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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Nov 01. 2024

수수의 이야기 - 짝사랑

혼자한 짝사랑이 생각났다.

수수는 요즘 너무 일에 매진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학 시절 했던 짝사랑이 떠올랐다. 

자신이 그때 이후 누군가를 정말 사랑했는지, 아니 짝사랑 이후 또 사랑했던 사람도 떠난 게 기억났다. 

수수를 사랑했던 사람은 수수가 미친 듯이 달릴 때 떠났다

그러면서 자신이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짝사랑이 생각났다. 

수수는 대학 시절 4년간 대학 동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수수는 남자를 남자로 잘 보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남자들과 자주 어울려 놀았기에 남자를 이성으로 보지 않았다. 

이성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다. 

성별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특히, 가족 중에 남자 형제가 있어서 남자를 왕자라고 꿈꾸는 환상이 없었다. 

수수의 고등학교 친구 중 남자에 대한 환상으로 왕자를 꿈꾸는 이가 있었다. 

그 친구는 대학 입학 전까지 남자와 어울려 지내본 적이 없었다. 형제는 없는 외동딸이었다. 학교는 여학교만 다녔다. 심지어 대학까지. 

대학을 들어가서 더 왕자를 꿈꾸는 환상이 커졌을 정도였다. 

수수의 고등학교 친구는 대학에 들어가서 멋진 연애를 하길 꿈꿨다. 

이상적인 조건을 걸어 놓고 남자를 상상했다. 그런 남자친구 만나기를 꿈꿨다. 

반면, 수수는 ‘꿈 깨. 남자는 네가 상상하는 왕자가 아니야. 우리 오빠를 봐, 얼마나 지저분한데….’라고 말했다. 

사진 Unsplash의sean Kong

수수의 친한 이성 친구 중 한 명도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가 있었다. 

3형제만 살았기에 여자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다. 

그 친구 역시 고등학교 시절 수수 집에 놀러 와서 수수 방을 보고 실망을 했다고 했다. 

‘수수야. 넌 정말 나의 모든 환상을 망가트리는데 뭐가 있는 거 같다. 난 여자애 방은 뭔가 굉장히 다를 줄 알았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는 줄 알았다. 이렇게 삭막할 줄 몰랐다. 어떻게 내 방보다도 못하냐!’라며. 

수수의 방이 정말 뭐가 없긴 하다. 그냥 하얀 벽에 책상 하나 침대 하나가 있는 게 다였다. 

아! 책상 위에 PC 한 대. 여기저기 널려 있는 책들로…. 그 친구가 말한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아이들 방은 아니었다. 

수수는 두 명의 친구에게 항상 말했다. 

‘환상이야. 여자나 남자나 다 똑같은 사람이야. 여자가 아기자기하고 공주 같을 거라는 거 꿈이야. 남자도 같아 왕자는 아니야. 그냥 사람이야. 사람마다 깔끔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거야.’라고 

그렇게 이성에 대한 환상이나 연애에 대한 환상이 수수에겐 없었다. 

여자고등학교로 다닌 수수는 여자들만 득실거리는 여자대학교는 안 가겠다고 하였다. 

남녀공학인 대학교로 입학했다. 입학하고 보니 과에 딱 여성, 남성 비율이 반반인 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진 Unsplash의Jonah Brown

대학 시절, 수수는 나름대로 포부가 있었다. 

대학 생활을 잘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대학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해보겠다고 하며 이곳저곳 참여했다. 

학교 동아리, 대외 동아리, 과 내 활동, 동기 친구들과 모임 등등 1학년 초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움직이면서 동기인 한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동기인 친구는 재수를 1년하고 들어왔다. 

동기인 친구 이름은 욱이었다. 욱은 재미있었다. 외모가 조각처럼 잘 생기거나 같은 이미지는 아녔다. 그냥 평범한 친구였다.

단, 굉장히 유머러스하지 않은데 사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친구였다. 

욱과 수수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붙어 다니게 되었다. 

둘 다 장난이 심했고, 서로 편하게 다른 사람을 만들어 주는 비슷함이 있었다. 

둘이 하도 붙어 다니니 다른 동기들이 놀렸다. 

