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은 소음이다

조셉 코신스키 'F1 더 무비'

by myungworry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50605_102%2F1749114555681W3FeM_JPEG%2Fmovie_image.jpg


조셉 코신스키의 'F1 더 무비'는 감독의 전작을 따라 '지상의 탑건'이라는 수식이 어울린다. 간명하고 예상된 줄거리에 숨 막히는 액션 장면이 있고, 지나쳐서 낯간지럽지 않을 정도의 감상이 들어간다. 물론 코신스키의 액션은 인간과 인간의 몸이 부딪히는 동작이 아닌, 최첨단 현대 공학으로 빚은 기계 장치에 의해 만들어진다. 땀 한 방울,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지만 거대하고 빠른 기계의 액션은 엄청나게 역동적이다.


'탑건'의 톰 크루즈가 그랬듯, 'F1 더 무비'는 거대한 기계의 속도와 민첩함에 매료된 남자들의 이야기다. 잊힌 노장 레이서 소니(브래드 피트)는 수십 년 만에 F1 레이싱팀에 복귀해 젊은 유망주 드라이버 조슈아(댐슨 이드리스)와 한 팀이 된다. 요즘 세대 청년을 상징하는 듯한 조슈아는 이름 모를 노인네가 자신과 파트너가 됐다는 것이 탐탁지 않고, 현대 스포츠 산업의 역학에 따라 개인 홍보, 미디어 노출, 스폰서와의 관계 맺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올드스쿨인 소니는 그런 조슈아가 못마땅하다. 소니는 "다른 것은 소음"이라며 오직 레이싱에만 몰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니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던 조슈아가 결국엔 소니의 세계를 이해하고 레이싱에 온전히 몰두하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줄거리다.


소니는 말한다. "그럴 때가 있어. 운전할 때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무도 날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그 순간, 나는 날고 있는 거야."


영화 초반부, 옛 친구 루벤이 자신의 F1 팀에 합류하라고 제안하자 소니는 고민한다. 수십 년간 최정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름 자유로운 드라이버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다시 가장 치열한 경쟁을 위해 뛰어든다는 것이 쉽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웨이트리스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웨이트리스는 "돈은 얼마 주냐"고 묻는다. 소니가 "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하자 웨이트리스는 반문한다. "그럼 뭐가 문제인데?"


소니는 레이싱 그 자체가 문제임을 깨닫고 루벤의 팀에 합류한다. 즉 이 영화는 레이싱에 대한 열정 자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돈이건 명예건 필요 없다. 그런 것은 레이싱에 몰두하다 보면 어쩌다 따라오는 부가물일 뿐이다. 즉 소니는 '덕업일치'의 삶을 사는 흔치 않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이다.


레이싱을 다른 소재로 바꿔 봐도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예체능 분야에서 간혹 그런 사람이 있겠지만, 다른 대부분의 직업군에선 쉽지 않다. 의사든 변호사든 기자든 개발자든, 자신의 일을 좋아해 이에 몰두하고 성과를 낼 때 기뻐할 수는 있겠지만, 이 일만 한다면 어떤 돈도 명예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니처럼 출중한 실력이 있다면 일에 따른 부가물을 가질 수 있겠지만, 어떤 분야에서든 그런 실력을 갖추는 것은 노력 여부에 상관없이 가능성이 희박하다. 60대에 이른 브래드 피트는 별다른 열연을 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몇 마디 대사와 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 여전히 스크린에 스타의 광채를 뿌리는 사람이지만, 이 영화에서 그가 멋있어 보인다면 대부분 직장인들에게 소니의 삶이 부러워 보인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범죄는 맥거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