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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Feb 12. 2023

공병 팔던 날 & 일본 학생

우리 동네 단상 1

우리 동네 단상 1

어학 플랫폼에 수업 신청이 들어와

학생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으로 봐서 일본 남자였다.

영어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고,

한국어는 조금 한다고.

프리토킹 수업을 신청해서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

어떻게 공부하는지? 사는 곳? 취미

이런 몇 가지 주제로 대화하면

25분 수업이니 충분하겠다 싶었다.

코타키나발루 시립도서관

수업이 시작되고..

화면에서 일본 학생을 보는 순간 너무 놀랬다.. Why?

너무 잘생김.ㅋ

학생 90%가 여자이고,

가끔 남자도 있기는 했지만 나이가 많았다.

별 기대 없다..

훅~ 내 안구를 치고 들어 온

핸섬 페이스에 살짝 당황했다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수업 시작했다.


한국어를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잘했다.

25분 동안 거의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해서

머리가 엄청 좋겠구나 싶었다.

쿠알라룸푸르 이케아

직업을 물어봤더니 호텔에서 일한다고.

아~~ 인물이 좋으니 호텔에서 일하는구나.


문제는... 공통 화제가 너무 없었다.


한국 드라마 안 보고, K POP 관심 없고,

한국 여친이 있어 배우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올 계획도 없단다.


흠...


한국 관광객이 많아져서 배운다고 했다.

호텔 관련 질문을 하자니, 내가 아는 게 없다.

그렇게 첫 수업이 끝났다. 빠이~


두 번째 수업에 만난 학생은 많이 릴랙스 해 보였다.

첫날 각 잡힌 흰 와이셔츠 차림이었던 반면

티셔츠에 맥주 한 잔 하고 들어왔는데

취하지 않았다고. 내 눈에도 취해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교때부터 단골인 순창떡볶이

오늘 뭐 했냐고 묻자 스시 먹으러 갔다고.

일본 갔을 때 친구하고 회전초밥 먹은 이야기 하는데,

자기는 회전초밥 싫어한단다.

세프가 만들어서 바로 앞에 놔주는.

이런 식당 오사카에서 일본 친구하고 갔을 때 비쌌다.

그곳도 친구가 예약하고 갔었는데

몇 개 안 먹어서 배 부르지 않았는데

1인당 거의 8만원 가까이 나왔다.


근무는 스케줄 로테이션 근무하냐고

물어보니까 살짝 뜸을 들인다..

그리고는 자기가 오너라고.. 얼~~ 부럽다.

작은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자기가 가고 싶을 때 간다고 한다.

넌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구나.

부럽다고 하자 웃기만 한다.

쿠알라룸푸르 이케아

화상수업할 때 일본, 대만 학생들은 집이 좁아서

그런지 뒷 배경에 블러처리해서  잘 안 보인다.

그런데 이 학생은 뒷 배경이 보였는데

인테리어가 꽤 세련돼 보였다.

부럽군.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했는데


또!!! 질문할 내용이 똑 떨어졌다.


-나한테 묻고 싶은 거 있으세요?


라고 묻자 없단다.ㅋㅋㅋ 왜 없는뎃!! ㅎ

생각 좀 해보라니까.

곰곰이 생각하더만 그제야 영어로 묻고는 싶은데

한국어로 표현이 안된다고.


주제를 정해서 말하는 수업은 딱딱해서 싫다고

첫 수업에 말했기에,

앞으로 질문할 내용을 적어서 서로 하자고 했다.

수업이 아니라 취조 느낌이 들어서

혹시라도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에.


나한테 질문받는 거 좋단다.

그래.. 그럼 내가 준비할게요.

그리고 웃으며 헤어졌다.

그래서 질문 리스트 만드는 중인데.

다른 사람한테 사적 질문받는 거 싫어해서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 와서 1일 1 버드와이저를 마신다.

잔에 따르는 손맛이 있어

병맥주를 고집하다 보니

어느샌가 베란다 한 곳이 다 맥주병이었다.ㅋ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의 소주병만큼은 아니다. 난 베란다임ㅋ)

버드 대신 레오..

버드와이저 마시게 된 이유가 별 거 없다.

병맥이고, 용량이 330으로 양이 많지 않다.


며칠 전에 마트 계산대에 계시는

언니가 카드를 돌려주며


-병 팔 때 되지 않았어요?


나 단골 됐구나 싶어 웃음이 빵 터졌다.


-네. 그런데 병 받는 곳도 없고

 불친절해서 그냥 밖에 두려고요.


그러자 자기네 매장은 친절하다며

버드와이저 공병 1개에 100원이라고.

일요일 오전에 가져와서 맥주로 바꿔 가란다.ㅋ


아침에 맥주 공병 들고 와서

맥주로 바꿔 가는 모습은 뭐랄까.

아침에 충혈된 눈으로 전날 마신

소주병 들고 와서 소주 사가는

아저씨가 연상돼서.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다.. 알았다고 했다.


오늘 공병을 큰 봉투 2개에 나눠 들고 갔다.

거리도 조금 있었지만

무게가 묵직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가는 길에 아침 예배 끝나고

성경책 들고 오는 동네 주민하고

마주쳤을 때 많이 뻘쭘했다.

신호가 긴 횡단보도에 도착했을 때

바닥에 두고 서 있었다.

조금 있다 어떤 아줌마 두 분이 후다닥 와서는

봉투를 이리저리 보더니


-병이 왜 이렇게 많아. 누가 두고 갔나 본데

-이거 팔면 꽤 되겠다. 그치?


그러면서 내 앞에서 봉투를 열어젖혀 세고 있었다.


-저기요.


아줌마 한 분은 병 세니라 바쁘고, 다른 한분이 날 봤다.


-그거 제 거예요. 무거워서 바닥에 둔 거예요.


그러자 날 봤던 분이 병 세는 친구분을 툭 쳤다.


-여기꺼래.


그러자 무슨 소리야!라는 듯.

네가 먼저 봤다고 찜한 거니!!

라는 눈빛으로 봤다. 아직 너가 집어 든 게 아니니.

내꺼 일 수도 있다는 듯.


폐지를 줍는 분들이면 드렸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무게도 나가고, 사람들 쳐다봐서

마트까지 들고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아줌마 나보다 더 비싼

브랜드 점퍼를 입고 계시네.


-일요일 오전에 가려오라고 해서 가는 길이에요.


친구 손에 끌려 가던 병 세던 아줌마는

그렇게 미련을 뚝뚝 흘리며 사라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길 건너편에 있는 마트에 가져가서

공병을 팔고 우유 1L 2개를 사 왔다.

사 오면서 기분이 묘했다.


공병 처리가 귀찮다

그럼에도 병맥을 예쁜 맥주잔에 따르는 손맛은

포기하지 못할 듯해서 계속 구입할 듯하다.

다만 신호 기다리면서 바닥에 두지 않을 정도로

적정량만 들고 다니자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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