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9>
이 시대에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우리는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서로 관계를 만들면서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관계들이란 게 항상 좋을 리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심지어 가족 간에도 의견 충돌이나 불화는 있게 마련이다. 하물며 모두가 계약 관계로 모인 직장에서라면 갈등이나 의견 충돌이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 같을 수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사람들과의 이런 의견 충돌이나 갈등을 1회 성이나 단기적인 문제로 끝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마음속에 담아둠으로써 나 자신이 겪어야 하는 고통이다. 그런데 이런 고통과 힘듦은 확장력이 몹시 뛰어나다. 계속 그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이 생각들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이쯤에서 한 번 돌아보자.
지금의 내 고통이 어느 정도인가?
별 가치가 없는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고갈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우선, 서로 다름을 먼저 인정하자.
내 눈과 마음속에 갈등의 대상인 누군가가 들어와 나를 힘들게 하듯이, 남들의 눈과 마음에 내가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들어가 있지 않을 수 있다. 피차에 똑같은 처지인데, 만약 나만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한다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늘 이렇게 힘든 역할을 맡는다. 너무 생각이 많고, 완벽함을 기하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그렇다. 이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 버리자. 그리고 그냥 그렇게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을 해버리자. 굳이 나서서 바득바득 해결할 필요도 없다. 그냥 내 일은 내가 하고, 저 사람 일은 자기가 하면 된다. 만약 그 사람이 나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팀장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지금 팀장이라고 영원한 내 삶의 팀장은 아니다.
부언하자면 나라고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듯이, 누구나 나를 좋아할 수도 없다. 별로 좋지 않은 사람들과는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된다.
그런데 어쩌다 인간관계로 인한 마음의 힘듦을 반복하다 보면,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내키지 않게 될 수 있다. 사람을 만날 모든 에너지가 이미 소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힘듦이란 게 마음을 바꿔 먹겠다는 생각으로 간단히 없어질 대상도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 힘듦을 끝끝내 안고 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힘듦을 벗어나기 위해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보다는, 인간관계를 그 자체로 인정해 버리기를 권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안 될 일은 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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