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공을 들이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커리큘럼 설계라고 답할 수 있다.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는 방식의 수업이 아니다 보니 더욱 커리큘럼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교육생을 크루라고 부르며 수업을 하는 사람을 코치라고 부른다. 티처가 아닌 코치라는 말에서부터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학습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강의는 그것에 대한 보조 장치일 뿐이다.
그럼에도 교육생들은 불안하다. 커리큘럼만 따라오기에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욕심과 조바심이 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커리큘럼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같은 커리큘럼을 따르다 보니 커리큘럼만 따르는 것은 평범한 것이고 당연한 것이고 더 노력하지 않는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래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공부할 내용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만약 더 공부한다면 무슨 공부를 하면 좋을지. 너무 바빠서 할 시간이 없어도 일단은 알고 싶은가 보다. 시간을 내거나 시간이 생기면 하려고 계획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지만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배운 것을 모두 정리하고 또 새로운 것도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말고 본인만의 무기를 만들어라.
배운 것을 모두 잘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매우 힘들다. 게임으로 치면 모든 스탯을 S급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자가 단기간에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망하기를 원하는 게임이나 버그가 아닌 이상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걸 목표로 하고 있다면 현명한 일일까? 아무리 내 사전엔 불가능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난 후를 생각해 보자.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 있나? 아니다. 한 문장이라도 제대로 기억에 남으면 성공이다. 대신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커리큘럼의 모든 내용을 전부 잘하려고 조바심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체적인 키워드를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경험을 쌓은 것만으로도 지금 시기에 충분한 학습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들은 부족함만 느끼는 것 같다. 주어진 시간 이상으로 그것에 몰입했던 시간들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걱정하지 말자. 대충 훑어본 것이 아니라 꽤나 집중해서 읽은 책으로 남을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모두와 똑같은 커리큘럼을 따라서 똑같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라고 독려하는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 본인이 재미있게 느낀 것이나 본인이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한다고 느끼는 것을 발견해 내고 그것에 좀 더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다. 어떤 기술의 이야기가 나오면 '아 그건 누구에게 물어보면 잘 알 거야!'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은 앞으로 훌륭한 본인만의 무기가 될 것이다.
잘한다고 하니 더욱 신이 날 것이고 더욱 깊이 탐구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하기 싫어도 알 수 없는 모종의 책임감에 더욱 정진할지도 모른다. 이건 선순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초보자여서 그런 것이고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걱정했던 부분들이 해결될까? 아니 어쩌면 더욱 걱정이 늘어날 수도 있다. 지금처럼 늘 자신의 부족함에만 집중하면 절대로 시간과 경험들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배울 것이 많고 더 어려운 기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노력할 것인가?
트렌드와 신기술에 뒤처지지 않되 자신의 강점에도 집중하는 시간을 꼭 가지길 바란다. '그럼에도 시간이 남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제발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결국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이미 예전에 정립된 내용들이거나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동작하는 경우가 많다. MVVM이 안드로이드가 등장하고 나온 새로운 아키텍처 패턴인가? 비동기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새롭게 배워야 할 기술이 RxJava든 코루틴이든 그것이 큰 문제가 될까? 답은 여러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