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준수 Dec 11. 2023

취업할 수 있을까요?

취업할 수 있을까요?

좋은 개발자 양성을 목표로 하지만 수료 시기가 되면 결국 취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자가 되기 위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취업인 것은 분명하다.


개발자의 처우가 조금씩 좋아지다가 코로나 시기에 고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호황기가 있었다 보니 교육생들의 취업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파티는 끝났다. 지금 취업 시장은 매서운 한파가 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도 졸업하고 교육도 끝나가는 시기, 이제 슬슬 취업을 염두에 둬야 하는 교육생들은 종종 묻는다.


"저 취업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중요한 대전제가 빠져있다. 바로 '어디'이다.

단순히 취업만 놓고 본다면 아무리 한파라도 가능은 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전하면 이곳저곳 문을 두드려 보고 있는데도 쉽지 않다고 답한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게 그어놓은 심리적 저항선이 있을 것이다. 최소한 이 정도 조건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그러면 많이 낮췄다고 한다. 그 말속에도 처음의 기대보다 낮춘 것이지 여전히 어떤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 내포되어 있다.


그 기준을 더 낮추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좀 더 높이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취업 여부에 대해서는 늘 어딘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답한다. 낮추고 낮추고 낮추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교육생들이 그렇게 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간의 노력을 알고 있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만 그렇게 하면 뭣하냐고요! 당장 취업이 안되는데!'

맞다. 당분간 취업은 잘 안될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곳,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 정해 놓은 곳까지는 당분간 취업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너무 급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조금 긴 호흡을 가지고 조바심 내지 않았으면 한다.


조바심이 생기면 결국 을의 입장이 된다. 회사가 갑이고 취준생인 입장은 당연히 을 아니냐고? 아니다. 회사는 좋은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한다. 취준생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려고 고군분투한다. 결국 개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회사를 갑이라고 생각한다면 반대로 회사에게는 좋은 인재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갑이다. 만약 세 군데에 합격하여 어디에 입사할지 골라야 하는 입장이라면 그때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회사가 을 아닌가?


'세 군데는커녕 지금 어디라도 한 군데만 되면 좋겠어요!'

이 생각은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릴지도 모른다. 조바심이 생겨서 을이 되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면접에서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절박한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알게 모르게 질의를 주고받으면서 티가 날지도 모른다. 우리가 거짓말하는 사람의 초조함이나 불안한 눈빛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처럼 말이다.


역설적인 사실도 있다.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명성 환상이다. 투명성 환상은 쉽게 말하면 남이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당신은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가? 면접관은 당신이 100번의 면접을 보고 다 떨어진 사람인지 이것이 처음 면접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당신이 어느 정도 긴장한 것처럼 보일 순 있겠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당신을 최악으로 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전혀 주눅 들 필요가 없다.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계속 인지하고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생각에 갇히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면 떳떳함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이 내용들은 신경 끄기 연습이라는 책의 초반에 나오는 내용이다. 불안한 마음이 여전하다면 조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떳떳함의 효과와 관련된 경험담을 하나 풀어본다.

기술 면접에서 손코딩을 시킨 적이 있다. 풀어본 문제라서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질문에도 평소 나답지 않게 굉장히 당당하게 답을 했다. 분명히 그때는 논리적으로 맞았다고 생각했다. 면접관도 끄덕이면서 납득했다. 면접이 끝나고 지인 몇 명으로 구성된 단톡방에서 면접 경험을 공유할 때도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자신감 있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누군가 말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내가 설명한 내용에 틀린 점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맞다고 믿었고 그 덕에 자신 있게 말했고 그럴듯한데 너무 당당하기까지 하니 면접관도 착각했을 것이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취업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보라. 아무 데나 가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좋은 곳에 취업하라는 말에서 '좋은 곳'의 기준은 무엇인가? 본인이 아무 데나 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준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생각대로 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대로 취업하지 않으면 취업한 대로 생각하게 된다.

좋은 곳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대기업이 좋은 곳이고 누군가는 스타트업이 좋은 곳일 수 있다. 소위 '네카라쿠배'라 불리는 기업에 가면 성공한 것 같겠지만 그것도 착각이다. 그곳이 본인이랑 잘 맞는지 어떻게 장담하는가. 생각해 본 적은 있는가? 만약 입사를 했는데 너무 안 맞아서 괴롭고 하루하루가 스트레스라면 얼마나 큰 좌절감을 맛보겠는가. 쥐고 있는 것을 쉽게 놓는 것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견뎌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건 좀 불행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포인트는 본인에게 잘 맞아서 행복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들어가 보기 전까지 알 방법이 없긴 하다. 그러나 최소한 해당 기업의 문화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특징 등은 파악하고 본인의 성향과 비교해 볼 필요는 있다.


이 업계에서 성장이 매우 강조되는데 모든 개발자가 성장에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만약 성장 추구형이라면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적당히 업무 처리에 문제없을 만큼만 공부하는 타입이라면 성장을 강조하고 '성장, 성장'을 외치는 문화에 속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본인만 정체된 것 같고 본인이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이다. 그것이 곧 취업한 대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최신 동향에 민감해야 하는 분야가 있는 반면에 최대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레거시 코드 속에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한 곳도 있다.


그런데 보통 SI 업체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레거시에서 작업하는 일이 많은 곳은 기피한다. 그런 곳은 개발자의 무덤이라고도 부른다. 분명 필요한 일이고 그곳에도 시니어가 필요한 것이 사실인데 왜 그런진 잘 모르겠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모두 필요한 일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기술과 배울 수 있는 것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인기 있는 분야라고 자연스럽게 시니어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인기 분야라고 시니어로 가지 못하고 치킨집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디든 본인이 하기 나름이 아닐까.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면서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 앞서 말했듯이 가리라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대신 누군가 찬밥이라고 하는 것도 본인이 좋아하고 본인 취향이면 눈치 보지 않았으면 한다.


한편으로는 찬밥 더운밥 가리지 말라고도 하고 싶다. 이게 갑자기 또 뭔 앞뒤 안 맞는 소리냐고 할 수 있다. 절실하다고 하면서도 절실한 만큼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어디든 좋으니 취업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은 하면서도 채용 공고를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게임할 시간도 있더라.


일단 취업하여 실무 경험을 쌓은 후 이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잘 맞아서 계속 다닐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일단은 어디든 발을 들여야 한다. 심지어 보통 3년 이내의 경력자라면 신입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도 많으니 행여나 잘 맞지 않아서 그만두더라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본인 선택의 몫이겠지만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를 필요는 없다.


취업은 결국 나라는 씨앗을 회사라는 토양에 뿌리는 시간이다. 수차례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내가 쭉정이인가 하는 의심이 들 것이다. 아니다. 여러분이 자라기에 적합하지 않은 토양을 만난 것뿐이다.


현재 시장은 어렵지만 결국 다 잘 될 것이다.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마지막으로 내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일화 하나를 공유한다.

호주에 잠시 있을 때 하우스 메이트였던 Jim이라는 친구(라지만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을 듯)가 해준 말은 아직도 가슴 깊이 새겨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져. 너 스스로를 믿지 못하면 누가 너를 믿을 수 있겠어? 끊임없이 knock 해 그리고 talk 해. 100에 99는 No라고 할 거야. 하지만 1은 분명히 yes라고. 너는 지금 단 하나의 일자리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뭐가 문제야?' 물론 영어로 말했지만 영어로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전 06화 현업에서는 어떻게 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