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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Dec 25. 2023

나의 믿음

나의 믿음

처음으로 교육생들과 마주하여 인사할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를 믿고 따라와 주면 모두 상향 평준화될 겁니다. 그리고 제 목표는 여러분이 수료할 때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아마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조금 더 경험이 있었던 친구들이 엄청 앞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경험의 유무에 따른 차이일 뿐이지 매우 수준 높은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배울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앱에서 버튼을 만들고 클릭하면 동작하는 간단한 작업이 이미 해본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처음인 사람에겐 버튼이 무엇이고 이걸 눌렀다는 것은 어떻게 인식할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배우고 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기까지는 면담을 통해서 물어봐도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여전히 잘하는 친구와 격차를 느끼고 있다거나 본인도 발전은 했으나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서 다소 좌절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약간 서운하다. 아직까지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서. 분명히 우리를 믿고 따라와 주면 모두 상향 평준화될 수 있다고 했는데 말이다. 상향 평준화는 전체 예비 개발자들 중에서 비교를 해야지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이 성장하는 주위 교육생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다.


나는 그들이 왜 상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는지, 나보다 잘할 수밖에 없는지,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거가 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아마 그들이 실력 향상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력이란 것이 측정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의 공식적인 등하교 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이다. 매일 수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종일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수업 외에는 거의 대부분 그들이 알아서 시간을 관리한다. 점심시간을 1시간 정도 쓴다고 가정해도 최소 7시간은 그들이 학습에 투자하는 것이다. 물론 7시간 내내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 쉬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학습을 위해서 7시간만 투자하느냐? 그건 아니다. 우리가 내주는 과제를 미션이라고 부르는데 그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서 바쁠 때는 아마 거의 쉬지도 못하고 7시간 이상을 보낼 것이다. 실제로 평균적으로 하루 10시간 정도를 소모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렇게 치면 평일만 놓고 봐도 주 50시간이다. 주말까지 포함하면 70시간이 된다. 10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70시간 이상을 학습에 투자한 것이다.


그럼 주 70시간을 기준으로 4주를 학습하면 280시간이 된다. 이 과정을 10개월 진행하니 약 40주다. 그러면 2800시간이 된다. 10개월을 300일로 생각하면 3000시간이다.


요즘은 부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아무튼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훈련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이 1만 시간이라는 것이다. 하루 약 3시간씩 10년을 꾸준히 해야 이룰 수 있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3000시간이나 훈련했다. 이 정도면 수치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 아닌가?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입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갖추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 그들이 노력한 시간은 절대로 그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단순히 이런 수치적인 것이 믿음의 전부가 아니다. 이런 수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들의 몰입 덕분이다. 아무도 중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그들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내가 믿는 이유다.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매달린 그들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그 어떤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발자가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같은 자세를 가지고 임할 것이다.


우리가 가르치는 것에서 지식의 비중은 굉장히 적다.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고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면서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을 제공하는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이라는 특정 직군에서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어떤 것을 하더라도 그것을 마주하는 태도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에 기반한 성공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취업이라는 작은 범주에서 예를 들자면 남들이 말하는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성공이 아닌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곳, 본인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에 입사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기대한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그들이 모두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들이 노력한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아직까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다. 훗날 그들이 이러한 나의 믿음을 믿어주는 날이 오면 나도 나의 노력이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꼭 올 것이라는 것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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