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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 vs JG 밸러드

사키 외 '죽음의 책'

by myungworry

'죽음의 책'(현대문학)은 세계 문학 단편선의 일환이다. '죽음'을 키워드로 한 단편 19편을 묶었다. 전에 다른 작품을 읽어 보았던 작가들도 있고, 이름은 알지만 읽어본 적은 없는 작가들도 있다. SF, 미스터리, 판타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토마스 만은 '행복에의 의지'로 죽음을 밀쳐내온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자신의 단편이 음향으로 사람을 죽이는 JG 밸러드의 기괴한 단편과 엮일지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그래도 이런 여러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에서는 역시 관념적이고 은은한 작품보다는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강렬한 작품이 눈에 띈다. 유콘강 부근 극한의 추위 속에서 불피우기에 실패해 조금씩 얼어 죽어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잭 런던의 '불 피우기'를 읽으면서는 추위가 얼마나 큰 고통일 수 있는지 새삼 실감했다. 디카프리오가 '레버넌트'에서 아무리 절절하게 추위에 떠는 모습을 연기했어도, 잭 런던이 글로 쓴 추위 묘사에는 미치지 못한다. 윌키 콜린스의 '가족의 비밀'에는 오늘날 한국의 막장 드라마처럼 과장된 멜로드라마적 가족극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레이엄 그린의 '마지막 말'은 종교가 말살된 군사 전제 정치 디스토피아상을 그린다. '시녀 이야기'와 반대 방향의 디스토피아랄까. '노벨문학상'이란 큰 상과 '양심적 지식인'이라는 지위에 짓눌리긴 하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역시 잘 읽히는 소설가다. 그가 1957년 발표한 '사자의 잘난 척' 역시 어떤 장애물 없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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