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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단상
06화
치앙마이, 단상 6
말벌,이동,알레르기 비염
by
구슬주
Sep 30. 2022
이동
오늘 새로운 곳으로 이동했다.
치앙마이 도시 자체가 커도 항상 가는 곳만 간다.
3년 만에 치앙마이에 오고,
팬데믹으로 초토화된 도시를 보면서 씁쓸했다.
많은 상가가 닫았고. sale 혹은 rent라는
붉은 글씨가 태국어와 영어로 쓰여 있었다.
한 달을 나이트 바자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머물렀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발코니 밖에 있는 말벌들이
한 마리씩 어딘지 모를 통로를 통해
들어왔다. 버~~ 징~~~ 하는 날개 소리에
노이로제 걸리기 전에 다행히 1달 렌트가 끝났다.
호텔 매니저가 갑자기 어디로 이동하냐고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대답을 미루고 있을 때,
보증금으로 낸 돈을 환불 대신에
남은 기간을 호텔에서 머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런데 제안했던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호텔 사이트를 통해서 예약하는 금액보다
더 비싼 꼴이었는데,
뭔가 생색을 내듯 제안을 해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오늘 체크아웃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하고,
조금 전에 다른 곳에 도착했다.
한 달 살기가 유행하기 전부터 난
그리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멀미도 심해서
한 곳에 머물면 꽤 오랜 시간을 보탰다.
특히 태국 빠이 경우에는 뭣도 모르고 갔다가
나오는 길이 험해 갇혀서 비자 만료기간
까지 지내다 온 적도 있었다.
비자 만료되지 않았다면 더 오래 주저앉았으리라..
이번에는 꽤 외곽으로 나왔다.
숙소에서 일 차선 도로까지 나오려면
700 미터를 시골길을 따라 걸어 나와야 한다.
오늘 날씨가 화창하다 못해 머리 벗겨 질정도로 뜨겁다.
이런 날은 우산을 쓰고 간다면 별 문제없겠지만
폭우가 쏟아지면.. 그때는 진짜 행군하듯 걸어야 한다.
그나마 이쪽은 주변이 논밭이라 물이 고여서
수영하는 쥐 하고 보폭 맞출 일은 없을 듯하다.
(도시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홍수로 물이 차면,
온갖 동물들이 떠 다닌다.)
여기도 비오면 이렇게 물이 고였다.
해가 쨍짱! 3시간 뒤에 다시 감
그리고 이곳에서 치앙마이 시내까지는 택시로 15분.
작은 트럭을 개조한 썽태우로는 20-30분
정도가 걸리는 지역이다.
이곳보다 더 치앙마이에서 떨어진 도시에서 살았는데, 그곳은 편의 시설이 잘되어 있었다.
여긴 가는 중간지점이라 아무것도 없다.
숙소 주변에는 논밭 밖이지만,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영국 친구가 있다.
이곳에 온 것도 SNS에서 이 친구가
이곳에서 운동하는
릴스를 보고 렌트가 끝나마자마 왔다.
3년 만에 만났고, 그동안 연락 한 번 없으니
친한 친구라고 볼 수 없지만
볼 때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뿜하고,
배울 점이 많아서 기회만 되면 보고 싶다.
당분간 이곳에 있지 않을까 싶다.
짐을 풀고, 700미터를 걸어 나와,
로컬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카페에서 라테를 마신다.
본능적으로 어디쯤에 식당이 있고,
카페가 있겠구나가 느껴진다.
물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처럼 나
역시 식당과 카페를 찾는다.
알레르기 비염
꾸준히 운동하기를 10일.
이제 슬슬 근육이 생기나 싶을 때 느닷없이 알레르기 비염으로 묽은 콧물이 줄줄.
재채기 연달아 에취 에취 하다 콧물이 주르르륵.
아프기보다는 보기가 너무 흉했다.
삼일째인 지금은 코가 다 헐었다.
운동 대신 동네 마실
마을 약국에 갔는데 정말 허접한 약을 주고는
만원 가까이 냈다.
태국 약국에서 이렇게 돈내기는 첨이어서 순간 당황했다.
얼마나 허접했는지 전혀 낫지 않음.
그래서 예전에 운동했던 동네에 있는 병원에 갔다.
(치앙마이에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지역이지만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다)
3년 전에 감기 몸살이 심했을 때
당시 친하게 지냈던 태국 친구가
의사가 영어를 한다며 데리고 갔던 병원이었다.
모든 직원들이 영어도 잘했고, 정말 친절했다.
의사쌤 진찰 전에 간호사분들이 혈압, 온도를 재고
내 여권에 있는 정보를 기록하고 있었다.
나한테 근처 초등학교 선생님이냐고 물었다.
한국이었다면 백수인데요.라고 했을 텐데
아니라고 짧게 말했더니
선생님 같다고.
방콕 차이나 타운 근처에 머물던
숙소 근처 식당 사장님도
근처 학교 선생님이냐고 물었는데.
내 스탈이 그런가 보다.
칭찬으로 알아들음.
의사쌤은 진짜 러블리하셨다.
후기를 적을 수 있었다면
별 100개를 주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증상을 하나씩 체크하면서 열이 없고 묽은 콧물이라.
"아~"해보세요.라고 해서 했더니 목은 오케이!
청진기를 등에 대고 보시고는 오케이!
약이 두 종류란다.
하나는 엄청 졸린데. 빨리 낫는다고.
다른 하나는 졸리지 않는데 천천히 낫는다고.
