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두고 아이들의 등교가 조절됐다.
수도권에서 고3을 제외한 전 학교에서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한다는 뉴스를 본 지 하루만이다.
아이들은 집에 더 있을 수 있으니 좋아할 테고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워킹맘인 내게는 방학의 연장이나 마찬가지지만.
평소보다 짧은 방학이라지만, 3주가 넘는 방학 동안 두 아이의 아침과 점심 두 끼를 해결해놓고 출근하는 중이다. 매번 같은 메뉴를 줄 수 없어 매일 세 끼가 고민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바로 ‘내일 아침, 점심으론 뭘 하지?’라는 생각이다. 같은 워킹맘들끼리는 ‘죽을 때까지 오늘 뭐 먹지, 고민할 거’라며 씁쓸한 농담을 하기도 한다.
‘아이 아침 메뉴’라는 검색어로 여러 금손 엄마들을 만났다. 핑거푸드도 어찌나 이쁘게 잘 만드는지. 보고 배울 점이 많더라. 한참을 검색하다 결국 내일 아침은 내가 빨리 잘할 수 있는 감자볶음을 하기로 했다. 그럼 애들이 밥에 감자볶음이랑 비벼 먹겠지. 김치도 함께.
코로나가 다시 크게 확산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는 우리 생활에 더 크게 파고들었다. 매일 출퇴근하며 오가는 길가에도 ‘임대’라고 적혀있는 가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이 없지만, 내 눈으로 보이는 우리 동네의 늘어나는 ‘임대’들은 지금 경기를 실감하게 만든다. 비록 폐업은 아니지만, 줄어든 손님으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매일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계속 모습을 변화시키며 우리 곁에서 오래 머무는 요물 같은 코로나는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를 이렇게 만들고 있다.
요물 같은 코로나로 온 나라가 먹고 사는 문제로 씨름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더해주는 단체도 있더라. 똑똑한 사람들이니 말은 그럴싸하지만, 결국 자기네들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이지 않나. 매일 신문을 읽고 오피니언을 읽는다. 그곳에 이번 일을 두고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병원이 없는 시골에 왕진하러 몇 년째 가는 의사도 있고, 공공병원에 취직해서 ‘일이 많을 텐테 힘들겠다.’라는 교수님의 말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서 좋아요’(많이 도울 수 있어서)라고 답하는 의사도 있더라. 그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닐 건데, 의사라고 모두 다 같은 뜻은 아닐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외상센터에선 손을 뗀 <골든아워>의 이국종 교수도 생각난다. 그를 보면서 ‘의로운 의사’라는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한 느낌이었다. ‘의사’라는 사명과 ‘직장인’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분노를 함께 안겨주었다.
돈이 많아도, 적어도, 쓸 만큼 있어도 결국 ‘사람’이란 존재는 먹고사는 문제에 연결되어 있나 보다. 워킹맘도, 소상공인도, 의사도. 이렇게 매일 고민하고 이 시국에 단체행동도 불사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무리 지식인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은 생물학적인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욕구로 돌아간다. ‘잘 먹고 잘사는’게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오늘도 집에만 있을 아이들에게 어떤 반찬을 해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