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음식 vs 음식의 세계화 : 레스토랑 D.O.M.을 가다
리우 올림픽을 마치고 우리는 길을 나섰다. 드디어 진정한 로드트립의 시작. 첫 목적지는 상파울루다. 브라질의 수도가 브라질리아라면 실질적인 최대 경제, 금융 집적지는 상파울루다. 물론 인구도 가장 많고 가장 발전한 도시이기도 하다. 한인이 많이 모여있는 봉 헤찌로 (Bom Retiro)구역에서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마침 한인회도 긴밀하게 잘 되어있고 현지에서의 도움을 많이 받아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렀다.
교민분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ㅜㅠ
상파울루에서 이뤄진 두 번째 행사는 기대가 컷다.
지금까지 시내의 행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레스토랑의 스텝들이 대상이다. 그것도 그냥 레스토랑이 아닌, 세계에서 손에 꼽는 최고의 레스토랑이다. D.O.M.이라 이름붙은 이 곳은 미슐랭 투스타를 기본으로 2006년부터 남미 최고의 레스토랑에 선정되기도 했던 그런 곳이다. 전세계 레스토랑의 순위를 가리는 World's best Restaurant에서 언제나 상위권이며 올 2016년에는 11위에 등극해 있다.
1999년 헤드 쉐프인 알렉스 아탈라(Alex Atala)는 인정받던 펑크DJ 생활을 청산하고 요리사의 길을 걷는다. 시작부터 참 펑키하다. 어떻게 음악 디제잉을 하던 사람이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될 수 있지? 라고 하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분명 요리도 예술의 한 장르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수 많은 음악과 비트를 버무려 흐름을 만들고 조합하는 것이 디제이의 일이라면, 또 세상의 온갖 빛과 색감을 자신의 철학에 맞게 그려내는 것이 화가의 일이라면, 분명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가지고 음식을 내어 놓는 것이 바로 요리사의 일 일테니까.
특히나 그는 자신이 여행한 아마존에서 찾아낸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낸다. 아마존. 남미의 허파로 불리우는 그곳에는 아사이베리를 비롯해 잠부(jambú)라는 독특한 허브까지 온갖 다양한 식용 생물이 살아간다. 놀랍게도 그는 정글의 개미까지 요리에 쓴다.
출처 : http://www.theworlds50best.com
이렇듯 아탈라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요리법과 재료를 찾아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결과 음식 문화가 다양하지 않은 브라질에서 브라질 만의 요리로 승부를 보았고 세계 최고가 되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바로 그 레스토랑의 셰프와 스텝들에게 우리의 음식을 소개할 수 있었다.
한국 대표 류셰프의 선택은 비빔밥과 오이 냉국. 겨울이라지만 후덥지근한 상파울루의 날씨에 잘 어울릴법한 메뉴다. 그릇에 반찬을 조금씩 담아 김과 함께 비빔밥을 내 놓았다. 다행히 맛이 좋은지 모든 스텝들이 즐겨주었고 몇몇은 두 번, 세 번씩 음식을 받아갔다.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궁금했다. 등수가 뭐 그리 중요하냐 하지만, 우리는 Wold's best restaurant 목록에 없다. 100위까지 꼽는데,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이 주를 이루고 페루, 남아공, 인도,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도 각자의 이름을 올렸지만 우리는 없다. 아시아 탑 50에만 밍글스와 정식당을 비롯 세 개의 레스토랑이 있을 뿐이다.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이제야 한국에 관심을 가질 뿐 그 전에는 없었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우리만의 특색있고 훌륭한 음식점이 한국에는 도처에 널렸는데 말이다. 세계의 변방이기 때문이라는 핑계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한식을 세계화 한다며 쏟아부은 돈만 1200억원인데 왜 여전히 그런가 하는 것이다. 거창한 꿈을 꾸기도 했다. 어느 정부의 대통령 부인이 자국의 음식을 세계 5대 음식에 들도록 하겠다는 터무니 없는 꿈. 사업은 1년만에 접었고 최근의 기사를 보면 국정농단의 행태 일부에도 분명 '한식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혈세가 낭비되었다고 한다.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61114/81312689/1)
정부에서 다른것도 아닌 음식을 밀어부친다는것이 과연 올바른지 또한 궁금하다.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와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음식을 소개하고 그들이 실제로 맛있다고 생각하면 자발적으로 다시 음식을 찾도록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명분을 이용해 엉뚱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탈리아의 피자를 세계화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떠먹인 적 없고, 베트남의 쌀국수 또한 홍보활동을 벌인 것이 아니다. 자기네 경제도 넉넉치 않은 멕시코나 태국이 정부의 노력으로 과연 음식을 알렸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여행 등의 여러 경로를 통해 맛보고 그 뒤에 그 음식을 파는 곳을 찾게 되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것이다. 특히 먹는 것은 더욱 그렇다. 외국에 있는 한식당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특색있고 매력적인 음식점들을 해외에 알리는 것도 방법이겠다.
일본 레스토랑은 유독 다른 곳보다 고급으로 쳐 준다. 유럽에서 남아공까지 여러 나라에 걸쳐 보아 왔다. 그들이 갖고 있는 문화를 식당에 녹이고 음식에 녹인다. 그런 고민이 먼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해외에서 만나본 한식당을 보면 대부분이 영세한 편이다. 재료와 풍토가 다르다해서 맛도 조금씩 다르다. 그렇지만 그러한 식당들이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사장만 끝없이 바뀌는 이상한 도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모든 것은 조금 더 자연스럽게,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해서 접근하면 좋겠다.
레스토랑 D.O.M.은 Deo Optimo Maximo 의 앞머리를 땃다. 해석하면 '신을 위해, 최고의, 가장 위대한' 이라는 뜻이 된다. 자부심과 영광은 그러한 고민과 자세에서 시작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