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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재 Apr 09. 2024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8

지난 일은 그냥 지난 일이다.

지금과 달리 예전엔, 특히 8~90년대엔 바둑의 인기가 참 많았다. 동네마다 어른들이 다니는 기원(棋院)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아이들이 다니는 바둑 학원도 많았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바둑 이야기가 나온다. 그 드라마에서 박보검은 유명한 바둑 기사인 최택 역을 맡으면서,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응창기배나 후찌즈배 같은 대회를 석권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신문이나 TV에서도 주요 뉴스로 나온다. 실제로도 그랬다. 뉴스는 물론이고 TV 생중계도 했다.       


그 바둑을 다 둔 다음에는 복기(復棋)라는 게 있다. 처음부터 한 수, 한 수를 다시 놓으면서, 그 한 수의 의도와 진행 과정에 따른 결과 등을 함께 또는 따로 이야기하거나 생각한다. 그러면서 <실수였음을 또는 결정적인 패착이었음을 또는 묘수였음을> 찾아나간다.     


이처럼 중요한 과정인 ‘뒤를 돌아보는 일’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난 일을 통해서 앞날을 좀 더 괜찮게 만들기 위해서다. 즉, 이 과정에서 찾아낸 실수가 많았다면, 그만큼 앞날은 더 괜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과 같다. 결코 지난 일을 자책할 이유나, 앞날을 두려워할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일을 대충대충 하는 사람들이나 둔감한 사람들은 복기(復棋)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그 결과를 그리 대수롭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민한 사람들은 지나간 그 실수만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은 부정적인 결과까지 연결해서 생각을 하고 걱정을 한다.       


누구나 복기 과정(復棋)에서 찾아낸 그 실수의 크기에 상관없이, 한 번 픽 웃어볼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실수 후에 적절한 수습과 대비를 하면 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수습을 하고, 대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니 지나간 실수는 오히려 미래의 안전을 담보하는 보험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제목 이미지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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