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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그흐 Apr 04. 2024

[한국의 신화] 저승에서 강아지를 만났어

모두의 시간이 다시 만나는 저승 

오늘은 한국 신화에서 등장하는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왜냐하면 저의 사랑하는 강아지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거든요. 보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담아 글을 써보려 합니다.

강아지치고는 조금 크죠? 하지만 귀여우니 저에겐 영원히 강아지예요.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면 강아지별에 간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그리고 훗날 우리가 죽어 저승에 가면 강아지가 마중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저는 그 이야기를 믿고 싶었어요. 우리 강아지를 또 보고 싶으니까요. 다시 만나 쓰다듬고, 안고, 사랑한다고 백번이고 천 번이고 말해주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신화에서 근거를 찾기는 어렵더군요. 신화에서 동물 자체가 잘 등장하지 않으니, 강아지가 있을 리 만무하지요. 우리나라 저승관에 근거한 건 아닌 것 같은데, 항간에 떠도는 저 이야기의 출처는 어디일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자꾸만 가자미눈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걸 믿지 못하는 걸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연구자인가 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신화를 읽던 중 강아지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발견한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무려 저승에 사는 강아지를요. 저와 같이 훗날 강아지와의 재회를 바라는 분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하고 싶어 가지고 들고 와봤어요.


전라북도에서 전하는 신화 <칠성풀이>에는 이런 장면이 있어요.

일곱 아들이 죽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의식을 치릅니다. 그러자 저승의 시왕이 어머니인 매화부인에게 사흘의 말미를 줄 테니 자식들과 상봉하여 회포를 풀고 오라 합니다. 매화부인은 기뻐하며 이승으로 향합니다.


매화부인이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올 때에 흰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고, 강을 건너고 건너다 한 다리에 도착한다.
매화부인이 강아지를 내려놓자 강아지는 그 다리를 건너가는데, 매화부인은 다리를 건널 수 없어 이리저리 헤매고 있으니 한탄하고 우는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깨니 이승이었다.


매화부인은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이승으로 향할 때 강아지와 동행합니다. 아쉽게도 신화는 이 강아지와 이승에서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인지, 이 강아지는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승에도 강아지가 산다는 것, 품에 안을 만큼 사람과 친밀하게 지낸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지요.

저승에 강아지도 사는구나. 그렇다면 우리 강아지도 저승에 있겠구나.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길을 강아지가 앞장서는 걸 보니, 어쩌면 내가 훗날 저승에 갔을 때 그 문턱에 와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작은 희망을 품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신화는 참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아요. 그래서 짐작하고, 그럴 것이라 믿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기뻐요. 훗날 강아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저의 기대에 작은 근거가 생겼거든요. 보고픈 마음을 잔뜩 모아두었다가 마음껏 쓰다듬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거라 조금 더 믿을 수 있거든요.

혹 저와 같이 강아지를 먼저 떠나보낸 분이 계시다면, 신화의 저 작은 이야기가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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