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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주 Jun 01. 2023

외로웠던 도서관 수업

당분간 bye~

강의 듣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기보다는 즐긴다.

유튜브 강연도 좋아하지만,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수업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수업 2-3개를 분기마다 들었다.


예전에는 수업이 꽤 길었는데,

예산 문제인지 길게 안 주신다는

강사님들의 살짝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부분 12주 수업이었다.


코로나 엔데믹이 된 후

오프라인 수업도 활성화되었지만,

아침잠이 많고,

저녁에는 수업 때문에 들을 수 없어서

온라인 수업만 듣고 있다.

뚜벅이라서 거리 제약에 걸렸고,

저녁형 인간이라

아침 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몇 개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어,

접수 시작과 함께 신속 정확하게

수강등록에 성공한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부터 온라인 수업도 듣고,

그전에 오프라인 수업도 들으면서

많이 느꼈던 감정은 이질감이었다.

90% 그러니까 10명 중에 9명은 좋았다.

그래서 실제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지금도 연락하는 소중한 인연들이 계신다)

하지만 1명에 해당되는 분의 의도가 없는

투덜거림이 쌓여 마음에 생채기가 생긴 듯했다.


도서관 수업 특성상 주부들이 많았다.

맞벌이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보통은 전업 주부 혹은

휴직 중인 주부들이 많이 들었다.


그 많은 수업 중에 미혼은 나 혼자였다.

남성은 첫 수업 이후에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에,

끝까지 남아 있던 남자를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아저씨의 불만이

다른 분들에게

당혹감을 주긴 했지만,

난 완전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면에 비추는 내 얼굴에

공감을 표할 수 없어

나 역시 살짝 연기했다.


-여기도 아줌마들 판이구만.


나도 아저씨가 말한 아줌마 중에 한 명이었는데

공감했던 이유는,

강사님, 수강생 모두 주부이다 보니

수업이 삼종세트(아이들, 남편, 시댁) 이야기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 뭐가 된던,

부차적으로 삼종세트 이야기가 나왔기에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안되었다.

미혼이라 부인, 며느리가 된 적은 없지만,

남동생이 결혼해서

그들이 싫어하는 시댁의 일원이었다.


내가 여행 다닌 이야기를 하면,

집안일 안 하고 여행 다니는  

나잇값 못하는 미혼 시누이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조금 뛰었는데,

아랫집 결혼 못한 까칠한 여자가

층간소음을 항의했다며,

애들이 없어 이해심이 없다고 했다.


물어보고 싶었다.

윗집 아이가 뛰어다니면

당신은 애가 있으니까 다 이해하냐고?

친정에 가면 당신도 일을 하냐고?


다 이해한다. 뛰니까 애들이다!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난 일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럼 대단하신 분들입니다라는

존경을 보냅니다.

난 윗집에 대학생들이 산다.

발망치 소리로 귀가 소식을 전해 주고,

주말에는 파티를 하는지

더 심하게 쿵쾅댄다.

의자 끄는 소리도 자주 들리고,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웃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그래서 딱 한 번 말했다.

시끄럽다고.

소음이 들릴 때마다 올라갈 수 있지만,

나 역시 아랫집 사람이

그러면 스트레스받을 거 같다.

그러니까 조금만 조심해 주면 안 되겠냐고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고개를 꾸벅대서

나 역시 예민해서 미안하다고 꾸벅댔다.


이 학생들은 여전히 시끄럽다.

그래도 전보다 조심한 표시가 난다.


"야!! 아래층 아줌마 시끄럽다고 하겠다.

    조용히 해!!!"


아놔!! 이럴래?ㅋㅋㅋ


그래. 아래층 아줌마 배려해 줘서 고맙다.

그러고 잘 살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라서

제사의 중요성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동생 부인과 공존했었다.

그래서 제사&명절 음식을

엄마하고 내가 다 했다.

(하긴 남의 집 제사하고

명절 음식하려면 억울하겠지.

그건 결혼한 친구들한테 많이 들어서 안다.

그러면 음식 안 하는 집

자제하고 결혼했어야지.ㅠㅜ

결혼 전에 절은 안 해도 음식은

같이 하자는 소리에

왜! "네"라고 대답했던 건데)

명절 아침에 9시까지 오라고 했음에도

11시에 와서는 동생이 늦게 일어나서

늦었다고 슈퍼 당당하다.


차례는 이미 끝나서 밥 먹고 이야기

좀 하려는데

설거지하겠다고 서둘러 나간다.


빨리 설거지하고 친정 가야 한다고.


그래. 걸어서 10분 거리에 사는 부모님이

명절 때 많이 보고 싶겠지.

명절에만 잠깐 만나는 귀한 며느님

설거지하는 모습이 걸리는지

곁에 살아서 귀한 줄 모르는 딸한테

같이 하라고 하신다.

그래. 음식은 엄마하고 같이 했지만

설거지라도 너하고 같이 해서 좋구나.

속엣말 하며 했다.

그래서 난 나잇값 못하는

시누이 불만에 공감하기 힘들다.

시누이를 흉보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그들도 시누이한테 좋은 존재였을까?

라는 생각이 내 개인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의 시댁 이야기가 불편했다.


거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우면서

귀한 일이 육아이기 때문에

아이들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 상담을 할 때 도움이 되니까.


그런데 가끔 내 생각을 말하면

'애가 없어서 그래요'

'경험이 없다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원래 잘 모를 때 그렇게들 말해요'

라고 한다.

그럼 산부인과 남자 의사는

애를 낳아 본 적이 있어 의사하나요?

라는 말이 목에 걸린다.

그들 말이 맞다.

난 출산도 양육도 안 해봐서 모른다.

그렇다고 생각까지 없을까..


그래서 언제부턴가

"제가 결혼을 안 해봐서 모르지만요"

"출산 경험이 없지만요"

"육아 경험이 없지만요"

라고 전제조건을 붙이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독서치유수업을 듣는데,

수업이 끝나면 너무 외로웠다.


왜 이렇게 외로울까?

치유되는 과정이라 그런가?


그럼에도 수업에 꾸역 참석했었다.


그러다 일본 친구가 5월 초,

일본 황금연휴에 서울에 놀러 왔다.

일본 가면 그 친구 집에서 머물렀기에

부모님, 할머니, 동생, 고모 하고도

말은 안 통했지만 잘 지냈다

코로나 끝나고 만난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가 반가웠다.

모두 싱글에 사귀는 사람도 없는.

지금 나하고 생활패턴이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니

같이 보내는 모든 시간이

힐링 그 자체였다.


외로웠던 이유는

치유가 아닌 다름이었다.


그래서 강사님한테 이런

내 심정을 말하고

그만 듣겠다고 했다.


꽤 오랜 시간 나하고 생활이나

생각이 다른 그들하고

수업은 이제 그만하자.

그렇게 당분간 도서관 수업은

듣지 않기로 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편안하다.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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