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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바라보는 관점 Nov 08. 2024

수수의 이야기 4 -  사람에게 받은 상처

세상엔 좋은 사람이 더 많다. 

수수는 짝사랑을 생각하다 문뜩, 대학 동기에게 처음 이용당했다고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수수는 고등학교 때까지 자신은 자칭 의리파라고 생각하였다. 

어릴 때 본 영화 영웅본색이 수수의 뇌리에 박혀 있었다. 

https://images.app.goo.gl/g7KyyAhRgcwFU3Mm9

수수 오빠는 여자끼리는 의리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말에 수수 자신은 반박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은 친구의 우정을 소중히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의리라는 의미도 정확히 모르면서 친구를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수는 친구가 힘들면 그냥 옆에 있어 주려고 노력했다. 

친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살던, 수수가 대학에 들어가 처음 만난 같은 과 친구에게 상처를 받았다. 


입학하면서 집이 비슷한 방향으로 같이 버스를 타게 되면서 친하게 된 친구였다. 

자주 친구 집에 놀러 가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어울렸다. 

수수에겐 대학에서 만난 첫 친한 친구였다. 수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힘들어할 때 옆에 있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친구를 위해 좋아하는 사람과의 자리도 만들어주기도 하면서 나름 노력을 했다. 

친구가 좋아하는 이는 친구를 좋아하지 않고 다른 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다른 이를 좋아하기에 수수 친구에겐 관심이 없었다. 

아직은 고등학교의 티를 벗어내지 못한 우리는 고등학교 때처럼 나름은 순수했다. 

마음 앓이를 하면서 그 좋다고 느끼는 감정에 스스로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그 친구와 수수는 첫 대학 1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방학이 돌아왔다. 수수 친구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가끔 친구와 연락하고 만났다. 방학 중에 수수 자신에겐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수수 친구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수수는 친구로서 도움이 되려고 행동한 것에 대한 친구의 평가를 들었다. 

친구는 그냥 자기 편할 대로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라고 평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수가 대학 때 만난 첫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였다. 

그러나 수수가 생각하는 만큼 친구는 수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가 필요하다고 할 때 언제든지 달려 나와 주는 바보 같은 사람이란 평이었다. 

수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이었다. 

자신의 우정이 자신이 필요할 때 요청하면 달려오는 편한 대용품이었다니. 

수수에겐 정말 충격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수수는 그 친구로 인해 대학 동기들 모두가 싫어졌었다. 

대학 친구들과 만남을 유지하고 싶지 않았다. 

수수는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러 갔다. 

수수가 생각했던 우정은 친구가 힘들 때, 친구를 믿고 옆에서 지켜주는 것이라고 믿었다. 

사진: Unsplash의Brooke Cagle

친구에게 대단한 도움을 줄 수는 없을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해줄 수 있는 게 친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수는 대학을 들어가서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의 친한 친구에게 이 심정을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친구는 수수에게 말했다. 

‘수수야, 네가 좀 특이한 거긴 해. 나도 고등학교 때 너의 행동에 놀라기도 했어. 

넌 정말 내가 힘들 때 항상 옆에 있어 주었거든. 아빠 때문에 마음 아프고 슬플 때도 넌 내 옆에 있어 주었어. 근데, 다른 사람들은 사실 그게 쉽지 않아. 

나 역시 너처럼 언제든지 연락했을 때 와 주긴 힘들어. 

너는 그렇게 내가 도움을 요청할 때 달려와 준 소중한 친구야. 그래서 더 나한텐 네가 소중하고. 

다른 대부분 사람은 그렇게 순수하게 행동하지 않아. 네가 좀 특별하긴 했어.’

수수는 자신이 한 번도 특별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뭔가 해주는 건, 특히, 자신에게 소중한 이에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수수에겐 비록 작은 도움일지라도 자신의 선에서 노력할 수 있는 것을 해주는 게 당연하였다. 

수수가 대학을 들어갈 때 주변 사람들이 그러긴 했다. 

‘대학 동창은 고등학교 때 친구와 달라. 서로 필요 때문에 만남이 유지될 거야.’라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수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수수가 아는 관계는 필요 때문에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친구였고 서로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였다. 


수수는 사람 관계에 혼란이 왔다. 

자신이 믿고 있던 체계에 흔들림이 왔었다. 

수수는 고등학교 친구들만 만나기 시작했다. 

대학 동기들과 만남은 되도록 피했다. 

특히, 그 친구가 나오는 자리는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 

혼자 짝사랑하던 친구와의 관계도 불편했고,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친구의 관계도 불편했다. 

그렇게 수수는 과 동기들과 멀어졌다. 한 친구로 인해 모든 과 동기들과도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대학교 생활도 처음 시작했던 활동보다 시들해졌다. 

대학 생활은 어느덧 3학년 이상이 되었다.

수수는 과 밖으로 계속 돌기 시작했다. 


과 안에서 하는 활동 대신, 과 밖에서 하는 활동에 더 참여하기 시작했다. 

입학 초에 가입한 교내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사실 동아리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동아리에서 자를 거라는 선배의 으름장에 의해 본격적 공부를 시작했다. 

수수가 가입한 동아리는 컴퓨터 공부를 하는 동아리였다. 

입학 초 동아리 선배가 가입을 유도했던 말이 좋아서 가입했었다. 

‘우리 동아리는 모든 함께 하는 동아리다. 들어오면 많은 걸 함께 해 볼 수 있을 거야.’라고.

사실 공부 동아리여서 모두 함께 하는 동아리는 아니었다. 삼삼오오 모여 컴퓨터에 관한 공부를 하는 동아리였다. 대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끈끈했다. 

사진: Unsplash의Brooke Cagle

수수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선배들과 많은 술자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하루는 술자리에서 수수가 받은 상처를 털어놓았다. 

한 선배가 수수에게 이야기했다. 

‘수수야, 네가 지금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부분 말이야. 네가 사람에 대해 받았다고 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근데 그 한 명이 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고 다른 이들을 배척하면,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래? 앞으로 네가 만날 사람이 훨씬 많은데…. 지금까지 네가 만난 사람보다 앞으로 만날 사람이 더 많아. 그 중엔 분명 지금처럼 네게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을 거야. 하지만, 네게 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사람도 있을 거야. 마음의 문을 닫고 그들이 다가오는 걸 막지는 마. 그리고 너 역시 새로운 관계에 두려워 하지 마. 세상엔 더 좋은 사람이 많아. 그들과 네가 생각하는 관계를 더 만들어 가려고 노력해봐. 선배는 그렇게 생각해. 앞으로 만날 좋은 이들이 훨씬 많을 거라고.’ 

수수는 선배의 말이 계속 마음속에 맴돌았다. 

선배의 말을 마음속에 담아 두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수수 자신이 살아온 시간은 이제 20여 년 정도이다. 

그 중 자신이 만난 친구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수수는 원래 친구가 많지도 않았다. 

지금 있는 친구들도 만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이 훨씬 많음을 깨달았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든 수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수는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길 희망했다. 

수수 자신도 더 좋은 사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길 바랐다. 

수수에게 그 말을 해 준 선배에게 수수는 고마워했다. 

수수는 선배를 못 본 지 오래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수수는 자신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선배의 말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수 자신은 생각했다. 

‘나 정말 내 친한 이들에게 좋은 사람인가? 나 어릴 때 생각했던 그 의리가 있나?’ 

수수는 잊고 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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