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ain de botton
Alain de botton 은 대학시절부터 좋아하는 작가이다. 본인이 04년도 3월에 졸업하였으니 내가 작가를 알기 시작한 이후로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 대학시절, 친구 소개로 읽어본 책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었고, 보통(botton) 아저씨 특유의 현학적이며 위트 있는 문장은 나를 사로잡게 되었다.
이후 “불안”, “여행의 기쁨”,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일의 기쁨과 슬픔”, “공항에서 일주일을” 읽게 되었고 금번에는 “행복의 건축”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난 직장생활 이후 실용도서 위주의 독서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3년 서울 디지털 포럼에 알랭 드 보통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조연설을 통한 인생학 개론을 들으며 인문학에 목말라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이 작가의 책을 고르게 된 것이었다. 작가 보통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닌 일상의 발견가로서 우리 주변의 건축물에 대한 생각을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건축이 주는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외형적 건물만이 아닌 안에 담겨 있는 장식, 계단, 의자, 액자 등의 소품까지 아우르며, 건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건축은 우리에게 어떤 감흥을 주는지를 설명한다. 마지막에는 건축 전에 그 밑을 받치고 있는 들(Land)도 한 순간 도시계획에 따라 빌딩 숲으로 바뀔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권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요즘은 아파트에도 브랜드를 넣어서 래미안, 자이, 스카이뷰 등으로 불리지만 비슷한 모양이라는 것은 모두들 인정할 것이다. 책에서는 모더니즘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의 말을 인용하여 집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한다.
본인이 갖고 있던 생각과 별 차이가 없는데, 집의 기능 3가지로
“ 1. 더위, 추위, 비, 도둑, 호기심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켜주는 피난처.
2. 빛과 태양을 받아들이는 그릇.
3. 조리, 일, 개인생활에 적합한 몇 개의 작은 방” 이 있다고 한다.
너무 실용적인 측면만 부각하는 모더니즘의 현상이지만 나 또한 성냥갑 아파트에 사람으로서 공감하였다. 허나 보통씨는 존 러스킨의 말을 인용하여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건물이 우리를 보호해 주기를 바란다. 동시에 우리는 건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바란다.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거나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을 이야기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본인도 최근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현관문 앞에 중문을 설치해야 할지, 비데는 어떤 걸 써야 할지, 소파 및 정수기, 아이들 방의 벽지 색깔은 어떤 것을 사용할지 등의 실용주의 측면 및 나 자신이 보기 좋은 것(책의 내용을 빌자면 그것이 아름다움이라고 함)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으나, 우리 아파트가 나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였는지는 위의 은유적 표현으로 생각해 볼 수 조차 없었다.
허나 위의 구절 및 책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보통씨의 현학적, 은유적 표현을 읽으면서 지하주차장에서부터 엘리베이터, 계단 등 집안 내부 이외에 장소를 유심히 보게 되었고 외부에서 보이는 우리 105동의 모습 및 아침과 밤에 빛의 양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도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또한 공교롭게 회사 사옥이 완공되어 줄이 딱 맞아 있는 책상들, 1층부터 10층까지 비상계단의 아트월 그림 등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집이나 회사 모두 나에게는 행복한 안식처로 다가 올 수도 있고, 때로는 도망가고 싶은 곳이기도 한 양면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본인이 처한 환경이 이러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꼭 건축만이 아닌 내 곳곳에 있는 환경(꽃, 동물 자연의 모습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부여하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