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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Nov 06. 2023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요.

저라면 이렇게 할 것 같아요.

팀장님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이 말을 들은 팀장님들은 순간 긴장감이 온몸을 감싸지 않을까? 경험적으로 그날의 공기와 상대방의 눈빛이 말하는 예상은 100%는 아니더라도 90%는 맞을 것이다.


비슷한 느낌으로 면담에 관해서 다음과 같은 오해가 있었다.

얼마나 깊은 고민이 있으면 면담까지 요청을 하는 걸까? 내가 멋진 해결책을 알려줘야겠지?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경험이 없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아닐까 싶다. 면담을 하는 이유가 꼭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아니다. 아니 사실 정답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고민들이 더 많다. 그들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왜 그들은 면담을 요청하는 것일까?


교육 커리큘럼상 의무적으로 면담을 1회 이상 해야 하는 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은 논외로 하자. 그러면 굳이 면담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기간에 찾아온다면 진짜 고민이 있는 것 아닐까? 귀한 시간을 내어 면담을 하는데, 내가 뭔가 도움이 되어야 할 텐데 어쩌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뭐라고? 내가 뭔데 대단한 해답을 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껴야 하는가. 그들도 성인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냥 나의 생각은 무엇인지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 때 어떻게 했는지 정도가 궁금할 뿐인 것이다. 이것도 과한 생각일 수 있다. 그저 '나 요즘 이런 고민 때문에 힘들어요!'라고 하소연하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농담이나 하며 시간을 보낼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그들의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임한다. 첫 번째는 고민을 던져준 그들과 같은 시기에 있는 내가 되어 본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배제하고 그 시절 과거의 내가 그들과 같은 상황에 마주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들과 내가 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사실 고민도 그 시절 나와 비슷한 것이 많다. 나보다 훨씬 훌륭하게 고민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배우기도 한다. 그들과 같은 입장에서 생각하면 나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결국 그들과 똑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때 두 번째 방법으로 임한다. 그들보다는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한 현재의 나 자신으로서 경험에 기반하여 여러 가지 관점으로 생각한다. 딜레마 속에서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 순간에서 나는 이미 어떤 선택을 해봤다는 것 정도이다. 나는 이렇게 했더니 이런 결과가 있더라. 그럼에도 내 경험이 절대 정답이 아니고 각자의 상황이나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참고 정도만 하라는 것이다.


그때의 저라면 이런 선택을 했을 것 같고, 실제로는 이런 선택을 했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이런 선택을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만약 그때의 저라면, 지금의 저라면.

이 두 가지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지하고 진심이 담긴 답변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이입 없이 그저 객관적으로 듣기 좋고 합리적인 말만 한다면 반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좋은 거면 본인이 하시지 왜 안 하세요?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이성적으로만 생각하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들도 당사자가 되어보면 참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 보려고 해도 사실 완전하게 같은 입장이 될 수도 없다.


어떤 상황인지 먼저 물어볼 수도 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처음부터 제삼자의 입장으로 냉정한 해답을 툭 던지는 것도 방법이 수 있다. 그러면 본인이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본인이 말하고 싶은 만큼만 이야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뼈 맞았다며 더욱 꼭 숨겨버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상황 파악이 되면 최대한 비슷한 직간접적 경험을 찾아내 이야기한다.


사실 고민거리를 안고 올 때 어느 정도는 답을 결정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단지 그 결정에 대한 확인을 받고 싶은 마음에 말이다. 어떤 결정이든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면 그들이 생각하는 결정을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지 않을까? 그저 내 생각을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없을까?


저라면 제 선택을 믿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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