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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선 Dec 19. 2016

꿈의 대가에 대한 이야기

다미엔 차젤레, <라라랜드>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노란색 드레스를 흩날리며 아름다운 남녀 한쌍이 춤추는 모습이 나오는 트레일러나, 선홍빛 노을을 배경으로 포옹하는 커플의 포스터를 보고 영화 <라라랜드>를 단순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다미엔 차젤레. 피가 날 때까지 드럼을 치도록 만드는 선생과 제자가 나오는 <위플래쉬>의 감독이다.


2.

라라랜드는 할리우드에서 배우가 되기를 꿈꾸며 카페 종업원으로 일하는 미아와, 삼바 음악을 트는 타파스 식당을 다시 전통 재즈 클럽으로 바꾸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세바스찬의 이야기이다.

꿈을 가진 모든 젊은이가 그러하듯, 그들 역시 꿈을 좇는 과정에서 좌절을 반복한다.


아예 희망조차 주지 않으면, 머리카락 한올조차 보이지 않으면 쉽게 포기할 수도 있으련만. 

머리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멀리 있는 별처럼, 꿈은 꿈꾸는 바보들(The fools who dream)과의 밀당을 반복한다. 


바보들은 별에게 질문한다.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별들의 도시여, 그대는 나만을 위해 반짝이는가?


아니면 모두에게 그렇게 반짝이며 그대를 얻는 과정을 더 치열하게 만드는가?


3.

세바스찬은 어느 날 미아가 엄마와 나누는 전화 통화를 듣는다. 재즈 클럽을 열겠다는 꿈만 있지 모아놓은 돈도, 정기적이 연주도 하지 않는 자신의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싫어하는 동창이 만든, 정통 재즈를 연주하지 않는 밴드 '메신저스'의 키보디스트로 데뷔한다.

밴드는 성공하고 세바스찬은 대중의 사랑과 부를 얻는다. 하지만 미아의 인정은 받지 못한다.

정확히는, 스스로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지금 하는 음악이 정말 네가 하고 싶은 음악이냐,고 묻는 미아의 질문에 세바스찬은 네가 원한 게 이런 거 아니었냐,며 화를 낸다. 

차마 자신이 진짜 꿈과 멀어지게 된 것이 자신의 선택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미아는 스스로 각본을 쓴 1인극을 자비로 무대에 올린다.

세바스찬의 열렬한 지지 속에 이렇게까지 추진한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무대를 끝내고 객석 쪽 조명을 켰을 때, 그곳에는 세바스찬도, 기립박수를 쳐주는 구름 떼 같은 청중도 없었다. 그저 친한 친구 몇이 왔을 뿐이고, '배우가 본업이지 않길 바란다'는 혹평이 어디선가 들려올 뿐이다.

그녀 스스로는 최선의 연기를 했는데, 대중의 인정은 커녕 대관료를 낼 수 있는 돈도 벌지 못했다.


세바스찬과 미아 모두 반쪽짜리 꿈을 이룬 상태였고, 나머지 반쪽의 부재가 주는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4.

하지만 미아의 1인극은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그녀의 연기를 눈여겨본 캐스팅 디렉터가 있었고, 세바스찬의 노력 덕분에 그녀는 무사히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게 된다. 


5년 후, 미아는 성공한 배우가 되었다. 예쁜 딸을 둔 엄마까지 되었지만 그녀의 남편은 세바스찬이 아니다.

세바스찬 역시 원하던 재즈클럽의 사장이 되었지만, 미아는 더 이상 그의 곁에 없다.


남편과의 외식 후 우연히 세바스찬의 재즈클럽에 들리게 되는 미아.

각자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너무나 멀어진 두 사람.


그런 미아 앞에서 세바스찬은 서로의 추억이 담긴 노래 'City of stars'를 연주하며 상상해본다.

그때 메신저스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파리에 가는 미아를 따라갔다면...

지금 재즈클럽에서 미아 옆에 앉은 남자가 자신이 되는 상상.


흔한 인사 한마디 나누지 않고 재즈클럽을 떠나는 미아와 세바스찬은 그래도 웃으며 헤어진다.

그래도 우리, 꿈은 이루지 않았나? 하는 눈빛으로.


5.

영화 <위플래쉬>의 마지막 연주가 그토록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플렛처 교수와 앤드류가 완벽한 연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세바스찬과 미아는 반쪽이 아닌 온전한 꿈을 이룬다.

대중의 사랑과 부를 얻었고, 스스로도 인정할만큼 멋지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그 꿈에 닿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던 서로를 잃었다.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꿈을 잃고 나서야 알게 된다.


City of stars
Just one thing everybody wants
(...)
It's love
Yes, all we're looking for is love from someone else

별들의 도시여,
모두가 원하는 단 한 가지
(...)
그건 사랑이에요
그래요, 우리가 찾는 건 누군가로부터의 사랑이죠

- 라라랜드 OST <City of stars> 中  


하늘을 밝히고, 세상을 여는 사랑의 힘.

괜찮을 거라고, 내가 여기 있을 테니까-라고 말해주는 꿈같은 연인의 존재.


그것이 그들의 꿈의 대가였다.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다.

대가 없이 얻는 것은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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