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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un 20. 2020

지금만 가벼운 가정폭력

온몸으로 기억하는 폭력!

"How are you? 어떻게 지냈어?"

"How do you feel now? 기분은 어때?"


라고 물어보는 말로 수업을 시작한다.

화상으로 아이들을 보자마자 진도를 나갈 수 없으니 small talk 간단한 일상을 묻는다.


통학을 시작한 후에 아이들은 유독 피곤해 보였다.

하품을 하거나, 지친 얼굴로 세상 꺼지는 표정을 한 채 화면만 응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하면 과연 머릿속에 들어갈까 뭐 그런 생각으로

주어진 시간에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아이들하고 친해지면서 내가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들의 대답에 새삼 놀래곤 한다.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귀엽게 그려진 호랑이가 나왔다.

Tiger라는 단어를 읽어주고

따라 읽으라고 하니까 잘 따라 읽었다.

아이도 너무 귀엽고, 어려서 영어 발음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업도 빠지지 않고

항상 활짝 웃으면서 대답해서 수업시간에

만날 때마다 엄마 미소 짓게 하는 아이였다.


아이 : 호랑이 무서워

나 : 귀엽게 생겼는데? 이런 정글 갈 때는 엄마랑  

        아빠하고 가면 하나도 안 무서워.

아이 : 아빠 무서워.

나: 그러면 호랑이도 아빠 무서워하겠다. 그치?

아이 : 아빠가 엄마 막 때려.

그러면서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모습을 흉내 냈다.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볼 때 그제야

내 표정 관리가 안되었구나 싶어,

어색하게 웃으며 얼머무리고 다른 단어를 읽어줬다.


이전에 화면에 잠깐 비춘 엄마는

나이가 많이 어려 보였지만,

전화 통화할 때는 좋은 분이구나 싶었는데

가정폭력으로 고생하는구나 싶어 속상했다.


또 다른 아이가 화면에 효자손을 가지고 나타났다.

어린아이가 효자손을 물어뜯고 있는 모습에 물어봤다.


나 : 효자손 누구 거야? 그렇게 입으로 물어

        뜯으면 ㅇㅇ이빨 아야 할 텐데.

아이 : 엄마껀데. 이걸로 때려요.

나 : 선생님도 어렸을 때 효자손으로 혼났었는데.

       우리 같은 걸로 혼났네?(어색하게 웃었다)

아이 : (때리는 동작을 하며) 때린다고요.

   아파서 울어도 막(때리는 동작을 시범 보여줬다)



우리 세대는 많이 맞고 자랐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을 믿는

부모들이 많았던 시대였고

학교에서도 체벌이 존재해서

따귀를 때리는 교사들도 있었다.


체벌하면 기억에 남는 사건이

학교 선배가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다

가게 주인한테 걸렸었다.

지금은 바로 경찰한테 연락하겠지만,

당시에는 다 아는 사람들이라 가게 주인이

그 선배 집에 가서 사정 이야기를 하고

훔친 물건을 주고 돈을 받고 갔다고 한다.


중학생인 아들을 무릎을 꿇게 한 후에 그 앞에

그 선배 엄마도 똑같이 무릎을 꿇고 앉았단다.


엄마가 왜 그랬어?라고 물어보고 대답을 못 한채 바닥만 쳐다보는 선배한테 고개를 들라고 했단다.

그리고 정말 손을 90도 이상 벌어진 각도로 세게 선배 따귀를 때렸다고 한다.

당황해서 쳐다보는 선배한테

"너가 아픈 것보다 엄마는 더 아파"라는 말을 하고

또 계속 왜 그랬냐고 묻고, 선배가 무슨 대답을 하듯 계속 따귀를 때렸다고 한다.

나중에 코피를 흘려 손으로 훔치는 아들을 계속 때리다, 선배가 기절하면서 매질은 끝났단다.


나름 잘 살던 집이었고, 공무원이었던 엄마한테 첫 매질을 당한 충격에 며칠 학교를 못 갔단다.

나중에 선배 말로는 그때 그렇게 맞아서 도벽도 없앴다며 맞아서 정신 차렸다는 말에 조금 놀랬다.

그래서 선배는 체벌이 정당하면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단다.

체벌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매를 맞아도 될 사람은 없지 않을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말을 안 들어도

어쩜 이렇게 드럽게 말을 안 들어 먹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래도 매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아이들도 엄마가 맞는 모습을 보면서 크고,

자신이 맞으면서 느꼈던 아픔에 고스란히 몸에

남아서 나중에라도 나올 텐데라는 생각에 걱정되었다. 나중에 성장했을 때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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