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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스두어 May 23. 2016

브라질 빈민촌 파벨라 사람들

브라질 즐기기#2-칼라풀하게 자신만의 색깔로 사는 사람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의 빈민촌 파벨라(Favela). 우리로 치면 달동네다. 도시화가 벌어지면서 언덕으로 쫓겨난 빈민촌. 이 곳은 멀리서 보면 다닥다닥 언덕을 꽉 채운 알록달록 집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그렇지만 바로 이곳은 오랫동안 갱단이 활약한 대표적인 빈민촌이자 우범지대였다. 수년전 범죄 소탕작전으로 이곳 리우의 대표적인 파벨라는 빈민촌의 삶을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을 받아들여 관광자원화가 되었고, 갱들은 또 다른 파벨라를 찾아 떠나게 된다. 리우 어느곳에 가도 파벨라는 존재하니까...


 관광객들이 찾아들면서 파벨라에는 가난한 정착민만 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외지인들이 섞여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관광 가이드, 숙박시설을 제공하면서 약간의 돈을 벌고 다시 파벨라 지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반나절 동안 만난 파벨라의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1- 리우의 릴랙스 한 삶이 좋아 동업을 하게 된 프랑스인 4인방

 CASA 48. 파벨라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48번지 집. 이 집은 언덕을 따라 3층짜리 게스트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옥상이 나오는데 언덕 위에서 안개를 뚫고 리우 도심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이다. 옥상은 이 집의 야심작인 자그마한 풀장도 있다. 물탱크 4개를 심어놓고 운영을 하는데, 욕조에 가까운 사이즈이지만, 3년 넘게 꾸준하게 하나씩 집을 리노베이션 한 최종 프로젝트라 집주인이 뿌듯해한다. 한 층을 내려가면 게스트들이 머무는 공용 거실이다. 공중에 걸린 줄에 매달린 의자에 앉아 탁 트인 거실 유리문을 열어젖히면 언덕 위로 시원한 공기가 올라와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다. 한층 더 내려가면 게스트룸, 마지막 층은 집주인이 사는 공간이다. 프랑스인 두 명이 리우로 여행을 왔다가, 릴랙스 한 브라질의 삶에 반해서 제일 집값이 싼 파벨라 언덕 꼭대기에 집을 하나 덜컥 구매해서, 매년 조금씩 집을 고쳐가고 있다. 마침 동업자 한 명은 건축가. 여행객으로 머물렀던 또 다른 프랑스인 2명이 투자자로 합류해 파벨라에서여행자들에게 파벨라를 소개하는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2-아이들의 급식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힙합 뮤지션    

 타투 디자이너 집을 통해 들어가면 나오는 작은 집. 이 집에는 힙합 뮤지션이 살고 있다. 붉은색 소파에 위 담배를 꼬나물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그림이 인상적인 집에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여자친구가 낮에 일하러 가면, 그는 매일 조용하게 책을 읽고 음악을 만들고 창밖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구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순하게 생긴 그가 사회를 비판하는 힙합 뮤직을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소파에 걸터앉아 그가 활동하는 밴드 음악을 같이 유튜브로 듣고, 정치인들이 학교 급식비를 빼돌려 아이들이 형편없는 식사를 하고 있는 현실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주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힙합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3-빈민촌 아이들의 음악 선생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진 건 힙합 뮤지션만이 아니었다. 삼바의 나라로 알려진 브라질에서 빈민촌 아이들이 음악시간에 음악을 배울 때 악기가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악기 수입을 할 때 말도 안 되게 높은 관세가 붙는다. 악기 없이 음악수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거다. 그래서 파벨라에 사는 젊은이들이 뭉쳐 방과 후 아이들을 모아 피아노와 색소폰, 북을 만지면서 칠 수 있는 음악학교 겸 브라스밴드 파벨라 브라스(FavelaBass)를 열었다. 악기는 대부분 영국인들이 기증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아이들이 조악하게 만든 악기로 준비한 작은 재즈/삼바 콘서트를 야외에서 듣고, 함께 음악학교로 옮겨가 파벨라 브라스와 활동이 담긴 영상도 봤다. 아이들이 자기가 나오는 영상이 나오면 쑥스러워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는데 얼마나 예쁘던지. 이 파벨라 브라스 프로젝트는 정부의 관심도 받아서, 이번 리우 올림픽 기간에는 정부 후원으로 공연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인생에 정말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파벨라를 떠날 때 갑작스러운 폭우로 파벨라 브라스에서 쓰레기봉투를 머리, 두 팔이 들어가게 손으로 구멍을 내서 언덕을 내려오는 데, 아이들이 까르르르 하면서 웃으며 마중을 해줬다. 이 아이들의 밝은 웃음이 이 언덕 위에서 컬러풀한 미래의 꽃으로 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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