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에서는 어떻게 해요?
나에게 일상이 되어 버린 어떤 것이 누군가에게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일 수 있다. 일상이다 보니 특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업무도 그렇다. 교육생 입장에서 실무라는 것은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것이라고 으레 짐작하는 것 같다. 그래서 환상에 젖은 채 현업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는 종종 묻는다. 지금 배우는 것은 학습이라는 바운더리에 있는 것이고 현업은 고차원의 어떤 것을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이 착각 속에서 그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본인은 아직 실무를 하기에 준비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자신의 능력은 그런 '대단하고 어려운 실무'를 하기에 부족한 것 같다고 한다. 심지어 현장 중심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을 들으면서도. 역시 믿음이 부족한 것인가.
하지만 본인들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내 경험을 말해보자면 중학생일 때 대학생 과외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저는 지금 배우는 수학도 어려운데,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를 가면 훨씬 어려운 수학을 배우겠죠? 공대를 가고 싶은데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공대에 들어와 보니 어렵긴 했지만 걱정만큼은 아니었다. 그리고 기본 문제들 위주로 다루다 보니 오히려 응용해야 풀 수 있는 수능 문제보다 쉬운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쉬웠다는 것이 아니다. 수학 성적도 좋지 않다. 다만 수학 때문에 졸업을 못하는 것 아닌가 싶은 걱정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과 똑같은 고민이 아닐까 싶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을 학습이라는 바운더리에 가둘 필요가 없다. 결국 그것들이 앞으로 나아갈 현업이라는 정글 속에서 유용한 마체테가 될 것이다. 배운 지식은 잘 다듬어 놓으면 앞으로 평생 써먹을 수 있는 무기가 된다. 일단 손에 쥐어진 무기가 있으니 실무에 뛰어들 준비는 된 것이다. 그 무기를 가지고 여러 가지 이슈들을 물리치다 보면 숙련도가 올라갈 것이다. 같은 이슈를 보더라도 좀 더 쉽고 우아한 방법으로 처리할 것이다.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면 들고 있는 무기로 나무를 깎아서 만들면 된다. 절대로 지금 쥐고 있는 무기를 우습게 생각하지 마라. 누구나 그 작은 무기에서 시작했다. 그걸 가지고 본인이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금 배우는 것도 전부 소화하기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더욱 책임감을 느껴야 할 현업에서 실수라도 하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이것도 착각이다. 그렇게 대단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일단 신입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책임은 조직장이 짊어져야 한다. 이 말이 본인은 책임감을 가지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 것이라 믿는다.
이런 착각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들이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지금 배우는 것의 부족이 아니다. 과잉이다.
학습이라는 울타리 내에서는 이것저것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현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거의 대부분의 현업은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우리는 그 비즈니스라는 대업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물론 교육 중에도 팀 프로젝트를 통해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단계에서 많은 고충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모두가 교육생의 입장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현업에는 개발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만 설득해서 이뤄질 수 없다. 팀 프로젝트에서도 기획이나 UI/UX에 관해 많은 의사 결정을 해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의 목적이 다르다. 회사를 운영하는 관점에서의 결정과 망해도 그만인 팀 프로젝트와는 결정의 무게부터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현업에서 모두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가장 큰 착각이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라.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운다. 하지만 국어 전공자가 되는 순간 음악에 대해 잘 알 필요성이 있나? 하지만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 음악 관련 글을 볼 때 이해하기 쉬울 수 있다.
이런 것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것을 배운다. 베스트 프랙티스에 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도록 한다. 하지만 세상이 늘 베스트 프랙티스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열심히 배웠던 지식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 알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과 몰라서 할 수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않는 것과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어찌 같으랴.
여러분이 배운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는 조직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명심하라. 여러분이 상상하는 파라다이스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