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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Nov 20. 2023

내가 제일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제일 못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 않을까? 인간이 사회화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비교는 무의식적으로 발생할 것 같다. 다만 그것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인생이 불행해진다면 명 뭔가 잘못된 것다.


결국 교육생들 사이에서도 비교는 발생한다. 스스로를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와 비교한다. 심지어는 본인이 제일 못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교육을 받았는데 알고 있는 것이  많아 보일 수 있으니까.


우스운 것은 대부분 교육생들이 자기가 남들보다 못한다는 말뿐이다. 물론 겸손함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게 고민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겸손함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반문한다.

"죄다 남들이 본인보다 잘한다는 말뿐인데 그럼 잘한다는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예요?"


현실은 그 누구도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왜 그런 생각을 할까?


같은 교육을 받았지만 알고 있는 것이 다를 수 있으니까.


본인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의 단면을 보고 저 사람은 잘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 한 번이 아니라 몇 번 반복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한 명이 아니라 본인을 제외한 여러 명에게서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별로 아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집단지성에 홀로 맞서 싸우고 있으니까 어쩌면 당연하다.


개발을 하다 보면 모르는 것을 검색하게 된다. 그럴 때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블로그가 있을 것이다. 본인이 모르는 기술을 적어 놓은 그 블로그의 주인은 본인보다 잘하는 사람인가? 사실은 그 기술만 잘 알고 있는 초보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잘한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에 기준부터 모호하다.


"개발을 잘한다는 건 뭐예요?"

알고리즘에 능숙한 것? 코드를 깔끔하게 짜는 것? 아키텍처와 패턴을 많이 아는 것? 전부 다 잘하는 것?

누군가는 당신의 블로그를 보면서 도움을 얻어 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신도 잘하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그들이 보는 개발 블로그는 인스타그램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보통 어느 한순간의 일상이 공유되는 인스타그램과 어떤 기술의 한 단면이 공유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것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 과장된 상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흔히 인스타그램의 행복한 순간의 장면을 보고 그것이 마치 다른 사람의 일상인 것처럼 착각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불행에 빠진다. 남들은 전부 매일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곳에 여행을 가면서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념일에 맛있는 걸 먹었던 순간, 휴가에 떠났던 즐거운 여행의 한 단면을 보고 그렇게 착각하면 안 된다. 한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그런 단면들을 피드에서 접하게 되면 그것이 결국 현실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이것과 비슷하다. 본인이 몰랐던 기술을 들을 때 더욱 강하게 기억이 남을 것이고 그 기술을 알고 있던 상대방은 다른 모든 것도 자신보다 잘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니 세상에는 반드시 존재한다. 다만 그런 사람도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는 없다.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숙련될 수 있는 기술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천재라도 시간이라는 굴레 안에서는 철저하게 제한된다. 그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기술 그래서 학습하지 않은 기술은 평범한 사람이 더 잘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교육생들은 분명 프로그래밍은 스티브 잡스보다 잘할 것이 분명하다.


어느 고등학생이 백일장에서 썼다는 다음의 시를 보라.

<너의 꽃>
여름의 꽃밭은
침묵하는 꽃들로 물들었다
들꽃의 다름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곤 한다

제비꽃은 장미가 되려 자신을 붉게 물들이지 않고
할미꽃은 해바라기가 되려 하늘을 올려보지 않고
튤립은 데이지가 되려 활짝 피지 않듯

우리는 왜 타인을 모방하려 그리 부단한가
왜 너는 관찰하고 동경하고 열등감을 느끼는가

너는 무슨 꽃인가
어떤 향을 지녔는가


남들이 가진 것에 연연하지 말고 본인이 가진 장점을 개발하는데 더 시간을 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장점이 없다면 만들어라. 누군가처럼 되려고 하지 말고 내가 되어라.


또 다른 큰 착각으로는 모두가 고작 몇 개월간의 훈련을 받은 수준인데도 모든 것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본인이 계속 모자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시간의 굴레에서는 개개인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크게 벗어날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 결국 모두가 모자란 부분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 아무리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그 사람도 아직 초보자일 뿐이다. 모르는 것투성이고 불안정한 상태란 말이다.


10년이 지나면, 20년이 지나면 안정감이 들까? 자신감에 가득 찰까? 그건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벼는 익을수록 숙인다는 말이 왜 있을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남들보다 못한다며 우울해하는 경우엔 이 말을 가장 많이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세요.


너무 정석적인 답변이다. 그런데 이것만큼 중요한 말도 없다. 진부하지만 이걸 제대로 하고 있는지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국 어제와 비교해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성장하면 남들과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생 중에서 하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모두가 성실하게 정말 열심히 공부해 왔다. 다만 똑같이 노력하니까 본인이 열심히 하는 줄 모르는 것 같다. 본인이 교육받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 보라고 하고 지금도 그때의 본인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본인은 열심히 살고 있는 것 아닌지 물어본다. 수줍어 하지만 과거의 자신과 비교해서는 크게 성장했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했다.


실제로 이 무리에서 제일 못하면 뭐 어떤가?

다른 무리에서는 우두머리가 될 수도 있다.

이 무리에서 제일 잘하는 사람도 어떤 무리에서는 그저 그런 사람일 수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말자.


그리고 묵묵히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집중해서 하자.

중요한 일은 다만 자기에게 지금 부여된 길을 한결같이 똑바로 나아가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의 길과 비교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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