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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재 Mar 11. 2024

나보다 더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을까?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6>

세심하고 예민한 사람들에게 인간관계는 큰 어려움 중 하나다. 바로 앞사람의 말이나 기분에 지나치게 민감해지기도 하고 또 내가 하는 말에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불안하다. 그런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내 모습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좋고,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이 마음이란 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혼자 있고 싶다가도 외로울 때는 누군가 내게 다가와서 상냥하게 말 걸어주기를 바랄 때도 있고 또 내 마음이 힘들거나 아플 때는 아픈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바랄 때도 있다. 이렇듯 평소엔 저만큼 멀리 가 있다가 내가 원할 때만 나를 위해 다가와 주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는데 나에게 그런 사람은 절대 있을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당연히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그가 다가오지 못하게 내가 두 팔을 벌려 막고 있기 때문에 지금 내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내 마음이 힘들고 지쳐있을 때는 나만큼 나를 생각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보일 리가 없다. 시야는 좁아지고 시선은 흐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한없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길을 걸으면서 길옆에 핀 풀꽃들을 바라보듯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옮기고, 우리 머리에 머물고 있는 생각들을 가슴으로 옮겨보자. 굳이 애써 그런 생각들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냥 머리에서 가슴으로 슬쩍 내려놓는다는 생각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조금만 더 둘러보면, 나보다 더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리 뿌리쳐도 잠시 멀어질 뿐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해 있고, 알 듯 모를 듯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내가 손짓만 하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에게는 그들처럼 시선을 주지도 못했고 미소를 지어 준 기억은 없지만, 그들은 나의 세심하고 섬세한 마음으로 고마움과 행복감을 느꼈던 사람들이다.

     

부모도 있고, 형제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동료들도 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살갑게 대하지 못했고 따뜻하게 대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아무런 조건 없이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 나를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다. 그들 각각 모두에게는 내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그런 이유들 하나하나들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내 존재의 의미들이다.     


나도 누군가 필요할 때 따뜻한 한마디 말을 건넬 마음의 준비를 하자.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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