선배를 따라 얼떨결에 따라 나간 첫 촬영장에서 느낀 그때 그 희열이 다시 재생됐다.


그렇게 밑자락 그림은 힘겹게 건졌지만 아직 핵심이라 할 인터뷰가 남아 있었다. 조연출이 대상자를 물색할 때 자신감이 오른 재수가 한 아이를 지목했다. 자신의 뷰파인더 안에 들어온 아이들 중 가장 해맑게 웃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민머리를 빼면 아픈 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미리 질문과 시선 따위를 간략히 설명하는 동안에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씩씩하게 대답했다. 어디가 아픈지, 이곳의 생활이 어떤 게 불편한지 또는 어떤 게 좋은지 등의 뻔한 질문이 가고 아이답게 불편한 건 없고 모든 게 다 좋다는, 재수가 바라지 않은 대답이 왔다. 특히, 자원 봉사자 언니, 오빠들과 놀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생활하기에 이러저러한 점이 불편하다는 대답을 들어야 하는 촬영팀은 당황했고, 그 아이를 지목한 재수는 난처했다. 방송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재단의 고충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 일부러라도 불편함을 드러내야 했다. 부모나 자원 봉사자들에게 화면을 넘길 수도 있었으나 재수는 설정보다 리얼함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다큐니까. 그래서 재수는 카메라를 자신의 무릎으로 옮겼다. 비록 어린아이지만 똘똘한 걸로 보아 아마도 어깨에 멘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조연출이 다른 아이를 물색하는 걸 뜯어말렸다. 그 아이를 불러 앉힌 재수로서는 모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 아이를 그냥 돌려보낸다는 게 어떤 배신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재수는 일단 아이에게 의례적 절차인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인사를 주문했다. 그리고 카메라 녹화 버튼을 몰래 눌렀다.

“엄마, 아빠. 안녕하세요.”

앳된 인사말이 시작되고 아이는 맞춤법 틀린 편지처럼 중간중간 더듬으며 자신의 안부를 전하기 시작했다. 조연출이 아이의 말을 교정하려 들었다. 재수는 도끼눈을 치켜떴다. 조연출은 움찔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때문에 어린아이가 쓰는 다듬어지지 않은 언어는 리얼하게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재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이의 웃고 있는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달려드는 자원봉사자를 재수는 말없이 손을 뻗어 제지했다.

‘이거다!!’


재수는 자기도 모르게 온몸으로 전율을 느끼며 동시에 무릎에 놓인 카메라 줌 레버를 당겼다.

오늘도 맛난 밥을 한 그릇 다 비웠고 언니 오빠 말씀도 잘 들으며 지냈다는 부모와의 약속을 전하는 그 아이는 분명 부모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고 있었다.

‘혹시나 화면구도가 비뚤어졌을까?’


카메라를 무릎에 놓은 채로 녹화를 하다 보니 불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릎에 내려놓은 카메라를 다시 멜 수도 없었다. 그 사이 흐름이 끊길 게 뻔했다.


‘줌은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대체 얼마나 클로즈업 됐을까?’


다시 뷰 파인더를 여는 순간 화면이 흔들릴 것이어서 닥치는 조바심을 겨우 누르며 조심스럽게 줌 레버에서 손을 뗐다. 어느새 아이는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빨리 나아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됐다.’


원하는 건 다 담겼다. 재수는 손짓으로 자원 봉사자들을 불렀다. 그들이 아이의 코피와 눈물을 닦는 모습까지 다 담겼으니 재수는 더 촬영할 필요를 못 느꼈다.

재수는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이를 안아주었다. 재수의 눈에서도 주르륵 눈물을 흘렀다. 박스에 장비를 넣다 뺐다 하는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걸로 봐서 조명감독도 눈물을 감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음이 분명했고, 촬영 조수 형님도, 범생이 조연출도 눈시울이 벌게져 있었다.


아이가 감당하고 있는 고통이 천진한 아이를 저리도 어른스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재수는 가슴이 미어졌다. 아침까지만 해도 온갖 불안과 걱정으로 시작했던 촬영이 무사히 끝났건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촬영 팀이 잠시 정리 시간을 갖는 동안 작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재수보다 대여섯 살 더 많다던 작가는 예상보다 어려 보였다. PD의 땡땡이 비보를 듣고 택시를 잡아타고 헐레벌떡 왔다고, 오는 내내 PD욕을 했다고 씩씩댔다. 작가는 재수에게 촬영본을 리뷰해 달라고 했다. 재수는 카메라 VCR을 돌렸다. 뷰파인더에 눈을 박고 보던 작가는 잠시 후 귀신 머리를 한 채로 뷰파인더 자국으로 팬더가 된 눈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쌍 엄지를 치켜들었다. 재수는 나이 많은 작가지만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이쪽 사람들은 다 어딘가 허술하군 싶었다.

작가는 시커먼 골목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멋있어 보여 재수도 한 대 피워 물었다. 그러나 마음이 착잡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야, 술이나 사라.”


주섬주섬 장비를 차에 싣는 조연출에게 재수는 이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먼저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말하지 않아도 공유됐던 그 먹먹함은 촬영 팀 모두 말없이 재수를 따르게 했다.

술집에서 작가는 재수더러 몇 년차냐고 물었다. 재수는 입봉 촬영이라고 했고 지금까지 촬영 보조 4달째라고 보탰다. 그러자 작가는 넌 촬영이 천직이라고 반말을 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자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건 이발소 누나를 제외하고 처음이었는데 어쩐지 느낌은 달랐다.


얼마 후 재수는 방송 촬영인 협회로부터 다큐멘터리 부문 촬영상을 받게 됐다. 지수와 함께 간 시상식에서 자신이 찍은 영상이 재생되는 스크린 앞에 서서 재수는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촬영뿐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어떤 일이든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연민과 말없이 헌신하는 자원 봉사자들에게 대한 존경이 없었다면 저 장면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저 빨리 끝낼 요행수나 바랬을 겁니다. 피사체를 사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피사체의 본질이 보이며 본질을 사각형 안에 담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재수는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말을 끼워 맞춰 자기가 만든 말처럼 꾸몄다. 그런데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지수가 눈물을 흘리며 무대에 올라와 꽃다발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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