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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an 03. 2024

은둔 생활의 장점

풍성한 자유로움

얼마 전에 카톡 친구 목록을 정리했다.

연락을 안 하지만

프로필을 통해 근황을 알았던

친구들을 정리하고 보니

가족 포함 5명이 남았다.

캡처해서 동생한테 보내니

"심플!~나이스"라는 톡이 왔다.

은둔 생활하면서 좋은 점원하지 않는

모임(자리)에 가지 않아도 된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니 옷도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가끔 특가로 뜨는 브랜드 옷이 있으면

조금씩 구입했다.

보세의류를 좋아했었는데,

브랜드 제품 할인할 때 구입하면

가격 차이도 크지 않을뿐더러

우선 품질이 좋다.


그리고 결혼식, 장례식에도 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받으면

내가 갈 정도로 친했던가를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오라는 연락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

결혼식은 좋은 날이라

친하지 않으면 가지 않았던 반면,

장례식은 최대한 가서 적은 돈이라도

부조하고 손이라도 잡아주고 왔다.

장례식장은 떠들썩해야 상주도 고인도

슬픔에 깊게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다 나도 장례를 치를 일이 생겼을 때,

지금은 연락하지 않은 절친 2명,

가끔 연락하는 언니,

그리고 당시 다니던 회사 사람들만 왔다.

낯설고 먼 도시에 있는 장례식장에 가서

손 잡아줬던 사람들,

야근 끝나고 늦은 시간에 혼자라도 가서

안아줬던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부고였기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 올 수 있겠지만

연락도 없었다.

부고문자도 보내고, 카톡 프로필에도 올렸음에도

그 흔한 전화, 문자, 카톡도 없었다.

당시에는 가족들 손님들로 꽉 차서

음식을 서빙하고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하니라고 바빴다.

집에 돌아와서야 생각났다.

꾸준히 연락하지 않는 내 성향이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억울했다.

내 인간관계가 이렇구나.

그래서 정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정리했던 

사람들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무렇지 않은 듯 안부를 묻고 

일상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가 그들만큼 쿨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왜 연락도 없었냐고 묻기에는

뒤끝 있고 찌질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응! 그럼. 조만간 봐! 어어!! 그래.

결혼식? 청첩장 보내줘.

(안 가고 , 축의금도 안 보냈다)

그렇게 그들도 나를 정리했다.


내가 별 볼 일 없이 집에서

콕 박혀 있는 생활을 한다는 근황을 알리자,

보험 들어달라. 신용카드 신청해라.

다단계 회사 가입하고 제품 구입해

달라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아. 거기에 내 스타일도 아닌 남자하고

소개팅이라 말하고, 선이라 부르는 자리를

마련하려던 사람들도 없어졌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처럼

그렇게 나를 그들의 삶에서 지웠다.

감사합니다!

친척 중에 보험설계사가 있어서

필요한 보험은 가입을 한 상태였고,

신용카드는 단종된 카드 2개를

오랜 시간 쓰고 있어서 다른 카드도 필요 없었다.

거기에 다단계 회사 가입해 달라는 말에 거절하고

제품만 구입했음에도 더 비싼 영양제를

팔려고 그렇게들 연락했었다.


거절할 때마다 느꼈던 죄책감에 계속 미안해했고,

그들은 서운해했다.

그런데 왜 내가 미안해해야 되는 건지?

내가 가입한다고, 산다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강요한 당신들이 

미안해해야 되는 거 아닌 건지.

 

그런 사람들이 사라져서 인간관계가

아주 단순하고 명확해졌다.

주저앉아 집으로 들어갔던 

내 비극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혜택이었다.

그리고 난 MZ가 아님에도 전화 통화를 싫어한다.

카톡이나 문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말보다 글이 편하다

글은 즉각적이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나한테 줄 수 있는 수단이라

말하고 나서 이불킥을 자주 하는 나한테는 글이 았다.

그럼에도 주변에는 통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주 울리는 전화벨소리나 진동 울림을 볼 때마다 

핸드폰 없던 시절이 좋았구나라는

생각을 할 무렵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카톡 친구 목록에 있는 5명한테


-항상 무음. 24시간 안에 연락 주겠습니다


라는 톡을 보냈다.

지금 남은 사람들 역시 워낙 연락 안 하는 사람들이

딱 두 개의 이니셜로 톡이 왔다.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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