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끼리 비행기에서 하는 가장 신나는 질문
한국행 비행은 각자의 컨디션이 다 제각각이다.
현지 호텔에서 푹 쉬고 컨디션을 잘 유지한 사람은 40% 정도?
코로나 이후, 원래 있던 팀 비행은 아예 사라지고 매 비행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 전에는 그래도 달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4번까지도 팀 비행이 있었고 서로 잘 아는 사람들(팀원)끼리 합을 맞추어 일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모두 다 처음 보는 사이이다.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기 전 다 같이 모인 시간, 서로 뻘쭘한 바로 그때에 나름 한국 출발 편 비행에서 일을 하면서 친해진(?) 동료 승무원에게 으레 묻는다.
“픽업(호텔에서 공항으로 출발하는 때) 전에 잘 주무셨어요? 얼마나 잤어요?”
서로의 컨디션을 안부처럼 묻고, 한숨도 못 잤다고 난감해하는 동료가 있으면 그 고통을 서로 공감하기도 한다.
“큰일이다. 바싹 집중하고, 레스트 먼저 가요!”
레스트는 장거리의 경우 첫 번째 식사와 두 번째 식사 사이에 비교적 한가한 타임에 교대로 2시간 정도 벙커라고 말하는 승무원 휴게 공간으로 가서 쉬는 것을 말한다.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온 승무원들을 배려해서 먼저 가라고 배려해줄 때도 많다!
(꼭 그 시점에 그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다 , 먼저 가실래요? 하고 )
반대로 너무 잘 자고 온 승무원의 경우는 비행기에서 쉬는 레스트 때 오히려 한숨도 자지 못해서 두 번째 식사 서비스 때에 피곤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나저러나 쉽지 않다. 원하는 시간, 때에 딱! 잠에 들고 딱! 회복하면 참 좋겠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서로 어색한 그날의 팀원들은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 정해져 있다.
“이번 달에 어디 가세요?”
“다음 비행은 어디예요?”
사실 , 들어서 뭐 따라갈 것도 아니고.. 딱히 궁금하지 않지만 말을 트는 유일한 질문 같은 것이다.
서로 공통점을 찾고 일할 때 조금이라도 더 유연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뉴욕이요?! 어머 어떡해 힘들겠다… 만석이예요?”
뉴욕처럼 모두가 힘들어하는 노선을 가는 승무원은 그 잠깐이지만 앞으로 닥칠 그의 미래를 미리 위로하기도 하고 손님이라도 좀 적어서 그의 노고가 줄어들기를 바라 준다.
하지만 , 솔직한 말로 다 마스크를 쓰고 있고 비슷한 머리 스타일에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정신없이 일 하기 때문에
1시간 전에 이야기했던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하고 혹은 아까 이야기했던 사람인 줄 알고 상대가 모르는 대화를 곧장 이어버리는 상황도 허다하다.
(나는 심지어 미혼인 친구에게 아까 말했던 친구인 줄 알고 “그래서 아이가 4살이라고요?”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죄송합니다. 마스크를 내리면 정말 다른 얼굴인데! 밥 먹기 전까진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너무나도 헷갈린다.)
이처럼, 정해진 대화 패턴이 있긴 한데 나는 꼭 비장의 무기처럼!!
한국행 비행기에서 묻는 질문이 있다. 앙케트 조사라도 하듯이 샅샅이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묻는 이야기.
“도착해서 뭐 드실 거예요?”
이거야 말로 정말 진심으로 궁금하고 영혼 가득한 질문인 데다가,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이 떠올라서 고민 중인 나에게 아주 유용한 레퍼런스가 된다.
그리고 심지어 질문을 받은 모두가 그 순간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깊은 고심을 한다.
머릿속에 맛있는 음식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서로의 메뉴를 공유하는 그때가 사실 제일 신나고 재밌다.
“저는 무조건 삼겹살. 김치 구워가지고. 쏘맥이랑요!”
“저는 곱창….. 아 근데 구워 먹어야 하는데…, 시키면 맛없는데..”
(맞아 , 맞아. 아 선배 안돼요.. 무조건, 가서 드세요!!! - 모두가 한 마음으로 리액션해준다. 곱창은 배달하지 말라고 ㅎㅎ)
“난 쭈꾸미!! 완전 매운 거!!”
“엽떡이죠…. 엽떡에다가 , 핫도그 해가지고 시켜서 먹으려고요.”
고민은 잠시일 뿐 저마다 아주 확고하다.
신기한 것은 한국에 가까워 올 때쯤 메뉴가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다.
뭐 메뉴를 변경한다고 누가 혼내는 것도 아닌데 또다시 모여서 이야기한다.
“나 생각이 바뀌었어요. 들어보니까 떡볶이도 먹고 싶고 기름진 것도 땡겨가지고, 그 삼첩분식 마라로제랑 대창 세트를 먹어줘야겠어요”
(요즘 나의 랜딩 최애 메뉴 조합!)
각자 기가 막힌 술을 페어링 할 계획도 갖고 있고 누구랑 먹을지 , 시켜먹을지 , 가서 먹을지, 이게 왜 땡기는 지 .
대화가 전에 없이 풍성하고 들뜨는 시간이다.
길어야 나흘 만에 돌아오는 한국인데, 강도 높은 노동 뒤여서 그런가.
다들 엄청 배고파하고 최대한 맛있는 거 , 그날 최고로 땡기는 먹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내가 몇 시에 자다 깨도 “배달의 민족 “ “요기요” “쿠팡 이츠”같은 것으로 원하는 음식을 언제든 쉽게 먹을 수 있다. 심지어 말 그대로 천국 오브 천국인 김밥천국은 24시간 우리에게 열려있다.
하지만, 막상 해외 스테이션에 가서는 그런 편의를 이용할 수가 없다.
“우버 이츠”라는 비슷한 것이 있지만 시차에 맞게 깬 까만 새벽에 어플을 열어봐도 영업 중인 가게가 많지 않고, 눈 뜨자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피자, 파스타, 타코, 햄버거” 이거나 이 조차도 시키려면 배달 팁이 어마어마하다.( 사랑해요 대한민국, 아이 러브 코리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
그래서 시차에 맞춰 배가 고파도 한국에서 가져온 빵이나 과자로 때울 때가 많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할 때에는 한국 시간에 맞추어 자느라 또 밥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 올 때쯤엔 “식욕”이 절정에 치다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한국 막 도착한 승무원이랑 소개팅을 할 예정이신 남성분들은 , “(센스 있게) 파스타집으로 예약했어요”라고 하기보다 “고깃집!!” “한식집!”을 더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참 좋겠다.
물론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어색한 사이의 대화가 쉽지 않은 누군가에게도 이 팁을 전수하고 싶다.
“밥 이야기” 싫어하는 사람은 못 봤다는 것!, 궁금하지도 않은 앞으로의 일정, 다음 비행 같은 공허한 대화 말고 서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대화, 신나는 대화를 하고 싶다면 “밥 이야기”를 강추한다!
나름 10년 차의 꿀팁 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