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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진 Aug 30. 2016

남쪽의 길 Ruta del Sur_#1

리우 올림픽과 평창 동계올림픽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대 참가국인 206개국이 참여한, 또 남미 최초의 올림픽이었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출범한 이후로는 물론이고 IOC가 출범한 이래 남미에서는 122년 동안 단 한 번도 치러지지 않았다. 1988년에 한국에서 열렸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브라질은 남미에서도 잘 사는 나라에 속한다. 인구와 국토면적, 세계 9위의 국민총생산 등이 다른 남미 국가를 앞선다. 그렇지만 부패스캔들과 경제난으로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대통령 탄핵설이 나왔고, 이전 대통령인 룰라 대통령의 업적도 결국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거기다 불안한 치안으로 인해 실패한 올림픽이 될 거라며 반대했다.


실제로 우리에게 소개된 리우의 모습은 정말 가서는 안될, 그야말로 눈뜨고 코 베어갈 그런 곳으로 비쳐졌다. 그런 일이 없으리라 생각할 수는 없지만 여기도 분명 사람 사는 곳이다. 더구나 워낙에 세계적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던 터라 정말 많은 군인과 경찰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여전히 갱단의 활동이 있고,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불리지만 어디나 그렇듯 조금 더 주의하고, 금지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어쨌든 안전하다. 물론 100퍼센트의 안전은 어디에도 없지만.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늘 붐비는 곳이기도 하고, 이번 올림픽을 위해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로 코파카바나는 활기를 띤다. 연평균기온 23도의 온화한 날씨를 보이는 곳이 바로 리우 데 자네이루. 하계 올림픽이지만 사실상 브라질은 겨울이다. 눈이 내릴 정도로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비가 오거나 하면 최저기온 13도까지 떨어진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맑은 날은 코파카바나 해변이 해운대처럼 북적이지만 조금 흐린 날에는 장사하는 사람마저 나오지 않는다. 올림픽 폐막식이 있는 주말은 이틀 내내 비가 와서 길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런 곳에 눈이 날리고 스키점프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코파카바나 해변의 한 지점에 우리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관이 열렸다.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림픽이 열리면 그 도시에 각 나라별로 홍보관을 설치한다. 다음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은 자국 건축가가 설계한 대규모의 아트리움에 홍보관을 차렸다. 리우 시내에 있는 홍보관 중에서는 단연 오스트리아 홍보관이 큰 인기를 얻었다. 매일 건물 울타리를 둘러싼 줄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클럽처럼 꾸몄다고 하는데, 올림픽과 오스트리아, 클럽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그건 참 궁금하다. 이런 식으로 각국의 홍보관이 열린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우리도 마침 차기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이니 평창 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아침이면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낮에는 비키니 차림으로 해변을 즐기는 아름다운 코파카바나에 말이다.


마침 우리에게 배정된 숙소도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이파네마와 코파카바나를 다시 보니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계속 달라지고, 도시는 변하겠지만 해변의 아름다움 만큼은 그대로다. 짧은 시간 해변을 둘러보고 우리와 함께 남미를 여행할 김치버스를 인도받았다. 류셰프가 지금까지 다닐때는 대부분 한국에서 차를 보내거나 현지에서 캠핑카를 빌려 다녔는데, 이번에는 푸드트럭을 렌트한 뒤 평창 동계올림픽의 컨셉에 맞게 래핑을 했다. 한국에서 이삿짐을 나르거나 할 때 볼 수 있는 2.5톤 트럭 내부를 조리시설로 개조해 만든 푸드트럭은 생각보다 크기가 컸다. 물론 수동 변속기. 덩치 큰 매뉴얼 차를 몰고서 남미를 누빈다 생각하니 설렘도 컸지만, 운전이 만만치 않아 시내에서부터 이미 애를 먹었다.

우리는 홍보관 개관식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다. 한국의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님부터 여러 귀빈들이 오셨고, 이후 현재 IOC를 이끌고 있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도 방문하셨다. 우리 세명의 셰프들은 분주하게 한국의 음식을 준비했고 외국인들 보다도 현지에 있는 한국인들, 상파울루에서 올림픽을 응원하기 위해 오신 교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특히나 재미있는 건 바흐 위원장님이 정말 맛나게 음식을 드셨다면, 함께 방문한 부인 클라우디아 바흐 여사는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신다며 닭볶음탕을 어떻게 만드는지, 우리가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한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매운 음식은 늘 덜 맵게, 더 달게 만들어야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데, 조금은 매운맛을 보여도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이곳 리우에서의 일상 절반은 장을 보는 일이다. 행사를 위해 준비하는 장도 보통 200인 분을 준비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데, 셰프 세명과 한 집에 살다보니 매일이 진수성찬이다. 두 달 동안 갖고 다닐 한식 양념과 저렴한 브라질의 육류를 이용해 닭볶음탕부터 찹스테이크까지 밥 걱정 없이 리우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조직위원회, 홍보대행사 할 것 없이 우리 숙소에 한번쯤 놀러 오는 것을 기대하는 분이 많은 정도로 멤버들의 요리는 수준급이었다.  

홍보관에서의 행사 뿐만 아니라 실제 푸드트럭을 몰고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러 나갔다. 물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브라질은 이제 막 푸드트럭이 활성화되는 시기였고, 오히려 올림픽 기간이라 행사를 만들어내는데 제약이 많았다. 곡절많은 사연이야 어찌되었든 지나는 사람들에게 우리 음식과 지구 반대편 눈이 오는 겨울 올림픽을 알리는 일은 기대 이상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했다.   

확실히 입맛도 생각도 우리와 다른 점을 느끼게 되는데, ‘위시볼’이라고 해서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커다란 에어볼을 틀어놓고 사람들에게 평창 올림픽과 김치버스를 응원하는 글귀를 받아오는 아이템이 있다. 이게 생각보다 인기가 상당해서 음식이나 올림픽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사람들도 이것만큼은 쓰고 가겠다며 기웃거린다. 우리 같으면 귀찮아서라도 쉽게 지나칠텐데 브라질 사람들은 여러모로 호기심이 많다. 

예상대로 뜨거운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역시 우리에게 주는 편견과 선입견은 직접 겪어서 바로잡는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차라리 몰랐으면 있는 그대로, 자기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말이다.



영상보기 -> https://youtu.be/umMz3y58T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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