‘야! 너희 campus couple이냐? 엄청 붙어 다닌다.’라고.

수수는 맞받아쳤다. 

‘몰랐어? 우리 CC야. campus comedian’

둘 다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편이어서 스스로 CC라고 했다. 교내 코미디언. 웃긴 커플이라고.

그렇게 몇 개월을 어울리며 친구들과 보냈다. 


주말에 친구들을 강남역에서 만났다. 과 동기 중 한 명이 수수에게 연락해서 나오라고 했다. 

강남역으로 나갔다. 근데, 알고 보니 그날 다른 동기들이 소개팅하는 날이었다. 

한 친구가 주선하여 고등학교 동창과 과의 남자아이들을 소개팅시켜 주려고 했던 날이었다. 

주선한 친구는 소개팅시켜 주고 난 후 놀려고 수수와 욱을 불렀다. 물론 다른 몇 친구들도 나왔다. 소개팅하는 친구들은 소개팅하러 갔다. 

다른 친구들이 오기 전에 수수와 욱이 둘이 햄버거 가게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수수는 욱에게 물었다. ‘너는 왜 소개팅 안 하냐?’

욱은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네가 있는데 내가 왜 소개팅을 하냐?’라고.

수수는 웃으면서 ‘농담하지 말고. 소개팅 왜 안 해? 대학에서 많이들 하잖아.’라고. 

욱은 웃으면서 ‘소개팅은 재수할 때 많이 했어. 그래서 재미없어. 지금은 네가 이렇게 있고.’

수수는 농담으로 듣다가 약간 조심스러워졌다.

‘야! 장난하지 말고. 나 심장 떨리려고 했잖아.’라고 웃으며 넘겼다. 

근데 욱은 그냥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 순간부터였던 거 같다. 수수가 욱을 이성으로 느끼게 된 순간이. 

이후, 수수는 욱을 편하게 대하지 못했다. 왠지 불편함이 느껴졌다. 

남자를 이성으로 별로 느끼지 못하던 수수가 욱을 이성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수수는 전처럼 욱에게 장난을 치지 못하게 되었다.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도 뭔가 낯설었다. 

친구를 좋아하는 수수는 남자친구, 이성 친구를 남자로 보는 그 뭔가 다른 느낌이 많이 불편했다. 편하게 농담도, 편하게 말도 붙이기 어려워졌다. 

사진: Unsplash의Priscilla Du Preez 

욱이는 여전히 수수에게 농담을 던졌고 헤드록을 하며 지냈다. 

수수는 불편한 자신의 감정을 고민했다. 그러면서 그 불편한 느낌에 저항했다. 

수수의 생일이 돌아왔다. 친구들과 생일 모임을 하기로 했다. 

욱은 수수와 따로 찍은 사진이 없었다. 근데 다른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중 수수와 욱이 부분만 오려서 사진첩을 만들어 선물해 주었다. 

가뜩이나 마음이 불편한 수수는 그 선물에 더 뭔가 속에서 간질간질했다. 

수수가 생각하는 연애는 특히, 친구 사이에 연애는 친구를 잃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구 사이의 연애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 수수의 마음 한구석에 농담으로 던진 욱의 말에 흔들림이 생긴 것이다. 

선물도 혼자 확대해서 의미를 부여했다.

불편하던 수수는 욱을 더욱 피하기도했다. 

욱은 수수가 자신을 피하는 걸 느꼈다. 하지만 수수는 편하게 욱을 대할 수 없었기에 피했다. 

욱은 수수가 자신과도 다른 동기들과도 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사실 수수는 고민하고 하고 있었고, 낯선 감정에 고전분투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내다가 어느 날 수수는 결정했다. 그냥 맘을 받아 들여보자고. 

수수는 자신의 마음을 고민하다가 고백하기로 했다. 

그 시점 욱은 군대에 가야 했다. 수수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했다.

욱은 군대를 가기 전에 휴학을 먼저 했다.


수수는 사실 욱과 친하게 지낸 시간을 생각해보면, 짧은 몇 개월이었다. 

욱은 말이 별로 많지 않았다. 

