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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재 Mar 26. 2023

쉬는 날이나 한밤중의 긴급한 호출

전화나 카톡을 통한,

쉬는 날이나 한밤중에 사무실로 나오라거나 혹은 어떤 일을 해달라는 지시나 요청을 받으면 참 난감해진다.      

 - 거절하지 못하는 데 따른 난감함

 - 개인의 시간을 포기해야 되는 난감함

 - 얼마나 큰일이 났을까? 빨리 처리는 될까? 하는 걱정에 대한 난감함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부서, 예를 들어 전산이나 전기, 기계, 토목, 소방, 수선 등 기술직군이라면 좀 다르다. 필자가 전산실 관리 책임자로 오랫동안 근무를 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경험을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직종 중 하나가 전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연락을 받을 땐 간단할 것 같던 일이었는데 알고 보니 엄청나게 큰일인 경우도 있었고, 곧 끝날 것 같던 일이 며칠씩 밤을 새워야 하는 일로 변했던 적도 있었다.


김 차장 : 박 대리! 늦은 밤에 전화해서 미안해. 

박 대리 : 예. 무슨 일이세요? 지금까지 회사에 계신 거예요?

김 차장 : 어. 데이터센터에 장애가 생겨서 좀 도와줘야겠는데.

박 대리 : 제가요? 무슨...

김 차장 : 기술 파트 쪽은 다 있는데, 지원이 더 필요해서 연락 중이야.

박 대리 : ......     


이쯤 되면 상당히 급박한 상황인 것 같다. 관리자들과 해당 업무 담당자들이 모두 나와 있는데, 담당도 아닌 사람까지 필요할 정도라면 한눈에 답이 딱 보인다. 


‘지금 나가면 최소한 오늘은 집에 못 들어온다.’     


우선, 이런 긴급 문제의 직접적인 책임자나 담당자라면 만사 제쳐두고 뛰어가야 된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대화 속의 박 대리처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지원 요청을 받았다면?     


내가 간다고 해서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또 내일 해야 할 일들도 많다. 그렇다고 못 나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판단해서 나의 의견을 전달하는 게 좋다. 회사의 일도 중요하고, 나의 시간도 중요하고, 내일 해야 할 일도 중요하다.     


즉, 어쩔 수 없이 불려 나간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고, 별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만약, 내일의 중요한 일정 때문에 혹은 몸이 아파서 또는 그 밖에 어떤 이유로 당장 회사로 갈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그 상황을 얘기하고 거절을 하자. 그게 서로 편한 방법이다. 사실 나 한 사람이나마 보탬이 되어 잘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밤중에 달려갈 수도 하고 또 그럴만한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전문가도 아닌 나 하나로 안 될 일이 되는 경우란 없다. 그러니까 거절을 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하는 게 옳은 방법이다. 물론 긴박한 입장의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지는 않아야 한다. 

     

하지만, 특별히 거절을 해야 할 만한 일이 없다면, 늦은 밤이라도 옷을 챙겨 입고 사무실로 나가는 게 긴박한 상황에 처한 우리 조직의 일원으로서 취해야 할 입장이다.   

  

이때는 추가적으로 생긴 업무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작게는 내가 내 능력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와 선후배들을 돕는다는 생각과 언젠가 나도 그런 실수를 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더 크게는 이런 우리의 협력이 팀이나 회사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좀 더 확장된 생각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을 덧붙이자면, ‘누구나 실수는 하더라!’     


가장 침착하다고 생각했던 직원, 가장 묵묵히 일하는 직원, 가장 전문 지식이 많은 직원, 절대 실수는 하지 않을 것 같이 빈틈없던 직원도 실수는 한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 같은 실수 하나가 대형 사고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즉,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지금이 서로 간의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밤중에 연락을 받고 사무실로 나가서 지원을 한 직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려움에 빠진 팀과 팀원을 도왔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고, 동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또 만약 내가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생긴다고 해도 좀 마음 편하게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은 유대감도 느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비나 식비 등은 미리 영수증을 잘 챙겨서 청구하자. 또 초과 근무 수당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고용 계약(연봉 계약)의 구분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다. 포괄임금제로 계약이 된 경우(사무실 근무자의 경우, 추가 근무 시간 산정 등이 어려우므로 대부분의 경우 포괄임금제 계약이다.)에는 추가 수당(야간, 휴일, 연장 근무 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근거가 없다. 이런 경우에는 대체 휴무 등의 방법이 있는데 팀장의 판단으로 가능한 경우가 많다. 만약 포괄임금제의 계약이 아닌 현장 근무자(교대 근무)의 경우에는 평소에도 휴일 근무나 야간 근무 등에 따른 수당 규정을 적용받고 있었을 것이므로 규정에 따라 청구하면 된다. 

         

명토 선생 가라사대,     


어떤 이유에서건 한밤중이나 쉬는 날 긴급 업무로 연락이 올 수 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내 옆의 동료를 위해서 또 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를 하자.      


‘그래, 해 주지 뭐!’ 한 마디 툭 던지면서.     


사정상 그럴 수 없는 경우라면, 사정을 설명하면 된다. 나 하나 없다고 안 돌아가는 회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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