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부터 졸업식까지, 학교의 1년 행사가 다 적혀 있어 학부모들이 참고할 수 있는 초등학교 달력. 첫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달력을 처음 받아왔을 때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학사 일정을 1년 단위로 이렇게 짜고 운영하는 것도 체계적이었고, 아이들을 위한 일정들이 곳곳에 있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어떤 활동을 하는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일정들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다시 워킹맘이 되면서 수많은 학사일정은 곧 내가 회사에 눈치를 보며 잠시 나갈 틈을 살펴야 하는 일정이 되어버렸다.
학부모가 당연히 가서 보고 듣고 해야 할 일들이지만, 워킹맘에게 그 많은 일정을 다 참석한다는 것은 실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지난 주말, 베란다에 있는 안 쓰는 화분을 정리하기로 했다. 큰 화분 안에 작은 화분도 몇 개가 있었는데, 전부 아이들이 학기 초에 학교에 들고 가서 키운 화분들이었다. 학교에서 관찰활동을 하며 1인 1 화분을 키우는데, 우리 아이들 화분은 모두 다 말라버리고 방학을 하면서 빈 화분만 가져온 것이다.
화분이 한 번 깨지거나 식물이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죽으면, 화분을 다시 준비해야 했다. 베란다에서 화분을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올 해는 화분 안 들고 가서 참 좋네.'
그러고 보니 화분만 학교에 안 간 것이 아니었다. 나도 학교에 갈 일이 없었다.
매 학기마다 하는 '교육과정 설명회'에 가지 않아도 됐다. 2학기에는 예정되어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취소됐다.
그뿐만 아니다.
학부모 참여수업도 없다. 자연스레 담임 선생님을 만날 기회도 없어진 것이다. 선생님 얼굴도 모른 채 1년을 마칠 것 같다. 아이들도 선생님 눈만 기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난주에는 아이들이 신청서를 받아왔다. '학부모 상담주간 신청서'였다. 학교에서는 작년까지 면담, 전화, 이메일 3가지 방식으로 면담을 진행해왔다. 시간을 못 맞출 때 담임선생님과 전화통화로 아이 상담을 했다. 그런데 올 해는 모두 전화상담으로 변경됐다.
또 한 번 학교에 안 가도 되었다.
1년 마무리를 하면 가장 큰 행사인 학교 축제가 있다. 아마 올 해는 축제도 조용히 지날 것 같다. 올 초 2월에 있었던 졸업식도 조용히 지났듯이 축제도 그럴 것 같다.
큰 아이가 졸업을 하는 내후년 2월에는 학교에서 함께 졸업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확실치 않다.
초등 저학년 아이를 둔 워킹맘들은 긴급 돌봄 때문에 매번 힘들어한다. 매번 바뀌는 시간표 때문에 아이들도 엄마들도 좌불안석이다.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긴급 돌봄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워킹맘이 학교에 안 가도 되는 지금 현실이 왠지 찝찝하다. 매번 '부모가 무슨 학교에 이렇게 많이 가야 돼'냐며 투덜거렸는데, 담임 선생님 얼굴도 못 본채, 아이가 1년간 생활하는 공간인 교실이 어딘지도 모른 채, 교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이만 멀리서 배웅하는 지금이 어색하다.
백신이 개발되어도 한동안 이런 생활은 지속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 없이 운동장에서 축구하고 뛰어노는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워킹맘이 회사 눈치를 보면서 학교에 가 보는 일이 내년에는 일어나길 바란다. 뭐 회사 눈치야 하루 이틀 보는 게 아니니. 못 갈 수도 있다가 참석한 학부모 참여수업에 온 엄마인 나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던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