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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Dec 06. 2021

제주도에서 살아보기..

비싸서 그렇지 살기는 좋더라~

10년 전에 제주도에 3주 정도 지냈었다.

당시 여름이라 습도가 너무 높아 두통에 시달렸고,

거기에 걸어 다니는 여행자라서

부득이하게 택시를 이용할 때,

바가지를 엄청 썼다.

거짓말도 잘하고, 엄청 돌아갔다.

물가도 비싸고, 풍경도 처음에만 멋졌지,

시간이 지날수록 다 비슷해 보였다.


2019년에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석하려고

친구하고 왔을 때 10년 전하고 다르게

가을의 따뜻한 날씨와 갈대가 있는 풍경,

그리고 구름 사이에 삐져나온 햇빛이

바다에 비출 때는 탄성이 나왔다.

너무 멋졌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래서 난 제주도에 대한 환상도 없고, 태국을 더 좋아한다.

그럼에도 제주도로 떠난 이유는 한 달 살기가

잘 되어 있어서 한 달 머물 숙소가 많았다.


다른 지역을 검색해 봐도,

숙소 상태에 비해 많이 비싸거나

선택 안이 너무 적었다.


올해 8월에 제주도에 있는 숙소를

예약할 때만 해도 이곳에서

화상수업을 병행할 계획이었지만,

난 백수가 돼서 여행자의 신분으로 제주도에 오게 됐다.


역시 기대를 하면 실망이 커지는 법,

기대가 없었기에 지금 제주도에서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과는 다르게,

1달 예약한 숙소가 끝나가는 시점인 지금,

마땅한 숙소를 찾을 수 없어서 이번 주에

다시 육지에 있는 집으로 갈 예정이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숙소의 가격과

상태를 보면 많이 비싸다.

제주도행 비행기가 매진되었다. 가격이 비싸다.

코로나로 해외가 막힌 상태에서 최선의 선택은 제주도이다.. 등

여러 말대로 이곳은 외지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곳에 있으면서 서귀포 향토오일장에서 만난

어르신들 빼고는 제주말을 들을 일이 없다.

식당, 카페, 마트 등 모두 표준어나 육지 지역말을 쓰셨다.

(경상도 말을 쓰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다)


버스 앞좌석에 앉았는데 누르는 벨이 근처에 없어서

기사님한테 이번 정거장에서 내리겠다고 말을 했다.

기사님이 여행 왔냐고 물어보면서 자신은 울산에서

오셨는데 너무 좋아서 정착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여행을 와서 정착한 분들을 어렵지 않게 만났다.


지금 자연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얻은 영향으로 아침, 저녁으로

베란다에 앉아서 바다를 쳐다보며 혼자 멋짐에 취해 있다.


20년 전에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이 생각났다.

10대 아들을 둔 엄마가 보낸 글이었는데

아들이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

라는 말이 있는데 왜 자기는 말 새끼도 아닌데 제주도에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짜증을 낸 사연이었다.


지금에서 보면 이렇게 멋진 풍경도 그 아이한테는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서울보다 못한 곳이었다고

생각한 듯하다.


나이가 들면 자연으로 가고 싶다는 말이 맞나.

10년 전에 내가 봤던 제주도하고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리고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스스럼없이 도와주시는 지역주민들을 만나면서

내 마음이 서서히 바뀐 듯하다.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가 내년 3월까지 예약이 다 되었다고.

그래서 날씨가 좋은 4월에 제주도에 다시 올까 생각 중이다.


편견이 한 번 생기면 깨기가 참 어렵다.

우연이 겹쳐서 편견이 생기고, 그게 믿음이 된다.

눈을 돌릴 때마다 보이는 푸른 바다하고 구름의 다양한 형태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볼 때마다 나오는 감탄과

더불어 좋은 분들을 만난 기억에 제주도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졌다.


원래 계획은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고,

좋으면 정착하고 아니면 육지로 돌아가자 였었다.

한 달 살고 좋아졌지만, 숙소가 마땅치 않아서

다음을 기약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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