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한 이야기를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93년도에 경영정보학과에 입학하여 전혀 관심 없던 경영학과 컴퓨터를 공부하였습니다.
어떤 직업으로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로 대학에서 깊이는 별로 없이 넓게 두루두루 배웠던 거 같습니다. 깊이가 없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다른 분들은 더 깊이 느끼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암튼, 대학 때 동아리로 컴퓨터 동아리를 단지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들어갔다가 잘리기 일보 직전에 운이 좋게 남아 있다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경영학과를 졸업하는 선배 밑에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제가 컴퓨터 쪽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제가 개발자가 될 거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었죠.
그랬던 제가 지금껏 했던 일은 IT 종사자, 기업 시스템을 개발하는 개발자였습니다. 물론 역할은 단순 개발만 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분석, 설계, 개발, PL, PM 등 20여 년을 IT 업종에 종사하며 다양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제가 개발자 일을 하게 된 첫걸음은 어디서부터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대학을 경영정보학과라는 걸 선택했을 때부터였을까?
동아리를 컴퓨터 동아리를 선택했을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기억도 없는 중학교 때 컴퓨터를 배웠을 때부터였을까?
전 중학교 시절 방학 동안 잠깐 컴퓨터 학원에 다녔습니다. Basic이란 언어를 배웠습니다. 이 기억은 한참 후에 생각났습니다. 생각해 보면 무엇이 저를 개발자라는 일로 안내를 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운이 좋아서 이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개발자. 이 일이 한동안은 컴퓨터 공학 등 공과대학의 전공 분야를 나온 사람만 뽑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 같은 비전공자(경영정보학과도 컴퓨터 관련 분야를 공부했기에 완전 비전공자라고 하기엔 좀 그렇기도 하네요)들도 많습니다. 비전공자들은 대부분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고 일을 하게 된 사람들입니다.
분야별로 차이가 좀 있겠지만 기업의 업무 시스템을 개발하는 부분은 비전공자가 더 개발을 잘하기도 한다고 물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발을 잘한다는 정의에 대해서도 관점에 따라서 다르기에 그냥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제가 개발자로 일을 하게 된 계기를 생각해 봅니다.
결론은 그냥 돈을 벌어야 했고 첫 일을 프로그램 개발하는 회사에서 시작에서였구나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적성이 맞아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등등 조언을 하지만 일을 시작했을 때 저에겐 이런 조언은 맞지 않았고 어딘가 취업해서 일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습니다. 20대 사회 초년생인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철없는 꿈을 생각하며 국어교육과 대학을 지원했다 떨어졌습니다. 대학은 나와야 한다기에 후기대로 선택한 대학에서 우연히 경영정보(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라고 프린트해 놓은 과를 보고 즉흥적으로 선택했습니다.
경영과 컴퓨터 관련 수업을 배웠습니다. 게다가 컴퓨터 관련 수업은 영어 원서로 했습니다. 영어를 정말 못했던 저였기에 과 동기들과 말도 안 되는 공동 번역으로 겨우 원서 수업을 받았습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저의 개발자 일의 시작은 엉망이었습니다.
겨우겨우 학교 수업을 받았습니다. 동아리 생활도 컴퓨터 동아리였으나 1학년, 2학년 때는 활동도 안 했었습니다. 2학년 2학기부터 컴퓨터 동아리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경영학과 선배들이 컴퓨터 언어 공부를 해서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취업한 선배가 퇴근하고 이끌어 주기도 했습니다.
실력이 없다고 잘리기도 하고, IMF로 투입되기로 했던 프로젝트의 취소로 백수가 되기도 하고, 사회 초년생으로 계약이란 것을 모르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납품하겠다고 50만 원 계약금을 받았다가 돌려주기도 하고, 결국은 H대학의 전산실 조교로 지내다가 웹 쪽을 혼자 공부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자의 길을 가게 되었던 거 같습니다.
전 개발자로 5년 이상이 되기 전까지 개발자 일을 계속할 거라고 정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개발일은 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 저에게 개발을 잘한다고 할 때 전 속으로 이렇게 답변하였습니다.
'내가? 나 개발 못해서 회사에서 쫓겨난 적도 있는데.. 난 개발을 잘하는 게 아니라 납기는 잘 지키는 사람이야'라고.
또한 조직에 맞지 않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계약직으로 일을 하였습니다. 다시 입사하는 대신 자발적 비정규직이 되며 프리랜서로 일했습니다. 개발센터에서 일을 하였으나 동일한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것도 지겨워해서 항상 새로운 환경에 접하게 되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며 일한 지 20여 년이 넘었습니다.
정규직으로 있는 분들과 달리 프로젝트 위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나 전 제가 선택한 프리랜서로서 갖추어야 할 부분 및 경험을 나눠 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이제 IT 일을 시작하는 분들 혹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