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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un 16. 2022

이상한 사회복지 실습생 조건

월급 주는 사람처럼  면접 보시네요.

친한 언니가 방문요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 언니의 친언니와 동생까지. 가족 5명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근무 중이다.

많이 따르는 언니였기에, 오랜 기간 나를 봤을 때 사회복지사가 적성에 맞다며

계속 추천했기에 공부를 하긴 했다.


법이 개정되기 전에 6과목을 듣고,

일하면서 병행하기도, 그리고 내가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마음도 없어서 잠정적으로

그만두었다가 쉬엄 일하는 요즘,

언니 성화에 다시 알아봤다.


요즘 사회복지사가 핫한 직업인지

아니면 그냥 하나쯤 있어서 나쁘지 않은 자격증인지

실습처 구하기가 어려웠다.


언니의 동생이 일하는 요양원에서

자리를 알아봐 주실 수 있다고 했지만

호주에 있을 때 "Aged carer" " Community Carer"

라는 자격증을 따서 노인복지시설에서

실습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아동 관련 시설로 알아봤다.


호주에 놀러 와서 뭔가 하나 얻어 가자 싶어서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백인 직원들 사이에서 경험한 인종차별에

적성을 떠나서 그냥 싫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얼마 전부터 실습생을 구하는 카페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경기, 서울권을 알아보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아동센터에 구인 글이 있어 지원했다.


지원하고 얼마 뒤에 전화가 왔다.


지원서에는 내가 센터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곳에,

영어 교사로 근무했고, 한국어 교원 자격증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영어를 알려줄 수 있고,

운동을 좋아해서 실습을 수행할 수 있는

건강한 체력이 있으며, 센터 내에 있는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할 열정이 있다.. 이렇게 적었다.

전화가 왔을 때,

나한테 영어를 얼마나 하냐고 물었다.

실력을 물어보기에,

초등학생 영어는 충분히 가르친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센터에는 중, 고등학생이 있는데

문법을 가르치고, 학교 수업도 봐 줘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학부모 상담도 해야 되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


실습생 구하는 곳에서

얼마 전에 영어 학원 면접 보듯 질문을 했다.

음....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할 거면

내가 학원에서 돈을 받고 일하지,

왜 그곳에서 실습비를 내고,

같은 일을 메인으로 해야 될까.


그래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 말고 다른 일은 없냐고

물었더니, 그건 10월까지 이미 꽉 찼단다.


그러면서 영어를 어떻게 아이들한테

가르칠 수 있는지 자세히 적어서

메일로 보내라는 말로 대화는 끝났다.

나 역시 당황해서 적어서 보내겠다고 했지만

안 했다.

안 간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 상식으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습하러 가서 일을 배우는 과정이기에,

실습비를 낸다고 생각하는데

이곳은 직원 구하듯 실력을 따져 물었다.

'실습비는 그럼 왜 받는 거죠?'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친절하게 자신들이 요구하는

실습생 조건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하면서

"이게 싫으면 말구"라는 듯 대화를 끝내려는 화법에

나 역시 말을 줄였다.

아는 후배 역시 사회복지사 실습처를 구하고 있다.

후배한테 이 이야기를 하니, 자신도 메일로 문의했더니

서류 접수하고, 면접을 두 번을 본다는 답장을 받았단다.


아니 왜?????


실습처는 한정되어 있고, 실습생은 많아서 그런 듯하다.


그리고 실습하는 곳 말고 학점은행제,

대학의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따로 "사회복지현장실습"을 30만 원 주고

또 들어야 한다.


실습비에 온라인 과정까지 하면

대략 40-70만 원 사이가 든다.


친한 언니는 7년 전에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땄다.

그때 나하고 시청 사회복지과에 가서

실습생을 구하는 곳을 묻자,

담당 공무원이 관할 내 사회복지시설 이름하고

연락처가 적힌 리스트를 줬다.


언니가 집에서 가까운 곳 순서로 전화해서 물어보고,

언제부터 오라는 말에 실습비 입금하고,

그 날짜에 가서  바로 실습했단다.

면접이 어디 있었냐며

요즘 실습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 거 같다고

나하고 같은 생각을 말했다.




옷을 기부받은 곳에서 사람들이 버릴 옷만 보내서

선별하는 과정이 힘들다며,

지인이 줬을 때 내가 입을 수 있겠구나 하는 옷을

보내 달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공감한다.


그래서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실습생으로 오는 것을 바랄 것이고,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사들도

선별하고 고를지도 모른다.

실습생보다는 당연 아동들이 우선이다.

이해된다.


하지만 월급 주는 학원 원장 같은 질문과 함께

내 실력과 커리큘럼을 자세히 적어서 보내면

센터장님한테 보여주고, 연락을 준다는 말에.

하지 말자.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지원서에 센터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는 질문에.. 실습생은 공부하러 가는 학생인데

센터에 왜 기여를 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을 쓰면서, 난 사회복지사로서 자질과 인성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하지 말까..라는 성급한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어쩌면.. 앞으로 최저시급에 해당되는 돈에

내가 생각한 상식과 다른 일들을 하게 될 터이니,

알아서 포기해라.. 그런 신호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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