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 인간이 면담을 하는 방법
사람은 상황에 따른 수많은 페르소나가 있다고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타고난 기질이다. 그중 하나는 말이 적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친하다고 해도 인원이 4명 이상이 되면 급격히 말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말수가 적은 것은 그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면담을 할 때는 어떨까? 내가 면담자이든 피면담자이든 간에 말이 너무 없다면 원활한 면담이 이뤄질까?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 면담을 요청한 사람이 할 이야기가 많아서 그냥 들어주기만 원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말이 적은 게 장점이 될 수 있다. 과거에 일본에서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이 이색 직업으로 소개된 적도 있었다. 그저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것만으로 속이 후련한 경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피면담자가 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조언을 구할 수도 있고 경험담을 듣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같이 웃고 울며 공감하길 바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 대외적으로 말이 적은 전형적으로 내향적인 내가 좋은 면담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면담이 가능은 할까? 전자는 피면담자들만이 알 것이다. 후자는 내 입장에서는 가능 정도가 아니라 너무 즐거웠다고 말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예전에도 이런 면담과 비슷한 대화를 할 땐 말이 많았다. 일전에는 몇 년 만에 뜬금없이 학교 후배가 연락하여 카페에서 한참 떠든 적이 있다. 그때도 결국 개발자 커리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또 개발자를 꿈꾸는 어떤 고등학생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체험활동으로 현업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천안에서 올라온 것으로 기억한다. 여러 명의 친구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나 한참을 즐겁게 이야기했다.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었을까? 스스로 찾은 답은 바로 '진심'이다.
나는 면담 시 진심으로 말한다. 그들이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지만 칭찬을 하는 것도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난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그들이 원하는 답에 맞춰 말하고 위로하고 그런 것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순간도 필요하다. 그런 경우에 나는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대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그런 척하려고 하진 않는다. 그들이 희망찬 그림만 그리며 들떠 있는 상황이더라도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현실을 말해준다. 반대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기만 한다면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지 않은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극단적이고 절대적인 것은 거의 없다.
MBTI에서 공감과 거리가 멀다는 T가 바로 나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T에게서 공감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그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바로 그것은 진심이기 때문이다. '나 힘들어'라고 툭하고 던지면 툭하고 반사적으로 '너는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냉철하게 생각해 봤지만 역시 '너는 잘하고 있어'라는 것과 어떤 것이 더 진심으로 다가올까?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난 후자에 가깝게 말한다. 그래서 못하고 있는 것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밑도 끝도 없이 '야, 너 못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못하는 부분도 그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사실에 기반하여 말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사실이란 것이 진짜이고 그것에 기반하여 말하는 것은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진심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꾸밈없는 사실 기반으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경험 위주로 많이 말하는 편이다. 그 경험이 멋진 경험이 아니라 다소 후진 경험이더라도 말이다. 왜냐면 그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멋지고 화려한 것만이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누군가는 내가 현실적인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는 그것이 관점에 따라 진심이라는 말과 일맥상통 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이라는 것은 허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진짜라는 뜻이고 그게 내 진심이 전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나는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진심을 표현했는지 하나씩 자세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