난 빨리 운동하고 글도 써야 해서
하루 종일 자도 되니까 빨리 낫는 약으로 달라고 했다.
생각보다 졸리지 않음
그렇게 의사쌤보고 간단한 체크 업하고,
약도 받았는데 6천 원 냈다.
옛 동네 와서 엄청 좋았다.
자주 가는 고기 국숫집에 갔더니
할머니가 반갑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
나두요..라고 씨~익 웃었다.
지금 사는 곳은 과일 살 곳이 전혀 없어서
오렌지, 바나나, 용과 샀다.
말그대로 막 컷ㅋ
차를 타러 가는 길에 3년 전에 자주 갔던
테이크 아웃만 가능한 카페 사장님하고 눈이 마주쳤다.
먼저 인사하면서 나오셔서 깜짝 놀랐다.
언제 왔냐고..
3년 만에 지나가면서 봤는데 알아봐서 놀랬다.
그래서 커피 하나 주문하면서..
지난번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더니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800원 버스
그렇게 국수 먹고. 장보고, 커피 마시고
작은 버스 타고 돌아왔다.
말벌(쌍살벌)
한국에서는 벌을 볼 일이 없다.
산을 가봤자, 남한산성이었고,
그곳에 벌은 나한테 오지 않았다.
처음 체크인했던 호텔에서 며칠 머물렀을 때 남긴
10점 만점 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1달 렌트한다고 할 때 좋은 방을 주겠다고 했다.
실제 방은 넓었고, 깨끗했고, 시설 역시 너무 좋았다.
이 가격에 이런 곳에 머물다니..
I'm so lucky를 말할 정도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창문에 있던 블라인드를 젖혔을 때,
벌집이 보였다.
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호들갑을 방송에서 종종 볼 때마다
걱정되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벌집과
그곳을 새까맣게 덮고 있는 벌은 시각적으로
징그러웠고 무서웠다.
다른 방으로 옮겨도 된다며 보여준 방은,
처음 보여준 방에 절반이었고,
다른 방 사이에 껴 있었다.
태국 건물이 방음에 취약한 걸 알기에,
발코니 하고 창문을 열지 않겠다.
그러니까 발코니 공간을 포기하고 그곳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3-4일에 한 번씩 청소를 해 달라고 했고,
그 과정에서 환기를 시킨다면 창문과
발코니 문을 열어
벌들이 그 틈으로 들어왔다.
청소하는 분들은 퇴근하지만,
벌 들은 나하고 같이 밤을 보내야 했다.
들어와서는 어딘가에 조용히 있던 애들이
밤이 늦으면 어디선가 나와서 침대 머리맡 전등에서
버~~ 징~~ 하는 벌 날개 소리가 들렸다.
내보내려고 발코니 문을 열면 한 마리가 더 들어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죽였다.
모기나 바퀴벌레는 죽여도 괜찮은데
벌을 죽일 때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래서 번역기로 돌려 태국어로
"문 열지 마세요. 벌 들어와요"라고 썼는데도
또 문을 열고 청소해서 벌 두 마리가 날아다녔다.
하루는 이렇게 혼자 끙끙 앓지 말자 싶어서
저녁에 발견한 벌을 보고, 리셉션에 내려갔다.
문을 열지 말라고 하는데 자꾸 열어서 벌이 들어왔다.
잡아 달라.
그랬더니 태국에서 벌은 행운을 뜻하기 때문에
우리는 죽이지 않는다.
대신, 청소하는 사람들한테 주의시키겠다.
(그래서 벌집을 일부로 제거하지 않는다)
확실했다. 앞으로도 문 열고 청소해서 벌 들어오면
내가 내려와서 말하겠다는
메시지가 먹혔는지 그 뒤로는 문을 열지 않았다.
만약 벌이 꿀을 모으는 꿀벌이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민감하지 않았을 텐데,
얘들은 쌍살벌이라는 말벌이었다.
인터넷에 "벌과 말벌의 차이점"을 검색해서 봤을 때,
내가 죽인 벌은
확실히 말벌에 가까웠다.
그런데 벌집은 인터넷에서 본 말벌집이 아니었다.
그래서 태국 커뮤니티 카페에 벌집과 방에서 찍은
벌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쌍살벌'이라는 답변을 남겨주셨다.
쌍살벌을 검색했는데 벌과 말벌의
중간이라고 보면 된단다.
벌은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지만,
말벌은 달려들어 공격하고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침을 쏠 수 있단다.
쌍살벌은 벌처럼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지만,
쏘이면 독성이 강하다는 글을 봤다.
태국에 있으면서 가끔 내가 곤경에 처하면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하지 싶을 때가 있다.
한국은 119,112에 전화하면 되지만
여긴 어디에 해야 되나?
관광경찰인 1155로 걸면 되지만,
벌에 쏘여서 심하게 부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에
벌에 더 예민하게 반응했을지 모른다.
거기에 피부가 좋은 편은 아니라
개미와 모기에 물려도 다른 사람들보다 심하게
벌겋게 부어올랐기 때문에 더 말벌에 민감했다.
전에 있던 집에서는 개미가 그렇게 물어댔다.
개미 역시 물리면 독성이 강해서 벌겋게 오르는데,
어느 날은 배 쪽으로 일렬로 여러 방
물려 대상포진으로 의심할 정도로
징그러웠고 통증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운이 좋게 안 물렸지만,
벌을 자세히 관찰하게 피했다.
다시 한번 도시에서 살아야 되나..
그런 생각을 했던 1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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