농담을 잘하며 다른 친구들과도 편하게 어울리는 그런 친구였다. 

욱은 휴학을 하고 군대 가기 전에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동기 중 한 친구와 함께 전국을 배낭여행으로 돌기 시작했다고 수수는 다른 친구에게 전해 들었다. 욱은 여행 중에 과 동기들에게 엽서를 보냈다. 

수수에게도 안부 인사로 엽서를 보냈다. 

수수는 욱에 대한 생각이 점점 깊어졌다. 

욱은 그렇게 여행을 끝내고 군대에 갔다. 수수는 욱에게 편지를 썼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혼자 고민했던 내용을 고백해서 보냈다. 

욱은 그런 수수의 편지에 답장하지 않았다. 

수수는 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계속 보고 있었다. 수수는 욱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욱은 가까이 있지 않았고 욱을 이성으로 좋아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생각할수록 애틋해졌다. 

수수가 자신이 생각해도 낯선 행동들을 욱을 생각하며 했다. 종이학을 접어 보냈다. 

편지에 욱을 좋아한다고 써서 고백도 했다. 

하루는 욱에게 전화가 왔다. 

수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반갑게 받았다. 욱의 통화 내용은 사실 수수에겐 슬픔이었다. 

욱은 말했다. 

‘수수야. 난 너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아.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며 불편해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라고. 수수가 두근거리게 했던 말들은 욱에겐 정말 농담이었다. 

욱이 농담으로 던진 말에 수수는 설레었고, 고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수수의 마음은 욱에게 갔기에 그런 말을 들어도 수수의 마음은 바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렇게 욱은 군대 생활을 마치고 복학을 하는 시점이 왔다. 

수수는 어느덧 졸업 시점이 다가왔다. 


수수는 적극적인 사람이다. 수수는 직구를 좋아한다. 

결국, 욱이 제대를 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고, 수수는 욱에게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다. 

아직 욱은 복학하지 않았다. 욱은 수수가 만나자고 하니 만나러 와주었다. 

마지막 수수는 욱에게 물었다. 

‘욱아. 네가 나를 이성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저번에 잘 알아들었어. 근데, 내 맘이 정리가 아직 안 돼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어볼게. 우리 사귈래?’

욱은 대답했다. 

‘수수야. 내 대답은 같아. 그냥 우린 그냥 과 동기야. 그 이상의 너에 대한 감정은 나에게 없어.’

수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알았어. 욱아. 고마워, 나와줘서. 나중에 또 보자.’ 

욱과 수수는 그렇게 헤어졌다. 

수수는 욱을 정말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4년간 자신이 상상한 욱의 모습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욱과 함께한 시간은 몇 개월 되지 않았으나, 수수 자신이 만든 욱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다. 

욱에게 마지막 고백을 하고 욱의 답변을 듣는 그 순간, 수수는 자신의 짝사랑이 끝났음을 느꼈다. 수수는 혼자 욱을 좋아했다. 

사진 Unsplash의Tony Tran

욱과 함께 뭔가를 만들어간 사랑이 아닌 혼자 꿈꾸는 짝사랑이었다. 

혼자 짝사랑을 하면서 수수는 남들이 하는 연애를 다 해봤다. 

혼자서 종이학 천마리를, 욱을 생각하며 접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편지들을 썼다. 

수수는 스스로 만족했다. 

욱이 비록 자신의 짝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수수 자신은 4년이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진한 사랑을 했다고 생각했다. 

수수 자신이 한 짝사랑에 자신은 해보고 싶은 모든 걸 해보았다고 생각했다. 

수수는 그렇게 자신이 좋아했던 욱을 마음에서 보냈다. 

실체의 욱을 좋아했는지, 상상한 이미지의 욱을 좋아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수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순수했던 그 시점 자신의 짝사랑이 문뜩 떠올랐다. 


그 후 수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진짜 연애를 해봤다. 

물론, 그 역시 떠나긴 했지만….

그는 정말 자신을 사랑했다고 인정하며, 자신도 그를 사랑했다고 생각한다. 

수수는 그 사랑 속에서, 그 사랑 후에 더욱 미친 듯이 달려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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